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가 사랑한 술에 관한 모든 것
술이나 음악이나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다”는 겁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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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술을 사랑하는 미주가(美酒家)이자 하루키스트인 저자가 하루키의 모든 작품을 읽고 또 읽으며 작품 속에 나오는 음악을 듣고 술을 마시며 쓴 매혹적인 책이다.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에 등장하는 술을 맥주, 와인, 위스키, 칵테일로 분류하여, 해당 작품 스토리의 흐름과 주인공 사이의 대화에서 나오는 술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살펴보고, 나아가 해당 술을 주제로 한 문명사와 술 제조법까지 담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주인공의 행적을 추적하며 술과 연관된 작품 속 장면을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어 하루키의 해당 작품을 읽지 않은 독자도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며, 술에 대한 특징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 술을 즐기지 않거나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술의 맛과 역사를 즐길 수 있다. 저자는 평생 음악에 빠져 음악을 업으로 삼고자 국내 모든 라디오PD 시험에 응모할 정도로 음악을 사랑한 자신의 특기를 살려 각 장의 끝에 하루키 작품에 나오는 음악에 관한 설명도 덧붙였다. 부록으로 실은, 저자가 발품을 팔아가며 하루키가 즐겨 찾던 술집을 취재한 내용과 국내의 가볼 만한 곳, 그리고 술과 관련된 하루키의 문장들은 또다른 재미를 준다.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는 쉽고 재밌게 읽히지만,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서 글을 쓰기에는 작업 과정이 무척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직업이 기자라서 자료 조사하는 건 익숙한 편입니다. 기사를 쓰려면 현장 취재도 중요하지만, 자료를 찾아서 정리하는 일도 반드시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처음엔 겁 없이 시작했어요. ‘취재할 때도 하던 일인데, 하면 되겠지’ 이런 심정으로요. 그런데 막상 하다 보니 막막하더라고요. 하루키가 워낙 부지런한 작가여서, 많은 작품을 남겼잖아요. 그러니 읽어야 할 게 많아도 너무 많더라고요. 일단 소설은 장편, 단편 가릴 것 없이 모조리 읽어야 했고 에세이도 참 많은데, 어디에 술 얘기가 나올지 모르니까 전부 다 사서 읽었습니다. 또 국내에 번역 출간되지 않은 책들도 일부 있었어요. 이건 일본어 잘하는 분의 도움을 받아서 읽고 자료를 정리했어요. 그밖에도 하루키 관련 평론집이라든가, 암튼 하루키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는 책은 죄다 읽었어요. 혹시라도 하루키의 술과 관련된 언급이 나올까 싶어서요. 그러다보니 하루키와 요리를 주제로 한 책이라든가 하루키와 음악을 다룬 책 혹은 하루키를 주제로 한 여행 책까지 두루두루 다 보게 됐죠.


그나마 다행이었던 게, 이 작업 시작할 때 마침 회사가 파업 중이었어요. 파업 집회 나가는 시간을 빼놓고는 하루 종일 신촌에 있는 스터디카페에 틀어박혀서 하루키 책을 읽으며 자료를 정리했어요. 하루 평균 14시간 정도 작업을 했어요. 보통 작가들이 책 쓸 때 ‘엉덩이로 쓴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번 책은 정말 그랬던 거 같아요. 말이 쉽지 하루 14시간을 한자리에 앉아서 작업한다는 거 결코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요. 오랜 시간 앉아 있으니까 엉덩이뼈가 아파서, 의자에 두툼한 쿠션을 깔았어요. 처음엔 하나를 깔았는데, 나중엔 아예 두 개를 깔고 앉아서 글을 썼어요. 원고 다 마치자마자 든 생각이 ‘아, 이젠 엉덩이 안 아파도 되겠구나’ 였어요. 진짜 이건 “손이 아닌 엉덩이로 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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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펴낸 두 권의 책 주제가 음악과 술, 문학(하루키)과 술입니다. 두 번째 책에서는 음악을 내세우지는 않았지만,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음악에 대한 설명도 있습니다. 음악과 술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우문이지만 저자님께서 생각하시는 음악과 술의 공통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했어요. 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좋더라고요. 한때는 “평생 음악만 들으며 살았으면 소원이 없겠다”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고등학교 때까진 입시 준비한다고 많이 못 들었는데, 대학 들어간 뒤엔 정말 음악에 빠져서 살았어요. 대학 때 학점이 ‘선동열 방어율’ 수준으로 형편없었던 게 음악 때문이었어요. 밤새 음악 듣느라고 학업에 소홀했거든요. 그땐 정말 음악이 제 삶의 전부였던 거 같아요. 그래서 대학 졸업한 뒤에도 라디오 피디나 음악 전문 피디를 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시험도 많이 쳤어요. 아마 그 당시 공채를 실시한 거의 모든 방송사에 지원했을 거예요. 결과는 매번 낙방이었죠. 정말 희한하게 다 떨어지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걷다가 우연히 점집에 갔는데, 거기서 “글을 쓸 팔자”란 애길 들었어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자 시험을 쳤더니 한 번에 딱 붙어버리는 거예요. 이렇게 해서 기자가 된 건데요. 그래도 다행인 게 회사 와서 종종 라디오 프로그램에 음악 소개하러 출연을 하게 되더라고요. 방송기자 중에서 아마 저만큼 음악 프로그램 게스트로 자주 나간 사람은 없을걸요. 심야 FM 프로그램은 고정 게스트도 했었고, 굿모닝FM 같은 간판 프로그램에도 나가봤고요.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3번이나 한 시간씩 초대 손님으로 출연했으니까요.

