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눈앞에는 극단적인 저출산으로 인한 ‘장기 파국’과, 노동 시장 진입 인구의 증가로 인한 ‘단기 파국’이 겹쳐서 펼쳐져 있습니다. 일단 단기 파국을 막아 내지 못한다면 출산율은 더 떨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장기 파국을 막을 가능성은 더더욱 멀어집니다. 그럼 여러분의 나이가 50대쯤 되었을 때 우리나라가 망하는 꼴을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164쪽)
학원가 스타 강사로, 서울시 교육청 정책 보좌관으로, 현재는 교육평론가이자 MBC FM <이범의 시선집중>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는 교육평론가 이범. 그가 청년 세대에게 직접 말 걸어 개인적 차원에서 ‘나의 직업’을, 집단적 차원에서 ‘우리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다. 『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 는 2017년에 진행된 이범의 강연을 기반으로 한 책으로, 이범은 여기서 무엇보다 “파국이 임박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되는 노동 시장의 이중화 문제, 세계 최저 출산율(1.1명)로 인한 국민연금 고갈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며 현재의 한국 사회에 변화를 요구한 이범은 ‘우리의 미래’에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갈 것인가, 청년 개개인은 어떤 방식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더 이상 막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범이 말하는 진짜 의미의 ‘자기 주도 학습’과 ‘사회적 대타협’이 무엇인가. 다가올 미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 는 이 같은 질문에 꼼꼼하게 답하면서 불확실성의 시대, 막연하게 걱정하고 있는 모든 개인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준다.
개인적 과제, 그리고 집단적 과제
2017년에 있던 강연 내용을 바탕으로 한 책이에요. ‘여러분’이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수신자를 직접 호명하고 있거든요. 의도가 읽히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우선 청년들에게 전하고자 한 내용이었던 거죠?
네, 명확하게 젊은 세대에게 이야기하는 겁니다. 교육과 관련된 일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대학생보다는 중고등학생이 더 친숙한 편이긴 하고요. 지내다보니 결국 그 학생들이 대학에 가고, 성인이 되면서 그들이 부딪히는 문제를 비교적 많이 고민하게 됐어요. 2014년 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민주연구원(당시 민주정책연구원)에서 일을 하면서 청년들의 취업난, 민생경제 등을 들여다보게 됐는데요. 개인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와 집단적, 사회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가 있더라고요. 개인의 문제만 쓰는 것도 한계가 뚜렷하고, 집단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만 쓰는 것도 공허할 수 있다고 봤어요.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아주 특이한 책이 되었어요.(웃음)
개인과 사회 양쪽 측면에서 봐야 한다는 말씀이 중요할 것 같아요. 이 “특이한 책”이 청년들에게는 이 문제로 들어가는 좋은 문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하고요.
예를 들면 학벌이나 스펙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건 맞거든요. 사람들이 전체적인 느낌은 그렇게 받고 있는데요. 이것이 채용 시장이나 노동 시장의 변화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단 말이에요. 이런 수준의 해석은 거의 없었던 것 같고요.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났느냐를 이해하면 개인 차원의 대응이 가능하죠. 한편 양극화 같은 것은 개인적 대응이 안 돼요. 그러니까 개인적 과제와 집단적 과제를 병렬적으로 볼 필요가 있죠. 물론 다른 차원의 문제기 때문에 동일한 활동을 통해 해결할 수는 없는 것이고요. 어쨌든 인식은 동시에 하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제목이 『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 인 거죠.
제가 지은 제목이에요.(웃음) 막판까지 제목을 못 짓고 있었는데요. 결국 나의 얘기와 우리의 얘기를 같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보자고 생각을 한 거죠. 출판사 내에서는 격론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어요.
먼저 ‘나의 직업’ 이야기부터 해보면요. “일생 동안 직업을 여러 번 바꿀 확률이 높아졌다”(62쪽)고 한 부분이 핵심일 것 같아요.
영어로 ‘job’인데요. ‘직업’으로 번역되기도 하고, ‘직무’라고 번역되기도 해요.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웃음) 우리나라에서는 한 직장에서 쭉 일하는 식으로 직업을 생각하는데요. 설령 한 직장에 있다 할지라도 직무(job)는 바뀔 가능성이 크거든요. 점점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고 산업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 무엇이 성장하는 산업이고, 무엇이 사양 산업인지 알기 어렵죠. 교체주기가 짧아지니까요. 직업도 직업이지만 특히 직무 수준에서 보면 당연히 여러 번 바꾸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거예요. 저도 지금 세 번째 직업이고요.(웃음) 결국 ‘4차 산업혁명’이라면서 무엇을 가르쳐야 한다, 라는 것보다는 자기가 골똘히 여러 상황을 종합해 생각하면서 내가 무엇을 배울지 결정하게 하는 것, 그런 예행연습을 학교 교육 과정에서 시키는 것, 그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바로 ‘자기 주도 학습’이에요.
