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자그마치 10년동안 <채널예스>에서 ‘뚜루와 함께 고고씽’을 연재했던 북 카투니스트 뚜루가 새 책으로 돌아왔다. 『애정만 있는 가족이 무슨 가족이라고!』 . “이번 생에 효도는 글렀다”고 말하는 뚜루 작가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존중 받고 계십니까? 부부는 일심동체여야 합니까?, ‘가족이라는 병’이 심각합니다.”라고. 효녀 코스프레에 지쳐 좌절하고 만, 이제 막 40대의 길로 접어든 딸 ‘뚜루’의 이야기. 그의 말대로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건 사랑 때문이 아니라 사랑보다 더 진한 애증이 켜켜이 쌓여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손 끝으로 책 쓰다듬기, 새 책 냄새 맡기가 취미인 뚜루 작가는 그동안 잘 지내고 있었을까? 오랜만에 안부를 묻자 그는 “잘 지내지 못했다”는 서늘한 답장을 보내왔다. 3달 만에 살이 10kg나 빠졌다는 뚜루 작가.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는 뚜루를 서면으로 만났다.
질문지 같은 책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채널예스> 독자 분들께 안부 좀 전해주세요.
독자 여러분. 잘 지내시나요? 저는 몸과 마음이 몽땅 내려앉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고 이제야 겨우 숨쉬고 있습니다. 보답이라면 3달만에 살이 10킬로가 빠지는 역대급 다이어트를 이룩했고 지금은 서서히 좋아지고 있어요. 친구는 “어디가 10킬로가 빠진 거냐?” 며 비웃었지만. 이렇게 별일을 겪으며 별일 없이 살고 있습니다. 다들 그렇지 않나요?
『애정만 있는 가족이 무슨 가족이라고』 제목이 유쾌하면서도 슬픈데요. 어떤 마음으로 정한 제목인가요?
제목이 슬프다는 생각은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의외네요. 미디어에 비춰지는 가족상에 질렸달까요. 나는 현재 가족 때문에(엄밀히 말하면 가부장 때문에) 고통스러운데 그들은 너무나 이상적인 모습이라는 거죠. 제 주위를 둘러봐도 가족으로 인한 행복도 크지만 불화도 엄청나거든요. 모두가 행복하진 않잖아? 이런 마음으로 작심하고 그리게 됐어요. 그 당시 아버지와의 불화도 상당했고요. 이렇게 말하면 책을 낸 지금은 관계가 좋아졌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어디 가족이 그런가요. 애정만 있진 않으니 평생 가족이란 이름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거겠죠.
이번 책 작업, 전작들과 어떻게 달랐나요?
확실한 주제가 정해지고 그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단번에 차근차근 그렸던 책입니다. ‘뚜루와 함께 고고씽’을 그릴 때는 서평이라는 한계도 있었지만 정해진 분량에서 끝내는 짧은 호흡이었다면 <애정만 있는 가족이 무슨 가족이라고>는 그것보다는 호흡이 길었던 책이에요. 그리고 제 마음의 모난 귀퉁이를 숭덩 썰어서 하얀 접시에 올려놓은 책입니다. 친구가 책을 보고 그러더군요. “네 사상이 보인다.”구요. 앞으로도 더 많은 나를 드러내는 책으로 만들 궁리 중입니다.
28쪽에 나오는 문장을 발견하고 참 좋았습니다. (“그 하나마나한 얘기를 빼면 우리는 뭔가?) 이 그림을 그릴 때, 어떤 마음이셨는지 궁금합니다.
가족간 갈등은 아무리 말한다고 해도 해결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그 갈등이 가부장과 관련이 있다면 더더욱. 친한 친구와 지인을 만나면 안부를 물어보는데 이런 이야기도 할 수 없다면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나 싶었어요. 우리가 살면서 의미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되겠어요. 그 중 대부분이 하나마나한 얘기로 채워질 텐데. 의미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아빠께서 이 책을 보셨나요? 그 외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아빠는 모르세요. 가족들에게도 거의 알리지 않았어요. 엄마와 언니 정도만. 언니는 직설적으로 좀 더 임팩트 있었어야 한다며 아직 작심을 덜했다며 혹평을 했죠. 하하하. 엄마는 울컥하셨어요. 계속하라는 응원을 받았습니다.
