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학자 김선 “교육이란 학교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정말 좋아하는 말이 ‘교육은 양동이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불을 지피는 일이다’라는 예이츠의 말인데요. 저도 옥스퍼드 가기 전까지는 교육이란 지식을 머리에 채워서 시험을 잘 보고 점수를 잘 받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아니란 걸 알죠.
글ㆍ사진 신연선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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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년 간 한국의 교육과정은 20번이나 개정되었다. 똑같은 내용이 3학년 2학기와 4학년에 1학기에 중복되는 오류도 발생했다. 겨우 2년 터울의 자녀끼리도 참고서를 함께 쓸 수 없었던 것은 도무지 웃을 수 없는 일이다. 교육이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은 지금 그저 수사에 불과하다.


한국의 교육이 나아갈 방향은 어디일까. 옥스퍼드 대학에서 비교교육학 석ㆍ박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에서 연구교수로 근무하는 교육학자 김선은 『교육의 차이』 에서 자신의 학문적 영역을 실천적 영역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고민 아래 독일과 영국, 미국, 싱가포르, 핀란드의 교육을 비교해보았다. 그는 무엇보다 먼저 교육에 대한 논의가 ‘학교 안의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철학으로써의 교육, 한 사람의 삶에 불을 지피는 교육을 고민했다. 공동체를 위한 독일의 교육이나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는 영국의 교육, 기회의 평등을 제공하는 미국의 교육 등은 그런 저자가 우리에게 펼쳐 보이는 중요한 가치들이다. 교육은 삶에 관한 것이며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정치적 프레임으로 교육 제도를 재단하는 사회에도, 위기감에 사교육에 의존하는 가정에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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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엄마라는 타이틀을 갖고 난 후 교육문제에 더 진지하게 들어가게 되었다고 했어요. 체감이 확연히 달랐던 거죠? 계속 교육 분야에서 공부를 하셨음에도 말이에요.

 

세상에서 제일 먼 거리가 머리에서 가슴까지라고 하죠. 비교적 외국 생활도 많이 하고, 학자로서 연구도 해왔는데요. 교육이란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작업이잖아요. 막상 제 아이가 생기고 나니까 다르더라고요. 비교교육학을 공부했는데요. 어떻게 보면 이걸 굉장히 거시적인 측면에서 봤거든요. 각 나라의 교육 제도, 교육 철학을 공부했었고요.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나니까 어떻게 미시적으로 내 아이한테 적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어요. 다른 학부모나 아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더 실천적으로 학문을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여태까지 스스로를 위해 살았다면 이제 우리 아이를 위해서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을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하고, 어떤 연구를 해야 하고, 어떤 삶의 청사진을 세워야 할까, 하는 생각이 많아졌어요. 그러면서 오히려 학문을 대하는 태도, 이 책을 대하는 태도, 더 나아가 이 책의 독자를 대하는 태도까지도 굉장히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일상에서도 고민이 많아졌겠군요.


네, 저는 학자로서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데요. 그럼에도 이런 책을 쓰고자 한 이유는 그거였어요. 저를 포함해 주변에 아이가 있는 분들의 고민에서 시작한 거거든요. 제가 공부한 것들과 경험한 것들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었더니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자녀 교육에 대해 조금 다른 관점을 갖게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요. 학문적, 경험적으로 제가 쌓은 것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책을 쓰게 된 거예요.

 

저자 자신이 현재의 삶에서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다룬 책은 독자에게도 훨씬 깊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워킹맘이잖아요. 주변 지인들을 보니 한국에서 워킹맘이 커리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두 가지 선택을 하더라고요. 부모님 옆에 살기, 혹은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육아하기. 저도 어떤 선택이 우리 아이한테 가장 좋은 선택이 될까,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선택하는 과정에서 이 책을 쓰는 게 저한테도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독일에서 1년을 남편과 살았는데 살면서 느낀 게 많았거든요. 그곳 아이들은 진짜 옷도 허름하게 입고요. 놀이터도 팬시한 곳이 아니에요. 나무통, 드럼통 같은 거 몇 개 있고 그렇거든요.(웃음) 참 희한하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한국에 돌아와서 책을 쓰면서 독일 교육 철학을 정리하다 보니까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왜 독일의 학부모와 선생님이 그 시기에 그런 공간에서 아이를 키우는지 말이죠. 그러면서 저도 다짐을 했어요. 반드시 돈을 많이 들여야 하는 것만은 아니라고요. 지금 저희는 부모님이 계시는 횡성 시골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어요.

