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
김언 저 | 문학과지성사
최근에 읽어본 가장 흥미롭고 인상적인 시집입니다. 시집에 담겨 있는 제목만 봐도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데요. 예를 들어 '지금, 있다, 결정, 불변, 균열, 어원, 판결, 유리창, 자유, 의지, 한계, 고용, 가족,' 이런 식입니다. 이 제목들도 굉장히 독특하게 다가오는 느낌이죠. 일단 이 시집을 읽으면 김언 시인의 독특한 시 문장들에 매혹된 측면들이 있었습니다. 비유를 들어 설명해 보자면 김언 시인은 시 한 문장을 쓴 다음에 지금 방금 전에 썼던 문장을 의심하는 것처럼 발로 한참 서서 다져보고 난 뒤, 딱 한 걸음 씩만 더 다음 문장을 향해 아주 짧은 보폭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 같이 느껴집니다. 어떻게 보면 문장들이 포복을 통해 행진하는 느낌이 드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각 문장들도 중요하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의 관계들이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경우는 다르겠지만 이승우 작가의 최근 소설들을 보면 문장들이 이렇게 치열한 구조로 짜여져 있는것과 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천재에 대하여
대린 M. 맥마흔 저/추선영 역 | 시공사
이 책은 미국의 역사학자 대린 맥마흔이 쓴 책입니다. 이 제목이 드러내는 것처럼 저자는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천재, 혹은 천재성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지를 역사적인 시각을 통해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에 따르면 최근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천재라는 개념은 18세기 이후에나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이전에는 천재가 다른 의미로 수용되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고대에는 천재가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인간과 동행하면서 인간을 신적인 존재와 연결해주는 존재였다고 합니다. 그러다 18세기에 이르러 특별한 창조력이나 통찰력을 지닌 개별 존재로서 천재가 숭배되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모차르트나 칸트, 뉴턴 같은 인물이 그렇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천재에 대한 오랜 논쟁, 다시 말해 천재가 타고난 예외적인 존재인지, 아니면 학습을 통해 길러질 수 있는 보편적인 존재인 것인지에 대한 논쟁도 그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죠. 20세기의 이야기가 이어지면 흥미롭게도 20세기에는 천재숭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악한 천재도 나타났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히틀러가 그렇다는 것이죠. 그는 독일의 천재적인 독재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그 결과 사악한 사건들이 벌어졌다는 것이죠.
또한 이 책의 저자는 천재성을 검증할 지표라고 알려진 지능검사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측정이 가능한 게 아니라는 것이죠. 그리고 천재에 대한 진실이 상당히 왜곡되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감출 수 없는 천재성에 대한 매혹에 대해 말하고 있기도 합니다. 실제 책의 마지막에는 "불사조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고 해서 세기의 마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저자 스스로 "세기의 마법이여, 영원하라"고 덧붙이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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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찻잎미경
2018.03.05
susunhoy
2018.03.05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요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알아듣지못하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요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 악수를모르는왼손잽이요
거울때문에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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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단절이 아니라
문장의 흐름을 상상할 수 있다면
존재의 주변이 존재와 함께
밝아지고 아름다울 수 있을겁니다
-그대는 다가오는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장을 의심하는 것처럼
삶에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건과 관계에 따라 예술과 어울리네요
이야기는 보편적인 구조로 나타나서요
책[천재에 대하여]표지 그림을 보니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늑대 펜리르도 생각나네요
진심으로 건투를 빕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