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지금 필요한가? 뭘 알아야 고민하지
헌법과 인권, 민주주의를 공부하고 실천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일단 알아야 고민도 하고 실천할 수 있으니까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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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줄 정가운데가 저자인 최진열 교수

 

 

이담 출판사에서 사이다 같은 헌법 담론서  헌법은 밥이다』 를 출간했다. 6월 지방 선거에서 개헌 투표가 실시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바꾸든지 말든지 뭘 알아야 투표를 하지 않겠나?  『헌법은 밥이다』 는 씁쓸한 개헌의 역사와 함께 바뀌어온 국민의 기본권에 대해 담고 있다. 나아가 현 정치에서 국민주권과 국민 참여가 어떻게 실현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저자인 최진열 교수는 헌법 학자는 아니지만 촛불 집회에 참여하면서 이 책을 기획, 집필하게 되었다. 권력자는 법을 아는 국민을 두려워한다.

 

『헌법은 밥이다』 라는 책의 제목이 참 인상적이고 독특한데요. 왜 이런 제목을 생각하게 되셨나요?

 

중고등학교 때 사회 혹은 정치경제 교과서에서 헌법과 개헌의 과정을 배웠는데,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직선제, 간선제, 국민의 의무만 배웠어요. 헌법에는 국민의 의무뿐만 아니라 국민의 권리도 명시했는데, 고등학교 때까지 배운 기억이 없어요. 우연히 헌법에서 경자유전의 원칙과 소작제도를 금지하는 조항(제121조 1항)과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는 조항(제31조 3항)을 보고 놀랐죠. 우리나라 헌법에 이런 조항이 있었나? 그런데 왜 잘 안 지켜지지? 그 다음에 헌법에 나온 국민의 기본권과 경제 조항을 보니 한숨이 나오고 분노가 느껴지더군요. 제34조를 읽어 보면 더욱 그렇죠 2항에는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라고 되어 있어요. 4항에서는 “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라고 했죠. 국가가 사회보장과 사회복지를 위해 노력할 ‘의무’가 있다고 했지만, 얼마나 노력했나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정책을 실시할 의무가 있다고 했지만 얼마나 지켰나요? 우리나라 헌법을 찾아보면 좋은 조항이 많아요. 그런데 이런 헌법 조항을 법률로 제정하지 않거나 반대의 내용을 담은 법률을 만들기도 하죠. 무엇보다 국민들이 이러한 조항을 모르니 정치인들이 사기를 치는 거구요. 이런 생각을 압축적으로 잘 표현할 단어를 생각하다가 ‘밥’이라는 단어가 생각났어요. ‘밥’ 혹은 먹을 것은 우리의 생활과 경제를 함축한 단어니까요. 그래서 “헌법은 밥이다”라는 제목이 떠올렸죠. 이 책 원고를 쓴 후 얼마 후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주의는 밥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의도는 모두 같죠. 제가 문재인 대통령 연설문을 베낀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지었어요. 책 출판이 늦어져서 제가 베낀 것처럼 되었지만.

 

대학 강의로 바쁘실 텐데, 촛불 집회에 참석하시면서 이 책을 기획,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역사, 특히 중국사를 연구하는 학자이기 때문에 헌법을 전문적으로 연구하지 않았습니다. 법이라곤 대학원 수업 때 수호지진간, 장가산한율, 당률소의, 원전장, 통제조격, 대명률, 여조형률 등 중국과 베트남의 법률을 읽은 정도였지요. 팔자에도 없는 남의 나라 법률만 읽었는데. 헌법까지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어요. 학생들에게 리포트 과제를 내주기 위해 우연히 우리나라 헌법을 읽어보고 놀랐습니다. 지켜지지도 않는 의무교육의 무상 원칙, 경자유전과 소작 금지라는 조항이 있는 것을 보고요. 그냥 나 혼자만 알고 말자라고 생각했었죠.