 

‘버려지는 시간과 자원들’이 필요하다고 했던 책의 내용이 떠오르네요.


책을 쓰며 그걸 많이 느꼈어요. 아이들이 성장하고, 인생을 배우는 데 있어 아주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여유라는 거거든요. 영어로 ‘margin’이라고 하는데요. 공백이죠. 그냥 뒹굴 거리고, 생각하고, 게으름도 피우고 할 수 있는 공백의 시간을 많이 주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버려지는 시간과 자원을 이야기한 친구는 정말 엘리트거든요. 실리콘밸리의 투자가인데요. 그런 친구가 도전을 위해서 필요한 것으로 버려지는 시간과 자원을 꼽은 거죠. 그러니까 어렸을 때부터 굳이 빽빽하게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서 애쓸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들어요.

 

두려움이 많은 것 같거든요. 부모님이 매순간 애쓰고, 투자하지 않으면 뒤처지게 될 거라는 마음 같은 게 한국에는 있잖아요. 그게 사교육으로 연결이 되고요.


저도 이제 한국에서 지내니까 휩쓸릴 수 있는 환경이에요. 어찌 보면 이 책으로 저 스스로에게 말을 건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학부모에게도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성장하고,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자원이 생길 거다’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요.

 

 

불을 지피는 일


독일, 영국, 미국, 싱가포르, 핀란드, 모두 다섯 나라의 교육을 짚었는데요. 저자에게 특히 인상적이었던 국가나 교육 제도는 무엇이었나요?


독일을 첫 챕터에서 다룬 이유는 지금 시점에서 전할 이야기가 많은 나라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다시 제 아이 이야기를 하자면요. 그래서 우리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하는가, 하는 생각을 했을 때 독일의 ‘빌둥(Bildung)’이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느껴졌거든요. 비교교육학 공부를 하면서도 알고 있던 거지만 이렇게 깊이 들여다본 건 처음이었어요. 이 말 자체가 교육을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본다는 건데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이 행복한 순간, 타인과의 관계 등을 찾아갈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물론 찾는 과정에서 분명히 어려움이 많이 생길 거고요. 그런데 지금 한국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두려워하고, 놓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냥 내버려두는 시간, 알아서 해볼 기회를 두려움 때문에 못 갖게 하는 건 아닌지 독일의 사례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교육이 무엇이냐, 하는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네요. 한국의 교육은 ‘입신양명의 도구’라고 진단하기도 하셨잖아요. 반면 독일이나 영국 등의 교육을 보면 삶 자체에 대한 철학을 깨달아가는 과정으로 교육을 보는 것 같아요.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고요. 솔직히 미국도 그렇고, 좋은 대학을 나오면 좋은 직장에 갈 확률도 높아지죠. 그런데 한국은 좀 더 심한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또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젊은 선생님들, 지인들, 교육 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는 걸 느껴요. 자녀가 꼭 좋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괜찮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거든요. 이런 새로운 목소리, 새로운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한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한 책이고요. 교육을 본질로 접근하려고 하는 분들한테 어떤 사례를 들려줄 수 있을까 해서 독일, 영국, 미국, 핀란드, 싱가포르의 사례를 살펴본 거예요. 정말 좋아하는 말이 ‘교육은 양동이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불을 지피는 일이다’라는 예이츠의 말인데요. 저도 옥스퍼드 가기 전까지는 교육이란 지식을 머리에 채워서 시험을 잘 보고 점수를 잘 받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아니란 걸 알죠.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졸업했잖아요. 그리고 진학한 옥스퍼드 대학에서 힘들게 적응하던 이야기가 책에도 있어요.