현재 자기 주도 학습은 오용되고 있어요. 심지어 요즘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에서 자기 주도 학습을 시킨다고 하는데요. 그런 것은 대개는 자기 ‘관리’ 학습이고요.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계가 뚜렷해요. 자기 주도 학습은 원래 목표 설정부터 자기가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말하는 자기 주도 학습은 목표가 ‘시험 만점’과 같은 거잖아요. 이건 자기가 만든 목표가 아니에요. 목표 자체를 스스로 설정하는 게 우리나라 교육의 큰 취약점 중 하나죠. 선진국은 크게 두 가지예요. 하나는 수강신청을 중학교 때부터 하거든요. 핀란드 통계를 보면 중학교 이수과목의 15%가 자기가 선택한 과목이에요. 고등학교가 되면 다들 과목을 개인 수준에서 정하니까 문과, 이과 구분이 의미가 없어져요. 어떤 이유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어렸을 때부터 배우게 되는 거죠.
다른 하나는요?
프로젝트 학습이에요. ‘과제 연구 수업’이라고 번역하는데요. 코딩을 배우는 데도 맛집 어플 개발이라는 목표를 스스로 정해요. 스웨덴 대학 입시 문제를 하나 공개했는데요. 사업 기획서를 써보라고 하더라고요. 스웨덴은 워낙 프로젝트 수업을 많이 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너무 취약하고요. 심지어 대학에 가서도 주입식 수업을 받잖아요. 스스로 생각해서 배울 것을 결정하는 능력이 매우 떨어져요.
개인이 목적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하셨는데요. 학교 현장에서는 사실상 이 연습이 거의 되지 않고 있어요.
고등학교에서 그런 교육을 제공 못하는데 대학에서라도 의도적으로 자신이 뭘 배울지 스스로 생각해보고 결정하는 훈련을 하라는 거예요. 이제 ‘고교학점제’도 시행된다고 하고, 프로젝트 학습도 조금씩 늘어날 테니까 여건이 나아지긴 하겠지만, 하여튼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은 자율성이 무척 떨어진 세대거든요. 이전 세대는 부모가 지금처럼 세심하게 관리 안 했어요. 사교육도 지금보다 적었고, 80년대의 십 년 정도는 아예 금지되어 있었죠. 학교에서는 매도 맞고, 주입식 교육을 받았지만 일단 학교가 끝나면 자기 시간이 있는 생활을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 세대는 그렇지 않죠. 양육 과정에서도 그렇고 제도적으로도 자율성이 떨어져요. 자기가 배울 것을 스스로 결정하는 장치를 갖추지 못한 교육 제도여서 전체적으로 자기 결정 능력이나 자율성이 상당히 낮은 세대라고 봐요.
학부모 대상 강연을 할 때 요즘은 “‘하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이 효자”(131쪽)라는 말을 하신다고 하셨잖아요.
학부모 대상 강연에서 꼭 하는 얘기예요. 요즘 효자의 개념이 바뀌었다는 거죠. 부모들은 아이가 공부 엄청 잘해서 의대 같은 데 탁 합격해주길 바라지만 대개 그런 애들은 옆집에 살아요.(웃음) 몇이나 되겠어요? 하고 싶은 게 있는 사람이 효자예요.
내신은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해야 한다
교육 선진화를 방해하는 장벽으로 사교육과 대학서열화를 꼽으셨어요.
대학서열화가 더 근본적인 이유고요. 정확히 말하면 서열 격차가 크다는 거죠. 서열 있는 나라도 많아요. 일본, 미국도 서열이 있잖아요. 서열 자체가 문제라고 하기는 어려운 면도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서열 격차가 워낙 심한 거죠. 그 때문에 사교육도 발달하고요. 어떤 교육정책을 시행하는 데 아주 심각한 제약이 돼요. 우리도 미국 SAT처럼 여러 번 볼 수 있게 하고, 공교육과 분리시키자, 라고 해봐요. 그랬다간 수능 수요가 전부 사교육으로 갈 테니 정부가 감당 못할 거고요. 대입 시험을 논술형으로 바꾸자고 하면 또 학원을 보내게 되겠죠. 결국 경쟁 압력을 낮추면서 교육 제도의 선진화를 추진하는 병행 전략이 필요해요.