 

다음은 술 얘기인데요. 일단 대학 때는 ‘많이 마시자’는 쪽이었어요. 타고 난 주량이 좀 센 편이어서, 소주, 막걸리, 맥주 가리지 않고 많이 마셨어요. 그러다가 언론사에 입사했는데, 선배들이 죄다 폭탄주를 먹이는 거예요. 맥주에다가 양주를 타 마시는 거였는데, 그땐 그게 회식 문화의 상징이었어요. 술 좀 마신다 치면 “너 폭탄주 몇 잔이나 마시니?” 라고 묻곤 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회의가 드는 거예요. “아니, 세상에 술이 소주, 맥주, 폭탄주만 있는 게 아닌데, 왜 다들 그것만 마시나?” 이런 생각이 든 거죠. 그날 이후로 술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술에 대한 책도 사서 읽어 보고, 이것저것 술을 사서 마셔보기도 하고요. 직업이 기자이다 보니 해외 출장을 다닐 기회도 제법 많았는데, 그때마다 일 마친 뒤엔 현지의 술을 마셔보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서서히 술에 빠져든 거 같아요. 마치 대학 때 음악에 빠지듯 말이죠. 칵테일을 잘 만들어보겠다고 학원도 다니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조니 워커 스쿨이라고 주류 전문 교육 기관이 있었는데 거기도 졸업을 했고요. 그러다가 국가 공인 주류 자격증인 조주 기능사도 취득을 했으니, 꽤 깊이 빠져든 거죠. 술 공부를 하다 보니 술의 세계가 너무도 넓고 재미있었어요. 사실 인류 역사와 함께 발전한 게 술인데, 거기에 얽힌 역사나 일화가 얼마나 많겠어요. 이런 걸 하나하나 공부하다 보니, 지금은 애호가치고는 제법 많이 알게 된 거죠. 그래서 책도 쓰게 됐고요.

 