그곳에서는 굉장히 철학적으로 들어가야 했어요. 진리란 무엇인가, 지식이란 무엇인가, 생각하는 것이란 무엇인가와 같이 근원적인 것들을 생각하도록 훈련 받았거든요. 더 나아가 이런 사고 훈련을 통해 예이츠가 표현한 ‘불을 지피는 일’, 그러니까 내가 언제 불이 지펴지는가를 생각해보게 된 거죠. 내가 언제 발동이 되는지, 언제 용기가 생기고, 언제 희망이 생기는지, 그것이 어떻게 나를 움직이는지를 배우게 된 것 같아요.

 

각 나라의 제도와 교육문화를 다루면서 장점과 함께 반드시 단점도 있다는 점을 언급해요. 다만 이것만큼은 배우자, 라고 말하고 싶은 제도나 교육문화를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하나를 딱 꼽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나라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사람들이 다 다르듯 나라도 생김새가 다 다르고 일반화하기 어렵더라고요. 한국은 비교적 미국의 교육 정책을 제일 많이 따랐는데요. 사실 한국과 미국은 너무 달라요. 미국은 굉장히 무서운 곳이거든요. 세계 최강대국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어요. 미국에서 살기도 했고, 친구도 많고, 교육 하시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미국이야말로 최대와 최고의 기회를 주지만 그만큼 요구하는 게 많은 곳이라는 거예요. 다른 선진국도 비슷해요. 많이 주는 만큼 많이 요구해요. 영국도 그렇잖아요. 노블레스 오블리주, 많이 가졌으니까 많이 주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아니에요. 영국 사립학교에서는 많이 가졌으니까 절제하라고 가르쳐요. 우리가 선망하는 선진국은 학생이 가진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가능한 기회를 많이 주죠. 하지만 그렇게 많이 받아 성장하면 정말 기부도 많이 하고요. 선순환이 이루어져요. 

 

미국 교육을 다룬 부분에서 자본주의 정신이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말했는데, 그게 한국에는 부재한 거죠.


책에는 ‘청빈’이라고 표현했는데요. 그 청빈정신이 한국에는 아직 부족하지 않나 생각해요.

 

나라가 사람 같다는 말씀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제도를 수입한다고 그게 잘 정착하는 게 아닌 이유도 거기에 있잖아요. 가령 책에서 언급한 ‘마이스터고등학교’ 같은 사례가 그렇죠.


예를 들어 한국에서 얘기하는 ‘장인’과 독일에서 얘기하는 ‘장인’은 완전히 달라요. 독일에서 ‘마이스터’는 사회적으로 엄청 존경 받아요. 그런 배경이 있는데 이름만 바꾼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한국이 워낙 압축 성장을 해서 수입과 수출이 빨랐죠. 그만큼 많이 실험해본다는 면에서 좋은 점도 있지만요. 진짜 얘기하고 싶었던 건 모든 교육이나 장치가 생겨난 데에는 배경이 반드시 있고, 숨겨진 가치가 있다는 거였어요. 한 나라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가치 말이에요. 그런 고민 없이 피상적으로 제도를 가져온들 부작용만 낳는 거죠. 게다가 우리나라에도 굉장히 좋은 가치나 배경이 많거든요. 차라리 그런 요소를 가지고 먼저 우리 스스로를 살펴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어떤 가치를 우리가 중요시하고 그걸 배경으로 어떤 것이 생성되어야 하는지를 봐야죠. 순서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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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은 점진적으로