대학이 장기적으로는 평생교육 쪽으로 가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잖아요.
예전 스웨덴 통계를 봤더니 30대의 십 몇 퍼센트가 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거예요. 이것은 대단한 수치죠. 우리나라 30대 전체 가운데 열 명 중 한두 명이 대학을 다니고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진짜 대단한 거거든요. 4차 산업혁명이니, 산업 변화 주기 단축이니 해서 직무를 바꿔야 하는 일이 일어날 텐데 그때마다 뭔가를 배워야 하잖아요. 대학이 효과적인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기능으로 역할 전환을 하지 않으면 어차피 살아남기 힘들 거예요. 요즘 많이 하는 얘기인데요. 창의성, 이런 것보다는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이 중요한 거고요. 그것을 사회적으로 지원하는 차원에서 고용 보험 확충이라든지 대학을 재교육 기회의 기능으로 개편한다든지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앞서 고교학점제 말씀을 하셨는데요. 현재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교육 정책에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요.
고교학점제는 문재인 대통령 교육 1호 공약이고요. 2022년 고등학교 1학년부터 하게 되어 있죠. 개인에게 수강신청의 기회를 주는 건데요. 그 정도만 되어서는 안 되고요. 배움의 과정 자체가 좀 더 학생 주도로 바뀌어야 해요. 더 파격적인 접근이 필요하죠. 크게 보면 대입을 어떻게 논술형으로 바꾸느냐, 거든요. 대입이 객관식인 나라가 OECD국 중 단 세 곳이에요. 한국, 일본, 미국이죠. 미국은 조금 다른 게 SAT 같은 시험을 학교에서 다루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분류를 해뒀고요. 한국, 일본은 오지선다 대입시험이 제도화 되어서요. 이것을 어떻게 바꾸느냐가 관건이에요.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네요.
다른 하나를 책에는 쓰지 않았는데요. 교사 강연에서 꼭 하는 얘기거든요. 지금은 교사에게 진짜 기회와 권한이 없어요. 사교육 업계에 있다가 공교육을 보고 가장 깜짝 놀란 것이 교사가 몇 학년, 어떤 과목을 담당할지 새 학기 시작 일주일 전에 알게 된다는 거였어요. 저는 학원 강의 하면서 두세 달 전부터 준비했는데 공교육 교사들을 일주일 전부터 준비시키면 될 리가 없잖아요. 2월에 인사이동을 하고 배치하는 건데 그건 말이 안 되는 얘기죠. 선진국은 모두 적어도 두 달 전에는 예고를 해요. 이런 나라는 대개 교사에게 교과서 집필 권한을 주거든요. 물론 모든 교사가 집필하는 건 아니지만 원칙적으로는 기회를 준단 말이에요. 그러려면 시간이 걸리고요. 미리 예고하는 게 너무 당연한 거죠.
‘교과서 자유 발행제’가 그것이죠?
최근 정부에서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을 세웠는데요. 예를 들면 ‘중3 1학기에 2차 함수를 이 정도 수준으로 가르쳐라’라는 정도의 추상적 지침만 주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론을 사용하고, 어떤 교재를 사용할지는 알아서 하는 거거든요. 그럼 교사가 쓰기도 하고, 민간 출판사 책을 쓰기도 해요. 과목에 따라서는 교과서가 없는 수업도 있겠죠. 소설책 몇 권 가지고 수업하는 경우도 있고요. 흔히 자율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건 기회이기도 해요. 교사가 뭘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요. 우리나라는 어떤 것을 가르치라고 정하고 교과서라는 형태로 만들어서 쫙 내려 보내잖아요. 거대한 국정 시스템에서 교사는 전달자 역할만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담당을 일주일 전, 아니 하루 전에 알려줘도 아무 문제가 없는 거죠.
평가 문제도 있지 않을까요?
