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동화, 낭독뮤지컬 <어린왕자>의 배우 김지휘
배우로서 무대에 서지만 어떤 작품을 하든 새로운 걸 배우는 것 같아요. 뮤지컬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많이 달라져 있고, 느끼고 생각하는 게 달라서 재밌거든요.
글ㆍ사진 윤하정
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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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휘 배우.jpg

 

 

낭독뮤지컬 <어린왕자>가 국내 초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 300개 언어로 번역돼 1억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생텍쥐베리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건데요. 소설가이면서 비행사였던 작가가 1935년 사하라 사막에 불시착했다 기적적으로 구출된 경험에서 ‘어린왕자’의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너무나 익숙한 이름과 달리, 내용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다만 이 배우가 어린왕자 역에 캐스팅된 걸 보고는 참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배우 김지휘 씨인데요.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김지휘 씨를 직접 만나 ‘어린왕자’의 퍼즐을 맞춰봤습니다. 

 

“저도 그림 몇 가지만 떠오르고 내용이 기억나지 않았어요.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책을 다시 읽었는데, <어린왕자>는 어른들이 봐야할 내용이더라고요. 어느 나이에 읽느냐에 따라 내용이 완전히 다르게 이해될 것 같아요.”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린왕자는 누구나 아는 인물이잖아요. ‘순수’의 아이콘이고. 부담이 클 것 같습니다.


“순수함은 누구나 간직하고 있는데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안에 있는 걸 끄집어내야죠(웃음). 가장 힘든 부분은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과 어린왕자 캐릭터에 대한 거예요. 어리게 갈 것인가, 어린왕자의 옷을 입고 나로서 갈 것인가. 누가 봐도 어린 친구지만 가지고 있는 건 어리지 않거든요. 어른들에게도 교훈을 주니까. 그런데 어린왕자가 갖는 상징성이 있고 그걸 깨면 안 되니까 계속 고민되는 것 같아요. 캐릭터보다는 메시지적인 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고민 중이에요.”

 

어린왕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의상 등은 나왔나요?


“계속 논의 중인데, 오늘도 헤어스타일에 대해 얘기했거든요. 어린왕자가 노란 머리라서(웃음). 전체적으로 어떻게 나올지 저도 기대돼요.”

 

 

김지휘 씨와 함께 캐스팅된 이우종 배우 역시
어린왕자 이미지에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김지휘 씨의 생각은 어떤지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죠! 

 

 

 

 

 

어린왕자도 그렇지만, 김지휘 씨가 지금껏 참여했던 작품을 살펴봐도 전체적으로 따뜻한 성장드라마의 순수한 인물이 많습니다.


“맞아요. 순수하거나 성장해 나가는... 그런 이미지로 굳어지는 게 싫기도 했어요. 좀 거칠고 남자다운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지금 공연하는 연극 <생쥐와 인간>에서는 컬리와 슬림으로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 같고. 반면 연극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맡은 코헤이도 그렇고, 이번에 <어린왕자> 준비하면서 새삼 느낀 게 내가 잘하는 것, 편안한 게 이런 이미지구나 싶더라고요.”

 

그렇잖아 현재 연극 <생쥐와 인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참여 중이고, <어린왕자> 준비하고 계시잖아요. 정신이 없을 것 같은데요.


“그렇긴 해요. 5시까지 연습하고, 대학로 와서 공연하고. 월요일 빼고 공연 없는 날도 없고 사실 힘든 일정인데, <어린왕자>이다 보니 궁금하더라고요. 어떻게 공연될까. 게다가 어린왕자 역이라(웃음). 다행히 <어린왕자>는 1주일 공연이라서 그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일정을 뺐어요. 제작사 측에서 배려해 주셔서.”

 

모두 책이 원작인 작품이네요.


“네, 모든 책에는 나름의 메시지가 있잖아요. 오래 전에 쓰인 작품들이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고. 진실함, 따뜻함, 바쁘게 사느라 잊거나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의 소중함... 이런 작품들은 사우나 하고 나온 듯한 개운함이 있어요. 공연 때 많이 운 작품이 꽤 있는데, 배우로서는 시원하고 살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무려 네 인물인데, 정체성의 혼란은 없나요(웃음)? 시대도, 국적도, 성격도 다 다른 인물이잖아요.