이 책이 새로운 논의를 위한 이야깃거리가 되었으면 한다고도 적으셨죠. 그렇다면 한국 교육이 가지는 가치, 문화적인 전통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비교교육학 박사를 할 때 남북 교육제도를 비교 연구했어요. 지금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에 있는 이유도 그건데요. 남북 교육을 비교하고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정말 많이 느낀 게 공통적으로 교육열이었어요. 우리의 교육열은 세계 최고죠. 저는 그것이 굉장한 자산이라고 보거든요. 모든 것을 동원해서라도 교육에 투자하려는 마음 말이에요. 그래서 그것의 선순환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해요. 사교육은 나빠, 자사고는 폐지해야 해, 이런 거 말고요. 자본주의에는 단점도 많지만 미국은 그것을 선순환 구조로 만들면서 발전해나갔잖아요. 저도 솔직히 제 아이가 공립학교와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면 민족사관고등학교를 보낼 것 같거든요. 다만 그런 여건을 갖지 못한 학생들을 어떻게 비슷한 환경에 노출시키고 더 많이 교육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게 아니고요. 저도 한국 현실에 맞는 방법을 더 고민하고 있어요.

 

자사고나 특목고에 대해 재논의 필요성을 강변하기도 했어요.


정치적인 프레임을 가지고 자사고, 특목고를 보면 폐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요. 하지만 부모로써 누구나 자원이 있다면 자녀를 그곳에 보내고 싶겠죠. 인지상정이에요. 부모들은 자녀에게 좋은 환경, 좋은 교육을 주고 싶어하잖아요. 그런데 단순히 정치적 프레임으로 접근해 문제의 본질이 가려지는 것 같아 많이 아쉬워요.

 

싱가폴 교육을 다루면서 “교육은 정치가 아니다”라고 한 인터뷰이의 말을 전하기도 했잖아요.


물론 그것도 사회적 배경이 있죠. 독재정치였잖아요. 그러다보니 아이러니컬하게도 교육 정책이 일관성 있게 지속된 거죠. 우리나라에서 핀란드 교육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요. 핀란드도 교육부청장이 20년 동안 바뀌질 않았거든요. ‘에르끼 아호’라는 분이 “핀란드의 교육개혁은 점진적이다”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함부로 안 바꿔요. 한국은 안 그렇잖아요. 그런데 저는 진짜 마음이 아픈 게, 교육이 자주 바뀔수록 손해 보는 사람들은 사회 경제적 하위 계층에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바뀐 정책에 맞게 돈 있는 사람들, 네트워크가 있는 사람들은 발 빠르게 대응을 하는데 이 부모들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평준화를 이야기하고, 교육의 변화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옹호하려던 계층이 결과적으로는 가장 소외되는 결과를 가져오는 거죠. 교육 정책에 관해서는 굉장히 숙고하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미국의 ‘알트스쿨’ 같은 경우 디지털 기술의 질적, 양적 팽창에 따라 그에 맞는 모습으로 교육 형태를 바꾸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어요. 한국에는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담론은 많은데 실제로 교육 현장은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거든요.


4차 산업혁명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주변에 물어보면 딱 부러지게 대답하시는 분이 많이 없어요. 그만큼 그 실체가 아직은 굉장히 흐리다는 거죠. 저는 기본적으로 4차 산업혁명도 아직까지는 일종의 프레임이라는 견해에요. 그 실체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만큼 존재하느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저도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할 듯해요. 코딩 교육, 필요할 수 있어요. 워낙 인터넷이 발달했고, 그 산업이 발전해 있으니까 직업적인 측면에서 배울 수 있죠. 그렇지만 모든 아이들이 코딩을 배워야 할까요? 그건 모든 아이들이 한자를 배워야 한다는 말과 똑같은 것 같아요. 각자 필요에 의해 선택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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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가장 중요한 것은 또한 가정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이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교육적인 태도는 뭘까요?


영국을 다루면서 많이 강조한 건데요. 대화를 많이 나누라고 말하고 싶어요. 옥스퍼드에 워낙 상류층이 많아 그들과 교제를 많이 했는데요.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되게 검소해요. 겉모습으로 상대를 결정하지 않고, 나누는 대화로 상대를 판단하거든요. 대화를 통해 상대의 역사, 가치를 알 수 있잖아요. 그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되고요. 독일을 다루면서도 교육이란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이야기를 했는데요. 한국은 교육이라고 하면 학교 안에서의 교육을 많이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 학력 파괴의 징후들이 많이 보이죠. 저는 젊은 세대 분들이라도 교육이 학교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셨으면 해요. 교육은 삶에 관한 거잖아요.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은 또한 가정이고요. 가정 안에서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는가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노력하려고 하는 것은 우선순위를 가정에 두겠다는 거거든요.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고, 대화를 하려고 노력해요.