효녀 코스프레, 지금도 현재진행형인가요? 코스프레라도 한다면, 이미 효녀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니요. 효녀 코스프레에 지쳐서 지금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흉내만 내고 있어요. 뭐든 무리하면 탈이 나는 법이니까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가족상이 궁금합니다.
이상적이고 그런 거 없습니다. 이상적인 가족상에 갇혀 내 가족을 바라본다면 그 또한 고통이니까요. 저마다 상황은 다르고 환경도 천차만별이니까요. 가족 구성원 각자 자신의 인생을 착실히 살면 그만한 이상적인 가족은 없을 것 같아요. 이상적인 어떤 상을 추구하지 말고.
요즘 읽고 있는 책 중 몇 권만 추천해주세요.
저, 요즘 책 안 읽어요. 읽을 시간이 없었어요. 이런 핑계를 제가 댈 줄을 몰랐습니다. 현재 지금 제 책상에 놓은 책은 『케빈에 대하여』 와 『왕국』입니다. 『케빈에 대하여』 는 최근 모성애에 지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아이 없이 인생이 끝나겠구나 싶은 순간에 모성애는 뭘까 관심이 생겼어요. 모성애는 여성이라면 저절로 생겨나는가. 내 아이는 무조건 사랑스러운가. 엠마뉘엘 카레르의 『왕국』 은 고통의 연속이던 어느 날 성당 문을 열고 들어갈 뻔한 사건에서 발견한 책이에요. 무신론자가 말이죠. 카레르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어떻게 소설로 엮었는지 무척 기대 중입니다.
생각하는 독서가, 북 카투니스트로서. ‘이 작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명 추천해주신다면요?
『회색인간』 김동식 작가입니다. 제도권에 있지 않는 그의 이력에 상당히 끌렸어요. “지금껏 없던 소설”을 쓰는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고 “출판계 최대의 화두”라는 작가님의 다음 책을 기다려요. 가능하다면 장편소설로.
정상적인 사회를 위해, 필요한 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정상, 비정상이 뭔지 모르겠어요. 정상이 비정상인 거 같고, 비정상이 정상인 것 같은 상황들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요상한 사회잖아요. 편견 없는 책이면 좋지 않을까요? 해답지 같은 책 말고 질문지 같은 책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가족들의 불편한 관계로 고민하는 독자가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정답을 갖고 해결하려 들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가족은 정답이 없고 해결은 더더욱 할 수 없을 테니까요. 자잘한 일상을 평생 공유할 가족인데 어떻게 단번에 해결 되겠어요. 불화가 생긴다면 일단 깊게 심호흡을 하고(중요합니다!) 약간을 거리를 두세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왜 있겠어요. 칼같이 정리되지 않습니다. 뒤섞인 감정 속에서 어떤 날을 웃다가 어떤 날을 울다가 그러는 거죠. 핵심은 포기하지만 않으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안부를 묻지요.
어떤 독자들이 『애정만 있는 가족이 무슨 가족이라고!』 를 읽으면 특히 좋을까요?
가족에게 지친 분들께,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나만 이런 가족인가 불행을 사서하는 분들께. 하나마나한 얘기지만 들여다보면 다들 지지고 볶으면 살고 있어요. 이상적이고 그런 가족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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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만 있는 가족이 무슨 가족이라고!뚜루 저 | 나무발전소
‘가족이라는 병’을 앓고 있지만 함부로 드러낼 수 없으며 가부장과 끊임없이 불화하면서도 효도라는 유교적 관념에 지나치게 얽매여 자신의 삶과도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딸의 이야기 하고 있다.
엄지혜
eumji01@naver.com
kmsun801
2019.10.02
mysoso
2019.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