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일상, 그 사이 어딘가에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면 하세요. 그리고 버티세요. 벅차도 버티고 또 버티세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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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립풀 후쿠오카』  ,  『이지 시티 방콕』 , 『버스 타고 주말 여행』  등 감각적인 여행서로 사랑받은 안혜연 작가가 이번에는 일상 여행 에세이,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를 펴냈다. 때로는 일을 하기 위해, 때로는 휴식을 위해 떠났던 여행길에서 걷고, 보고, 듣고, 만난 순간순간을 기록한 그녀의 이야기가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 에 고스란히 담겼다.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모로코, 인도, 일본, 베트남, 태국…… 그녀가 다녀온 수많은 여행지의 풍경과 그 속에서 새겨진 생각들을 당신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묻는다. 지금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지.

 

 

『트립풀 후쿠오카』   등 가이드북을 주로 출간하시다 오랜만에 에세이를 선보이셨는데 소감이 어떠세요?

 

첫 책 이후 정보서 위주의 작업을 해왔어요. 기존에 해왔던 작업과는 결이 다른 책입니다. 사실이나 정보를 소개하는 데 치우치기보다 여행지에서의 경험과 생각을 더 많이 녹였어요. 덕분에 한동안 말랑말랑한 감성으로 지냈죠. 신간을 내놓는 마음은 언제나 두근두근 설레요. ‘독자님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기대되는 한편 걱정도 됩니다.

 

독자들의 안부를 묻는 듯한 책 제목이 참 다정합니다. 작가님께도 여쭤보고 싶은데요. 작가님의 일상은 안녕하신가요?


네! 안녕해요. 누가 들으면 배 아파할 수도 있겠지만 별일 없이 삽니다. 별일 없기 쉽지 않은 세상이잖아요.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어요. 때때로 일하고 때때로 여행하며 지냅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삶을 살아내는 게 아니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무한히 감사하면서!

 

여행 전문가로서 작가님만의 여행 잘하는 노하우가 있을까요?


준비는 설렁설렁, 얼렁뚱땅 넘어가곤 하지만 나름 비장의 무기가 있어요. 어느 나라를 가든 인사말과 고맙다는 표현 정도는 현지어로 반드시 외워요. 입에 착 달라붙게 몇 번이고 소리 내어 익히죠. 첫 만남에서의 인사와 감사의 표시만큼은 현지어로 말하려 애씁니다.

 

도브리 덴(Dobry den, 안녕하세요).” “제꾸이(Dekuji, 고맙습니다).”를 더듬더듬 외치는 모습을 그려봐요. 험상궂은 표정의 아저씨도, 쌀쌀맞은 얼굴을 한 아가씨도, 무뚝뚝하고 냉랭한 인상을 풍겼던 프라하 사람들 역시 인사 한 마디에 하나같이 웃는 얼굴이 돼요.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게 만드는 마법 같은 말! 인사만 잘해도 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평소에는 낯을 많이 가리지만, 여행지에서는 느낌이 좋은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친구가 된다고 하셨어요.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친구를 소개해 주신다면요?


벌써 10년 전이네요. 인도 푸쉬카르 호숫가에서 동갑내기 친구 보라를 우연히 만났어요. 남동생과 인도를 여행하는 중이었는데 지나가다 “한국 분이세요?”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인연이 닿았죠. 여행지에서는 아주 흔한 만남이에요. 사려 깊고 유쾌한 구석이 있었던 남매와 바라나시를 거쳐 네팔까지 향하는, 조금은 고달팠던 여정을 함께 했어요.


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 중에서는 마음 터놓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어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고 한낱 스쳐가는 바람처럼 지나가는 인연도 있어요. 잡으려고 한다고 해서 잡히는 것도 아니고 피하려고 해서 피해지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보라는 아이 어머니가 되었고 제주로 이주했음에도 가끔 얼굴 보며 사는 진짜 친구가 되었습니다. 인연은 그런 건가 봐요. 이어질 사람은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이어지고 끊어질 사람은 끊어내지 않아도 매일매일 조금씩 멀어져 가는 것.

 

책을 쓰기 위한 여행과 휴식을 위한 여행은 매우 다를 것 같아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일거리를 안고 떠나는 여행은 어깨가 무겁죠. 마냥 편한 마음으로 다닐 수 없더라고요. 글이든 사진이든 다녀와서 뱉어내야 할 게 있으니까. 부담스럽죠. 휴식을 위한 여행은 계획 없이 느슨하게 다니는 걸 즐기는 타입이지만, 일을 위한 여행은 일정을 꼼꼼히 챙기고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요. 특유의 집요함을 한껏 발휘해야 해요. 취향과 상관없이 목적에 따라 여행의 패턴이 달라지곤 하는데 할 수 없죠. 여행이 제 일이고 직업이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책 인세만으로는 먹고 살기 어려운 여행작가의 현실도 짚어주셨어요. 6년 전에는 직장인이셨는데 다시 안정적인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요?


단호하게 “없어요!”. 수입이 들쭉날쭉 일정하지 않지만 밥 굶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입니다. 다달이 통장에 꽂히는 월급이 들어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보다 더 값진 자유로운 시간, 전 그게 더 필요한 사람이에요. 안정적이지 않은 게 이 직업의 큰 단점이라고 생각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회사로 날마다 출퇴근하면 안정적인가요? 회사가 하루아침에 망할 수도 있고 못마땅한 상사가 나타나 못 견디게 할지도 모르는 일인데? 뭐, 그거나 이거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깁니다.

 

마지막으로 여행작가를 꿈꾸는 분들께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작가 선배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평생 글 써서 먹고 살 수 있을까요?” 선배의 대답은 기대와 달리 별스럽지 않았어요. “그냥 계속하면 돼요.” 수십 년간 글밥을 먹고 산 그에게는 남다른 비법이 있을 줄 알았는데 웬걸, 이렇게 싱거울 수가. 가고 싶은 길이 있다면 줏대 없이 휘청거리지 말고 그저 덤덤하게 걸어가라는 게 그의 조언이었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선배의 말을 곱씹어 봤어요. 그러고 보니 여태껏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는 쪽은 언제나 나 자신이었어요. 일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수입이 일정치 않다고 갖은 핑곗거리를 늘어놓으며 스스로 포기하지 않으면 되는 일. 진짜 하고 싶은 일이라면 하세요. 그리고 버티세요. 벅차도 버티고 또 버티세요. 수년째 이 직업을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당신의 일상은 안녕한가요안혜연 저 | 상상출판
어떤 날은 슬렁슬렁 동네 한 바퀴에 그치기도 하고 가끔은 우두커니 카페에 앉아 사람 구경을 하며 커피를 홀짝이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여행은 꼭 무언가를 보러 가는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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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