그리고 음악과 술의 공통점을 물으셨잖아요. 이 두 가지는 공통점이 많은데, 먼저 하나만 꼽자면 “기억을 소환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예를 들자면, 저는 지금도 E.L.O의 “Midnight Blue”를 들으면 이 음악을 처음 들었던 중학교 2학년 시절로 돌아가 버려요. 그때 방에서 헤드폰 끼고 이 음악을 듣다가 어머니한테 “왜 불러도 대답을 안 하냐”고 크게 혼난 적이 있거든요. 또 첫사랑한테 차인 날엔 자취하던 옥탑 방에서 “Every Breath You Take”를 크게 틀어놓고 술을 마셨거든요. 그래서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 생각이 나요. 그런데 어찌 보면 술도 비슷해요. 저는 태어나서 ‘공식적’으로 처음 마셨던 술이 중국집에서 아버지와 함께 마신 백주(고량주)였는데, 그때의 강렬했던 기억은 아마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거예요. 이런 식으로 술과 음악은 기억과 추억을 소환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라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종류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에요. 그러니까 술이나 음악이나 “하늘의 별 만큼이나 많다”는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세상에 음악이 얼마나 많나요? 록, 재즈, 힙합, 클래식…… 한평생 하루 24시간 내내 음악을 듣는다고 해도 아마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음악 중의 극히 일부만 듣고 세상을 떠나게 될 거예요. 또 마찬가지로요. 세상에 술이 얼마나 많나요? 맥주 하나만 생각해도 전 세계 곳곳에서 생산하는 맥주가 대체 몇 종류나 되겠어요?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을 거거든요. 이거 다 먹어보는 건 불가능하죠. 그래서 음악과 술은 아무리 즐겨도 다 못 즐기고 죽는다는 것이죠. 그래서 제 소원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술과 음악을 가급적 많이, 가급적 열정적으로 즐기고 싶다는 겁니다.

 

출간한 지 한 달가량 지났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계속 술을 찾게 되는 점이 힘들었다는 독자들의 리뷰가 눈에 띕니다. 집필하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도 술에 관해 쓰면서 술을 마시지 못한 점이라 들었는데, 솔직히 집필하는 중에 가장 많이 마셨던 술을 어떤 술입니까?

 

네, 독자들 반응 중에 공통점은 “이 책 읽다가 술 생각이 너무 많이 나더라”였어요. 어떤 분은 “이 책 때문에 과음했다”는 분도 있고, 또 어떤 분은 “한 페이지 읽다가 술 마시고, 다음 날 또 한 페이지 읽다가 술 마시고 하느라, 책 진도가 너무 늦다”라고 하소연하시는 분도 봤고요. 사실 저 역시 그랬어요. 저도 술 좋아하는 사람인데 책 쓰면서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술 얘기를 잔뜩 써 놓은 하루키의 소설과 에세이를 읽으면서도 술 생각이 많이 나서 힘들었고요. 그렇게 정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가 책을 쓰는 동안에도 술 참는 게 정말 고역이었어요. 술에 대한 책을 쓰는 사람이면 아마 다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특히 저는 원고 작업을 한 곳이 신촌에 있는 스터디카페였는데, 하필 그 스터디카페 바로 옆에 오래된 막걸릿집이 있었어요. 원고 쓰다가 창밖을 보면 술 마시러 온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이 눈에 들어오고 해서 정말 더더욱 힘들었던 거 같아요. 하루는 도저히 참기 힘들어서 막걸릿집 내려가서 폭음을 한 적도 있었고요. 아니면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 사서 몇 모금에 들이켜고 작업을 했어요. 위스키 같은 독한 술을 마셨다간 아예 원고 작업을 못하니 어쩔 수 없이 도수 낮은 술을 틈틈이 마시게 되더라고요.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술의 종류가 매우 많습니다. 모든 술을 다 알 수는 없었을 텐데요, 혹시 몰랐던 술을 추적해가는 과정에서 재밌는 일화가 있을까요?

 

하루키 단편 중에 「춤추는 난쟁이」라는 게 있는데요. 이 작품에 '메카톨주'라는 술이 나와요. 그런데 아무리 뒤지고 뒤져도 메카톨주라는 술이 뭔지 알 수가 없는 거예요. 온갖 책과 자료를 다 찾아보고 인터넷으로도 뒤져봐도 찾을 수가 없어서요. 결국은 하루키 팬들이 모인 해외 인터넷 포럼에 제가 글을 올렸어요. 혹시 이 소설에 나오는 메카톨주의 정체를 아느냐고. 그렇게 해외 하루키스트들의 집단 지성을 활용해서 내린 결론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술이다’라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하루키가 만들어낸 가상의 술인 거죠. 그 술이 등장하는 작품 자체가 판타지에 가까운 소설이니까요. 하루키가 현실에 없는 술을 등장시켰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말은 되겠죠. 이걸 빼고는 다 찾아냈어요. 『댄스댄스댄스』에 '프리모 맥주'가 나와서 이게 뭔가 했는데, 알고 보니 하와이에서 생산되는 맥주더라고요. 또 하루키가 실명을 적지 않아도 유추 가능한 것들도 있었어요. 예를 들자면, 『기사단장 죽이기』를 보면, “스코틀랜드에 사는 지인이 아일레이섬의 꽤 귀한 싱글몰트 위스키를 가져다줬습니다. 프린스 오브 웨일스가 그 증류소를 방문했을 때 직접 망치를 들고 뚜껑에 못을 박았던 오크통에서 나온 술이라고 해요” 라는 대목이 나오거든요. 이 작품에서 하루키는 이 위스키가 뭔지 실명을 적지는 않았지만, 원산지가 “아일레이섬”이고 “프린스 오브 웨일스 (영국 왕세자)가 방문했다”라는 힌트를 통해 ‘라프로익’이란 걸 알 수 있거든요. 이렇게 하루키가 적어놓은 표현을 통해 이 술이 뭔지를 찾아내는 것도 또다른 기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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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토크노마드