 

대화를 많이 하면 좋다는 걸 알면서도 어떤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이것은 굉장히 능동적인 교육 태도라 학부모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거기에 제가 정답을 드릴 순 없지만 확실한 것은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는 태도를 가지면 된다는 거예요. 저희 아이는 만2세를 향해 가고 있는데요. 단어가 트이는 시기라서 저는 이 시기에 맞게 최대한 말을 많이 들려주고 있어요. 책도 보고, 사물도 하나씩 가리켜 영어로 들려주고요. 이것이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이죠. 아이에게 비싼 퍼즐을 사주는 것보다 훨씬 큰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이것은 저도 여러 공부를 하면서 깨닫고 실천하고 있는 거예요.

 

해외 유학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보내야 할까요?


일단 학부모님들한테 공부를 엄청 많이 해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유학을 그냥 보내지 마시고요. 이런 책도 사보시고, 염두에 둔 나라가 있으면 그곳에 대한 공부도 진짜 열심히 해보세요. 혹시 바라는 직업이 있다면 그 직업군의 사람들과도 이야기를 해보고 하셨으면 좋겠어요. 자녀가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도 기다려주면서 동시에 학부모님들이 공부를 많이 해보셔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리고 충분히 대화를 하고요. 막연한 로망이 아니라 충분한 대화와 충분한 공부 이후에 결정을 하시면 좋겠어요.

 

첫 책으로 교육에 관한 넓은 이야기를 해주셨는데요.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실 예정인가요?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대학의 차이’라는 가제인데요. 세계의 대학을 살펴보려고 해요. 이번 책이 거시적으로 교육 정책이나 철학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면 다음 책은 각 나라의 대표적인 대학을 살펴보려고요. 그 대학의 문화라든지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상이나 그 인재들이 어떤 식으로 사회를 리드하고 있는지까지 좀 더 구체적으로 보려고 하고 있어요. 동시에 융합교육을 많이 생각하고 있는데요. 저는 옥스퍼드에서 정치, 철학, 경제를 같이 통합하는 과정을 공부했거든요. 지금은 과거보다 훨씬 사회가 복잡해져서 다면적으로 사고하기 위해서는 융합교육이 많이 필요하죠. 국내에서도 학제 간 교육을 많이 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피상적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요. 이런 관점에서 어떻게 세계의 대학들이 교육하고 있는지 공부하고 있어요.

 

융합교육이라는 맥락에서 한국의 현재는 어떻게 진단하고 계세요?


서울대학교에서 자유전공학부가 설치되어 있고요. 여러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다만 그냥 학과를 통합한다고 융합은 아니거든요. 엔지니어가 사고하는 법이랑 역사학자가 사고하는 법, 교육학자가 사고하는 법은 완전 달라요. 남편은 역사학자인데요. 맨날 싸워요.(웃음) 사고방식이 너무 다르니까요. 과를 통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들어가서 각 학과가 바라보는 인식론이 무엇이고, 그 틀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연구가 이루어지는지 먼저 봐야 하고요. 그걸 통합했을 때 어떻게 시너지가 날 수 있는가, 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죠. 그런 연구가 지금 많이 되어가고 있거든요. 저도 같이 공부를 하면서 대학을 바라보는 작업을 하려고 해요.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세요?


‘꼭 그럴 필요는 없어요’라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한다고 나까지 그렇게 할 필요는 없거든요. 아주 단순하게 말한다면 그 말이에요. 다른 방법도 있는 거니까요.


 

 

교육의 차이김선 저 | 혜화동
먼저 우리 아이들이 진정 행복해지기 위한 최고의 교육이란 무엇인지,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는 어떤 교육 철학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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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