제도를 변화시켜야 하는데요. 예를 들면 1반에서 3반까지 가르치는 역사 선생님이라고 해봐요. 임진왜란 가르치면서 『난중일기』 도 읽히고, 의견을 써보도록 해서 평가하고 싶어도 현재 교육부 규칙을 보면 1반에서 10반까지 시험문제가 똑같아야 하거든요. 4반부터는 아이들 얼굴도 모르는데 시험문제는 똑같아야 해요. 한국, 일본만 그래요. 다른 나라는 내가 가르친 반만 시험문제를 내거든요. 교육학적으로 당연한 거예요. 교사에게 빨리 기회와 권한, 자율을 파격적으로 줘야 해요.
워낙 신뢰가 부족한 사회잖아요. 1반부터 10반까지 시험문제가 똑같아야 한다는 압박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어느 나라를 봐도 교사 내신은 다양한 거예요. 그래서 입시가 필요하기도 하죠. 교사가 창의적인 수업으로 90점 준 것과 다른 방식으로 90점 준 것이 같을 수 없잖아요. 원래 내신은 그런 거예요. 우리나라는 안 그렇지만요.(웃음) 내신은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하는 거고요. 대학 입시는 별도의 학생 선발 시험이 어떤 식으로든 존재하는 거죠. 이게 없는 나라는 제가 본 바로는 캐나다, 노르웨이뿐이었어요. 결국 내신과 입시가 각각 담당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는 거고요. 내신은 공정성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상대적으로 다양성과 창의성에 방점을 두고 운영을 해야죠. 입시가 내신 교육을 주입식으로 만들면 안 되니까 그래서 대부분의 나라는 논술형으로 진행이 되는 거고요.
관련해서 “대학에 대한 대규모 재정 지원과 학생 선발권을 맞바꾸는 대타협”(200쪽) 을 제안 하셨어요.
‘국립대 통합 네트워크’ 이야기를 많이 해왔는데요. 저는 안 된다고 봤어요. 지방에는 국립대가 꽤 있지만 서울,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모여 있고요. 수험생이 30만 명 넘는다고 하는데 국공립대 입학 정원을 다 합쳐도 만 명이 안 돼요. 지역별로 비교적 균등한 국공립대 정원이 있어야 하고, 서울과 수도권에서 되어야 하는데 확보가 안 되는 거죠. 이 수준에서 지방 중심으로 하자고 하면, 하나 마나가 되고요. 서울, 수도권을 포괄하려면 사립대를 잡아야 하는데요. 강하게 끌려고 하면 위헌이 되거든요. 사립대의 자율권을 정부가 가져가려면 뭔가를 줘야 한다는 거죠. 저는 그냥 돈을 주자는 거예요. 정부 예산의 1% 수준이거든요. 그 정도면 타협이 가능하지 않겠느냐, 생각해요. 매년 4-5조 정도면 큰돈이지만요. 그렇게 되면 진짜 입학경쟁 압력이 확 줄어들 거예요.
큰 차원의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제목의 또 다른 부분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파국이 임박했다”(165쪽)는 정도의 심각한 위기론을 말씀하셨어요.
한국사회가 해결할 가장 큰 문제는 전쟁과 저출산이에요. 저출산이라는 부분에서 아직은 현실로 다가오지 않아서 그렇지, 지금 청년세대 입장에서는 지금이 최악이 아니란 말이에요. 앞으로 훨씬 더 최악의 상황이 올 가능성이 커요. 1.2명 이하라는 출산율은 전문가들은 전쟁 터지면 나타나는 출산율이라고 하거든요. 우리나라는 거의 15년째 이어지고 있어요. 생산성 높은 청장년세대가 확 줄어드는 거죠. 그러면 난국을 타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져요. 파국이죠. 여의도 정치권을 경험하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무도 장기를 고민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결과적으로 청년들이 피해볼 가능성이 제일 높죠. 이들은 탈조선 전에는 이 피해를 고스란히 살아생전에 경험할 사람들이에요. 이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견딜만하게 하는 정책이 무엇이냐? 결국 주거, 고용, 교육이죠. 주거는 꾸준히 하면 해결될 가능성이 있는데요. 고용과 교육은 사회적 대타협이 없으면 불가능해요.