그러다가 촛불혁명 이후 생각이 바뀌었어요. 1948년 헌법부터 현재의 헌법까지 각 조항들이 바뀌는 과정을 보다가 개헌과 현재의 헌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죠. 제가 발견한 사실과 느낀 점을 공유하고, 특히 지켜지지 않는 헌법 조항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헌법학 전공자가 아니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에 헌법 조항들을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시중의 헌법 교양서를 읽어 봤는데,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도 헌법 교양서를 저술했더군요. 그래서 용기를 얻었죠.


올해 개헌 문제로 정계가 뜨거운데, 대통령 중심제냐 의원내각제냐, 권력구조보다 국민들의 기본권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개헌도 좋지만, 지금 헌법에 있는 국민들의 기본권과 경제 조항을 먼저 지키려고 노력해라. 정치인들에게 일침을 놓고 싶었죠.

 

책 내용 중 ‘씁쓸한 개헌의 역사’를 보면 그야말로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는데요. 지금 다시 개헌이 정치 이슈로 떠오르는 것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 또 이번 개헌은 어떤 점에서 지금까지의 개헌과 달라야 하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사실 이 내용은 현재 출간 준비 중인 『헌법은 밥이다 2』 에 나옵니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밥’보다 자신들의 ‘밥’ 때문에 개헌에 매달립니다. 자기 이력서에 국무총리나 장관 스펙을 넣고 싶어서 의원내각제를 주장하는 것이죠. 대한민국은 그들의 나라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나라입니다. 모든 국민들이 헌법을 공부하고 어떤 조항을 바꿀지, 혹은 그대로 둘지 토론하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헌법 조항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민개헌특위는 국민이 참여한 헌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홈페이지를 가보니 실제로 의사를 표시한 사람은 50만 명에 불과했어요. 특위에서 밝힌 500만 명의 1/10에 불과하죠. 앞으로 개헌하게 되면 형식적으로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는 척하지 말고, 진정으로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헌법안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몇몇 헌법학자들만 모아놓고 만든 헌법 말고요. 그리고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들을 국민(시민)이 견제할 장치가 필요하고요.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이제 전 국민이 헌법 제 1조는 너무나 잘 알게 되었는데요. 이 책에서는 기본권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기본권을 알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검찰과 경찰 등 국가권력이 국민들을 괴롭히고 불법 행위를 많이 저질렀기 때문인지, 우리나라 헌법에는 신체의 자유와 형사소송과 관련된 조항이 지나치게 많더군요. 심지어 형사소송법에 있어도 되는 조항을 왜 굳이 헌법에 담았을까? 생각해보니, 헌법에 적어놔야 국민들의 인권 침해가 적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미란다 원칙이나 무죄추정 원칙, 무죄 판결 후 손해보상 등. 이런 조항이라도 알면 형사소송 때 많은 도움이 되죠. 그리고 우리는 헌법에 소작금지, 의무교육의 무상 원칙, 국가의 사회보장과 사회복지 증진 의무 등이 있는 지로 몰라요. 제가 학생이었을 때는 초등학교(초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이었는데, 육성회비라는 명목으로 돈 내고 다녔잖아요? 학교에 텔레비전 기부하라고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돈을 거뒀던 기억도 있고. 지금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인데,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기성회비, 등록금, 급식비를 내고 다니잖아요? 우리가 “의무교육은 공짜다”라는 사실을 알고 헌법을 지키라고 요구했으면, 진작에 중학교 때까지 공짜로 학교 다녔을 겁니다. 우리가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이라는 우리의 권리를 모르니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은 모른 체하고 아무 일도 안하는 겁니다. 우는 애에게 젖 준다고 우리의 권리를 알고 지켜달라고 요구해야 헌법에 규정된 무상교육, 사회보장, 사회복지, 노동권 등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는 헌법적 가치가 실현될 겁니다.