 

 

만약에 하루키를 직접 만나서 이 책을 소개할 기회가 생긴다면 어떻게 소개하겠습니까? 그리고 집필하는 중에 궁금했던 점이 있었을 텐데, 하루키에게 한 가지 질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어떤 질문을 하겠습니까?

 

책을 쓰면서 그런 상상을 하긴 했어요. 하루키 씨가 진짜 제 책을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어쩌면 “왜 이런 걸 썼느냐?” 라고 시큰둥하실 거 같기도 하고요. 아니면 “같이 술 한잔 하자”고 하시면 얼마나 기쁠까. 혼자서 그런 상상을 했어요. 아마 제가 직접 만나게 된다면 구구절절 책 소개를 하기보다는 그저 조용히 책을 드리면서 “이 책이 위스키였으면 얼마나 좋을까요?”라고 딱 한마디만 할 거 같아요. 실제로 하루키는 『위스키 성지 여행』 (원제: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 もし僕らのことばがウィスキ-であったなら) 서문에서 이렇게 적은 적이 있거든요.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 이처럼 고생할 일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잠자코 술잔을 내밀고 당신은 그걸 받아서 조용히 목 안으로 흘려 넣기만 하면 된다. 너무도 심플하고 너무도 친밀하고 너무도 정확하다.”

 

그리고 하루키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할 기회가 온다면 - 책에 적은 대로 - “당신은 어떤 스타일의 마티니를 가장 좋아하십니까?”라고 물을 거 같습니다. 이번 책을 쓰면서 하루키의 음주 취향은 다 파악을 했는데, 하루키가 즐기는 마티니 스타일은 알아낼 수가 없었거든요. 이건 꼭 한번 물어보고 싶었어요.

 

기자이면서도, <술에 대하여> 다큐멘터리 연출도 하시고, 영화감독으로도 데뷔를 하셨습니다. 조주사 자격증은 국가공인 술꾼으로도 해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경우에 따른 추천 술이 있는지요? 가령 실연당한 친구에게 이런 술을 추천한다, 비 오고 적적할 때 이런 술을 추천한다, 직장 상사의 변덕과 성질로 인한 스트레스가 높을 때 이런 술을 추천한다는 식으로 말이죠.

 

음... 술꾼으로 알려지다 보니 주변에서 가끔 이와 비슷한 질문을 받는데요. 일단 말씀하신 것 가운데에서 실연당했을 땐 와인이나 샴페인을 권하고 싶어요. 보통 실연당한 사람이라고 하면 포장마차에서 울면서 소주 마시는 장면이 떠오르는데요. 저는 이런 모습과 정반대로 한번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아니, 생각해보세요. 실연까지 당해서 비참한 상황인데, 그럴 때 꼭 소주를 마셔야겠느냐고요.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우아한 분위기에서 와인이나 샴페인을 즐기는 게 나아요. 그래야 자존감도 덜 상하고요. 남들이 보기에도 좋아 보여요. 애인한테 차이고 나서 소주 마시면서 비참한 모습 보인다고 떠난 애인이 돌아오기라도 하나요? 차라리 혼자서라도 우아하게 즐기는 게 낫죠. 다음으로 비 오고 적적한 날은 위스키처럼 독한 술을 조금만 드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하루키 소설에서도 주인공이 쓸쓸히 외로움을 달랠 때는 꼭 위스키가 등장하거든요. 독한 위스키 한 잔만 마셔도 심장이 금방 뜨겁게 달아오르기 마련이니까요. 단 과음은 하지 마시고요. 그리고 마지막이 제일 어려운 질문 같은데요. 직장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때는 차라리 술 대신 운동을 하는 게 어떤가 싶은데요. 특히 권투 같은 격투기. 조금 과격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린 뒤에 간단히 맥주 한잔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혹시 다음 책 집필 계획이 있으신지? 앞서 낸 두 책이 모두 흥미로운 주제여서 세 번째 책의 주제가 몹시 궁금합니다.

