초등학교 시절 만화책은 보면 안 된다며 호통치는 아버지가 무서워 몰래 친구 뒤를 쫓아 만화방에 드나들었다. 중학생이 되었을 때야 비로소 눈치 보지 않고 『명탐정 코난』을 독파할 수 있었고 수능 한 달 전 친구들과 나눈 가장 큰 이슈는 『데스노트』의 결말이었다. 대학 시절 『마음의 소리』로 웹툰의 시대로 발을 내딛고 『치즈인더트랩』 주인공 홍설이 졸업한 순간 내 청춘도 졸업했다고 느꼈을 정도니 가히 내 청춘은 만화로 점철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젊은 만화가에게 묻다』는 이렇게 덕심 가득한 편집자가 만화가에 대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덕력을 빡빡 긁어 모아 기획한 책이다. 다행히도 ‘내 창의력은 모두 순정만화에서 온 것이다’라는 대표님의 적극적인 지지와, 마찬가지로 웹툰을 즐겨 보는 동료들의 열렬한 호응 덕분에 이 기획을 순탄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시작은 순탄했으나, 책이 출간되기까지의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웹툰 시장은 매년 빠른 속도로 변화했고, 톡톡 튀는 연출과 스토리에 한번 보면 밤을 새고야 마는 매력적인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이러한 시장의 흐름 속에서 이 책에 어느 만화가의 이야기를 담아야 할지 위근우 작가와 나는 고민하고, 또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한때 네이버캐스트를 통해 많은 웹툰 작가들을 인터뷰하며 훌륭한 작가들을 계속해서 만나 온 위근우 작가였기에 이들 중 단 몇 명을 선정한다는 것이 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좋아하는 작가가 점점 더 늘어나던 내 입장에서도 행복하고 괴로운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위근우 작가는 신중하게, 충분히 시간을 들여 만화가 한 명 한 명을 만나기 시작했다. 책이 출간되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흐르는 시간만큼 만화가들의 삶 역시 깊게 익어 가고 있었다. 마침내 이 책에 담아낸 『어쿠스틱 라이프』 난다 작가, 『닥터 프로스트』 이종범 작가,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 『혼자를 기르는 법』 김정연 작가 『생각보다 맑은』 한지원 감독, 그리고 『오리진』 윤태호 작가의 만화가로서의 일과 삶의 이야기. 그들은 삶의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창작의 영감을 주기도 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그릴 수 있었을까 궁금해하던 나는 이 책을 편집하며 그들을 한층 더 이해했고, 더욱 반하고 말았다.
덕업일치라고 하던가. 본업은 편집자지만 이 책을 말미암아 평소 흠모하던 작가님들을 만나 뵐 수 있었으니 나야말로 진정 성공한 덕후가 아닐까. 이 책을 편집하며 매 순간 느낀 즐거움이 이 책을 읽는 덕후들, 그리고 만화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전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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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만화가에게 묻다위근우 저 | 남해의봄날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그들이 어떻게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을 그리는 만화가가 될 수 있었는지, 작품 철학과 더불어 다양한 만화의 세계를 함께 보여 준다.
천혜란(남해의봄날 편집자)
도서관 사서가 되어 책 속에 둘러 싸여 사는 삶을 꿈꾸다가, 출판사 편집자가 되어 문자 속에 싸여 살고 있습니다. 나고 자란 고향 통영에 자리한 출판사 남해의봄날에서 느릿느릿하게 책을 편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