 

이 책에서는 국민주권과 시민참여를 강조하고, 그 대안들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는 현재 학계와 시민들이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헌법 조항들을 싣고 있는데요. 그중 선생님께서 새 헌법에 가장 먼저 넣고 싶은 조항은 무엇인가요?


시민의회와 재판 배심원 제도입니다.


먼저 국회를 견제하는 시민의회가 있어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의 권한이 강하다고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비난하는데, 사실 ‘제왕적 국회의원’이 더 문제가 많아요. 대통령의 임기는 5년 단임이고, 지방자치단체장은 4년 임기에 3회까지 연임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어떤가요? 선거에 당선만 된다면, 연임 제한이 없어요. 자신들의 월급과 비서 수도 자신들이 결정하죠. 유권자는 선거 때만 제외하면 그들을 견제할 장치가 없어요. 무엇보다 유권자들이 선망하는 스펙을 가진 사람을 뽑다 보니, 우리를 대변하는 유권자의 대표가 아닌 상류층을 국회의원으로 뽑죠. 그 결과는? 그들은 우리의 삶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요. 그리스 아테네에서 공직추첨제를 실시한 것을 보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시민의회와 비슷한 실험이 유럽 여러 나라에서 실시되고 있는 것을 보고 용기를 얻었어요. 유권자들, 혹은 국민 전체의 성별과 나이, 지역, 학력, 직업 등을 대변한 대표를 추첨으로 선발하여 그들이 2년 동안만 활동하고 국회의원의 월급과 비서, 국회의원 선거법, 국회의원 징계 등에 대한 법률을 만들고 집행하면 어떨까요? 국회의원들이 지금보다 막말을 덜하고 더 열심히 일하지 않을까요? 촛불혁명 이후 많은 분들이 국민(시민)에게도 법률안 제안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시민의회가 이를 토론하고 법률로 입안하는 중간 통로가 될 수 있죠.


국민주권과 시민참여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한 선행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헌법과 인권, 민주주의를 공부하고 실천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일단 알아야 고민도 하고 실천할 수 있으니까요.


민주주의는 직접민주주의와 간접민주주의(대의민주주의)로 나눌 수 있다고 해요. 우리가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면 그들이 대표가 되고 주권을 위임받아 정부를 감시하고 입법 활동을 합니다. 국민의 대표인 그들이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대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문제죠. 우리의 주권을 위임한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이 제대로 활동을 못하게 되어도 꾹 참았죠. 그러다가 폭발하게 된 것이 촛불혁명이었고요. 촛불혁명을 통해 많은 시민들이 한 사람 한사람이 주권을 가진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국민주권이 실현되었다는 감격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다시는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이 국민의 뜻을 어기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 헌법과 인권, 민주주의에 대해 공부해야 합니다. 일단 공부하고 알아야 현실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고 실천할 수 있죠. 이 책이 첫 디딤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투표권을 가진 한 시민으로서, 현재의 정치계나 시민들에게 한 마디 하신다면?


모든 선거제도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가나 정당에게 유리하게 설계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의 의사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과반수의 득표를 받지 않은 후보가 당선되고 과반수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정당이 과반수 의석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졌죠. 지방의회 선거도 마찬가지죠. 그러다보니 유권자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고 정치 불신이 심해지게 됩니다. 눈앞에 닥친 투표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유권자의 의사가 잘 반영되는 투표 제도를 정치인들에게 요구하고 만들도록 압력을 넣어야 합니다. 그리고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는 후보나 정당을 찾는 안목과 그들을 지지하는 투표 자세가 필요합니다. 물론 투표가 끝난 후 그들을 감시하는 것도 필요하죠. 유권자가 감시하지 않으면 ‘국민의 대표’는 딴 짓을 하니까요.

 


 

 

헌법은 밥이다최진열 저 | 이담북스(이담Books)
헌법이 정치와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력과 의미를 되짚어 보고, 헌법 개정을 앞둔 이 시점에 민주 시민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헌법과 기본권의 기본 조항들에 대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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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