 

사실 제가 전업 작가가 아니다 보니, 자료조사를 하고 책을 쓸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아요. 솔직히 쓰고 싶은 주제는 수십 가지나 되는데 시간이 부족해서 정리를 못하고 있어요. 다만 한두 작품 정도는 본격적으로 ‘술’을 주제로 책을 써보고 싶어요. 그러니까 그동안은 <술 뮤지션> <술 하루키> 이런 식으로 술을 주제로 다른 무언가를 얹어서 가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술’ 그 자체를 주제로 책을 써보고 싶어요. 제가 술 공부를 시작한 게 어림잡아 15년 정도 됐는데, 이젠 그럴 때도 됐다 싶거든요. 그동안 찾아놓은 자료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주류 인문학 책을 내보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또 이후에는 제가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까, 뮤지션들의 인생을 다룬 책을 써볼까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어쨌든 앞으로도 저는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쓸 겁니다. 또 가급적 세상에 없는 책을 쓰려고 노력할 거고요. 제가 써서 맨 먼저 제가 읽고 싶은 주제, 그리고 세상에 아직 없는 주제. 이 두 가지를 생각하면서 계속 글을 쓰려고 합니다.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조승원 저 | 싱긋
평생 음악에 빠져 음악을 업으로 삼고자 국내 모든 라디오PD 시험에 응모할 정도로 음악을 사랑한 자신의 특기를 살려 각 장의 끝에 하루키 작품에 나오는 음악에 관한 설명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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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 #조승원 작가 #음악과 술 #하루키 #eBook
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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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잎미경

2018.11.04

한 우물을 파다 보면, 무언가에 미친듯이 빠져 있다 보면. 한 곳에 도달하게 되는가 보다. 이 글의 저자 조승원도 하루기, 술, 음악에 미쳤었다. 그리고 그게 글에 이르게(미치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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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18.11.02

끄덕끄덕해가며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는 술은 못하지만 같이 꼭 한잔 하고픈 기분이 들어요. 책이라도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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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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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원

버번 위스키를 뜨겁게 사랑하는 ‘술꾼’ 기자. 1990년대 후반 경찰서를 출입하던 초년병 사건기자 시절에 처음 버번 위스키를 입에 댔다. 회식 때마다 마시던 폭탄주가 슬슬 지겨워질 무렵, 잭 다니엘스와 짐 빔, 메이커스 마크를 만나게 되면서 미국 위스키에 빠지고 만다. 그는 버번 위스키를 잔에 따를 때까지는 매우 차분하다. 하지만 한 모금 맛보고 나면 체면을 벗어던져버린다. 잔에 코를 깊숙이 들이박고 온갖 감탄사를 연발한다. 눈앞에 자기 위스키가 있는데도 옆자리 손님의 잔을 곁눈질하며 탐욕하기 일쑤다. 버번 한 잔을 마신 뒤엔 물 한 모금에 심호흡 세 번을 하는 특이한 버릇도 있다. 버번 위스키를 사랑하는 그는 언젠가 버번 향을 담은 향수가 출시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2010년 국가공인 자격증인 조주기능사를 취득했다. MBC 창사 50주년 다큐멘터리 〈술에 대하여〉를 연출하고 극장판으로 제작해 감독이 되기도 한다. 2017년에는 술과 팝에 대한 에세이 『열정적 위로, 우아한 탐닉』을 출간했고, 이듬해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한 술을 주제로 『하루키를 읽다가 술집으로』라는 책을 썼다. MBC 보도국 디지털뉴스제작팀장이며, 추적 저널리즘을 지향하는 시사프로그램 〈탐사기획·스트레이트〉 진행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