고용 측면에서의 사회적 대타협,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가령 최저임금 정도는 정부가 겨우 접근할 수 있는 것이지만 평균임금이나 상한임금에 정부가 접근하긴 힘들죠. 그렇게 되면 아마 위헌 결정의 가능성도 있고요. 강력한 저항이 있을 수도 있어요. 노동 시간 단축도 그래요. 노동 시간을 단축하면 일자리가 늘죠. 중요한 문제인데요. 하층 노동 시장에서는 노동 시간을 줄이면 그만큼 임금이 줄기 때문에 감당할 수가 없어요. 결국 상층 노동 시장에 있는 사람들이 노동 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을 깎고 대신 청년 고용을 늘리는 해법이 가능하거든요. 하지만 상층 노동 시장에 있는 사람들, 우리나라에서 노조 조직이 가장 잘 되어 있단 말이에요. 저는 심지어 ‘애국진보’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말을 했는데요. 그러니까 이것은 거래적인 타협도 필요하고요. 눈물로 호소해서 얻어낼 각오가 있지 않으면 힘들어요. 이런 큰 차원의 사회적 대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세대 전체가 사실은 암울한 거죠.
흔히 비정규직으로 시작해서 정규직으로 경력 이동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지만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에서 확인할 수 있듯 현실적으로는 여러 어려움들이 있고요.
OECD 가운데 통계치가 존재하는 곳이 16개국 정도 있어요. 그 16개국을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꼴찌예요. 우선 상층 노동 시장만이 노조에 의해 잘 보호된 성벽 안에 있다는 요인이 있겠고요. 또 하나는 그 성벽 안에 들어가면 거의 자동으로 월급이 오른다는 점이에요. 호봉제인데요. 최근 아주 재미있는 연구가 나왔어요. 호봉제를 개혁하면 청년 고용이 는다는 거예요. 개혁한 기업 사례를 분석하니 실제로 청년 고용이 늘었어요. 당연한 거예요. 근속 년수에 따른 임금 차이가 세계에서 제일 큰 나라가 우리나라거든요. 아무리 스웨덴도 오래 되면 연봉이 올라가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훨씬 가파르게 올라갑니다. 이 상승 기울기를 낮추는 노력을 하면 당연히 청년 고용을 할 여력이 생기죠. 이런 개혁을 개별 기업이 조금씩 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회적 대타협의 형태로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를 고민해야죠. 제가 보기에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 중 하나가 노동 시간 단축이에요.
그래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159쪽)고 하신 거군요.
관심 정도가 아니고요. 청년들이 정치를 해야 해요. 영국의 경우 30대에 당대표를 하기도 하거든요. 보수당, 노동당 모두 그래요. 우선 우리 같은 연령 서열 문화가 별로 없으니까요. 우리나라는 나이 가진 분이 권력 가지는 게 당연하잖아요. 자기보다 나이 어린 사람의 지휘, 감독 받는 것을 매우 불편해해요. 이런 문화를 통째로 바꿔야 하는데요. 나이 든 양반들이 알아서 바꿔줄 리가 없죠. 청년들이 어떤 식으로든 직접 정치를 해야 하고요. 정당 가입도 하고, 직접 조직을 만들고, 활동하고, 당을 접수(웃음)할 생각을 해야죠. 그래서 40대에는 당대표도 하고요. 이 정도가 되지 않으면 어려울 거예요. 새로운 당을 만들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사실상 양당제거든요. 그것이 바뀌지 않는 한 기존 정당에서 해볼 수밖에 없어요.
이 맥락에서 지적하신 것이 노인 빈곤 문제잖아요. 양보를 요구할 수가 없다고요.
청년 담론을 볼 때 의아한 것은 ‘청년들이 어려우니까 도와달라’예요. 안 먹혀요. 외계인더러 누가 더 어려운지 판단해봐라, 라고 하면 노인들을 선택할 거예요. 일단 더 어려운 세대가 있는데다가 우리나라는 압축 성장을 해서 심지어 절대 빈곤의 기억을 갖고 있는 분들이 꽤 있어요. ‘옛날에는 더 힘들었다’가 거짓말이 아니에요. 불쌍하니까 도와달라, 보다는 차라리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망하게 생겼는데 우리 안 도와주면 안 된다, 처럼 뻔뻔스러운 것이 훨씬 필요한 태도라고 봐요.
‘나의 직업과 우리의 미래’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꼭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세요?
당신들이 얼핏 들어 왔던 것보다 훨씬 큰 위기가 예고되어 있다. 저는 경각심을 얘기하고 싶어요. 장기를 생각하는 순간 암담해진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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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이범 저 | 창비
최근 노동 시장이 보내는 두 가지 신호, 즉 ‘탈스펙’과 ‘양극화’를 분석하면서 이에 적절한 대처 방법을 개인적ㆍ사회적 차원에서 각각 모색한다.
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