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 위해 ‘어르신 책’ 만들었어요!
65세 노인 중 10%가 치매를 앓고 있다. 전문가들은 책읽기를 통해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르신을 위한, 어르신만의 책’은 많지 않다. 이에 도서출판 지성사는 기억인자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글과 그림을 담아 『어르신 이야기책』을 기획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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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있고 건강한 노년을 위해


어르신들의 인지 기능 저하와 우울감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어르신 이야기책』 을 만든 도서출판 지성사는 지난 3월 19일 출판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품위 있고 건강한 노년을 보장하기 위해” 40권의 책을 기획해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단순히 활자 크기를 키우거나 그림을 함께 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르신들의 기억인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내용과 소재에 중점을 두었다는 설명이다. 어르신의 책읽기 권리를 찾아드리기 위해 시작된 이번 기획은 국내에서는 최초의 시도이고, 해외에서도 그 예를 찾기가 힘들다.

 

우리나라의 경우 65세 이상 인구 중 10% 정도가 치매를 앓고 있다. 2050년에는 그 수치가 4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으로 책읽기와 여행을 적극 권장한다. 어르신 돌봄 기관에서 책읽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와 같은 활동이 독자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원중 지성사 대표는 “열 살 미만의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을 어르신에게 제공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그림책을 읽어드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소재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어르신에게 맞는 콘텐츠를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어르신 이야기책』 에는 권정생, 김주영, 박완서, 양귀자, 조지훈, 주요섭, 황순원 등 작가 15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산골 아이』 , 『들국화 고갯길』 ,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 『아네모네의 마담』 , 『유황불』 등 어르신들이 예전의 경험을 반추할 수 있는 작품들로 선별했다. 유년기와 젊은 시절의 기억, 고향이나 가족과 관련된 일화는 노년에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기억인자를 활성화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문가의 견해에 바탕을 둔 것으로, 『어르신 이야기책』 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경인지행동센터 책임자인 김상윤 교수의 자문을 받아 작품을 선정했다. 김상윤 교수는 대한치매학회의 명예이사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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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의 책읽기, 치매 유병률 낮출 것


총 40권으로 이루어진 『어르신 이야기책』 은 크게 네 종류로 나뉜다. 독자마다 읽기의 집중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그림책’, ‘짧은글’, ‘중간글’, ‘긴글’로 구분했다. 각각의 책에는 글과 함께 인지 기능을 자극하는 그림이 실려 있고, 그림책에서 긴글로 갈수록 글이 차지하는 분량이 늘어난다.

 

그림을 그린 김영희, 남인희, 임진수 화가는 판화와 수묵 기법 등을 활용해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되살리는 한편, 그림만 보고도 독자들이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왔다. 김영희, 남인희 화가는 어르신 미술치료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으며 임진수 화가는 낙송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어르신 미술치료를 공부하고 있는 김영희 화가는 “어르신들의 인지 작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작업했다”면서 “어르신들의 책읽기가 치매 유병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도서출판 지성사는 “건강한 기억인자가 활성화될 수 있는 소재”, “어르신들의 격에 맞는 글맛”, “이를 시각적으로 자극할 만한 그림”을 담아 『어르신 이야기책』 을 만들었다. 아울러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펼쳐볼 수 있도록 책의 크기를 고려하고, 읽기 쉽도록 적절한 활자 크기와 단락의 구분을 고민했다. 어르신들의 책읽기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품위 있고 건강한 노년을 함께 만들어나가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작업이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되면 치매 돌봄과 관련된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원중 지성사 대표는 내년 중에 『어르신 이야기책』 의 2차 작업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꾸준히 준비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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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