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클린 메케나, 10대 영국 소년의 시선
그의 노래에 담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들은 무뎌져 버린 어른들에게 울리는 경적 신호다.
글ㆍ사진 이즘
2018.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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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 16세, 글랜스톤베리 록 페스티벌, 브라질. 무슨 연관이 있는 단어인가 싶겠지만 이것들은 모두 데클란 메케나(Declan McKenna)라는 이름으로 수렴된다. 그는 16세라는 나이에 「Brazil」이라는 곡으로 글랜스톤베리 록 페스티벌의 신인 무대에서 우승해 주목을 얻었다.

 

어린 소년이 1970년부터 이어져 온 유서 깊은 영국 록 페스티벌에서 발탁된 것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록으로 풀어낸 점이 유효했다. 「Brazil」은 2014년 개최된 브라질 월드컵으로 극심해진 국가의 빈부 격차와 슬럼화 현상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소 평탄한 편곡과 변성기를 겪고 있는 목소리는 그가 아직 소년의 태를 벗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곡이 단순한 치기나 허세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 브라질이 축제의 흥겨움에 빠져있을 때 그곳의 이면을 바라보았다는 점 때문이다.

 

세태를 향한 성찰은 이어진다. 해열제, 진통제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Paracetamol」은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10대들에게 주는 음악처방전이다. 그는 ‘당신 주위의 세상은 미친 듯해요’라고 말하며 허구의 트랜스젠더 이미지를 생산해내는 미디어를 향해 날카로운 의견을 내보인다. 오르간 소리와 베이스로 나른한 분위기를 형성하다가도 돌연 폭발하는 록의 전개가 10대의 불안정함을 비유한다.

 

편곡과 보컬은 메시지만큼 뛰어나진 않다. 전자음을 섞어 비디오 게임 음악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Isombard」의 인트로를 제외하고는(실제로 에 수록됐다), 「The kids don’t wanna come home」, 「Mind」를 비롯한 수록곡이 투박하고 거친 소리를 지녔다. 그러나 여기엔 소외받는 사람들을 향한 시선이 담겨있다. 어른들이 돌아보지 못한 곳을 살피고, 동시대를 호흡하기에 이 10대 영국 소년이 만들어낸 노래들이 유의미하다. 그의 노래에 담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들은 무뎌져 버린 어른들에게 울리는 경적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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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