“처음이면 혼란스러웠을 텐데, 작년에도 경험이 있어서인지 힘들지는 않았어요. <생쥐와 인간>에서 컬리는 원하는 대로 하는, 좋은 사람은 아니에요. 반면 슬림은 목장의 리더이고 좋은 사람이죠. 걸음걸이나 모양새부터 달라서 두 인물을 만드는 게 조금 힘들었어요. 제가 가지지 못한 모습도 만들어내느라 고생을 좀 했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 코헤이는 도둑 세 명 중 한 명인데, 가장 어리숙하고 눈치도 없어요. 잘 웃고 활발하고 궁금한 걸 못 참고. 저와 비슷한 면이 있어요. 물론 대본에 적힌 그 친구보다는 제가 좀 더 똑똑한 것 같지만(웃음). 그래서 준비하면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배우들끼리도 합이 좋아서 재밌게 하고 있고요.”

 

그런데 잘하는 것과 실제 모습은 다룰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무대에서보다 굉장히 차분한 느낌입니다.


“다정다감한 성격일 거라고 많이 생각하시더라고요. 다정다감하지만, 무뚝뚝한 면도 있어요. 사람들과 있을 때는 웃고 장난하는 걸 좋아하는데, 가족이나 측근들, 혼자 있을 때는 다른 모습이 있어요. 많은 말을 하지 않고. 누군가를 만나서 웃고 무대에서도 무언가 표현하는 일이다 보니 그런가 봐요.”

 

두 작품은 연극이고, <어린왕자>도 연극적인 요소가 짙은데, 요즘 연극에 주력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작품이 오면 ‘해보고 싶다, 대본이 좋다, 함께 하는 배우나 제작진이 좋다’ 그런 면을 보고 선택하는 것 같은데. 뮤지컬과 연극의 색이 뚜렷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고, 어느 순간에는 뮤지컬이 재밌고 또 다른 순간에는 연극이 재밌더라고요. 그 순간은 작품이 결정해주는 것 같아요.”

 

낭독뮤지컬 <어린왕자>는 기존 뮤지컬과도 좀 다른 형식이고, 원작 자체가 무대에 구현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어서 어떻게 펼쳐질까, 김지휘 씨가 어떤 재미를 느끼실까 궁금합니다.


“맞아요. 낭독공연이라 책보다 좀 더 축약되는 부분이 있고, 무대에 장치도 별로 없어서 상상력을 불러일으켜야 할 부분이 많은데, 제가 그려야 관객들도 그릴 수 있겠죠(웃음)? 하지만 메시지는 책과 같을 거예요. 따뜻하고 행복한, 또는 조금은 슬픈. 그리고 노래가 참 좋아요. 선율이 좋아서 감동이 배가 되지 않을까. 좀 어렵다면 생떽쥐베리가 돼서 그 시선에서 공연을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참여하고 있는 공연이 메시지가 확실한 작품들이라 배우로서도 많은 생각을 할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마음가짐 들어볼게요.


“배우로서 무대에 서지만 어떤 작품을 하든 새로운 걸 배우는 것 같아요. 뮤지컬 처음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많이 달라져 있고, 느끼고 생각하는 게 달라서 재밌거든요. 앞으로 내가 어떻게 변하고, 어떤 것을 느낄지도 궁금해요. 무대에서 받는 박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요. 지금도 몸은 좀 힘들지만 감사하고 행복하죠. 더 좋은 작품으로, 기회가 되면 다른 매체로도 발을 넓히고 싶고. 무엇보다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어요.”

 

낭독뮤지컬 <어린왕자>는 9월 8일부터 16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됩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책을 들춰보니 곳곳에 밑줄이 그어진 게 보이네요. 어른이 되어 다시 보는 <어린왕자>는 어떤 느낌일까요? 어쩌면 가장 어려운 캐릭터인 어린왕자를 김지휘 씨가 어떻게 소화해 내는지도 함께 확인해 보시죠. 참, 확정된 차기작은 그의 이미지와 또 딱 들어맞는 공연이니 조금 기다려 보시고요! 힌트를 드린다면 김지휘 씨가 지금껏 연기해보지 못한 국적의 인물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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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