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은 관점 디자이너(Perspective Designer)다. ‘관점 디자이너?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이지?’라는 의문을 갖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 내가 만든 직업이기 때문이다.(중략) 관점 디자이너는 관점을 바꿔 생각의 방향이나 구조를 바꾸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18쪽)
자신의 직업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 하나의 브랜드를 만든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는 오피스리스 워커(Officeless Worker)다. 하루 100통 이상의 전화 통화를 하고, 수시로 오가는 휴대전화 메시지와 이메일을 이동하는 차 안에서 확인한다. 강연과 미팅이 매일처럼 이어지는 그는 한 달에 20번 월급을 받는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가 어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을 만든 ‘우아한형제들’에서 근무하기로 결정할 때 계약서에는 “박용후는 2,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을 때 회사를 졸업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후 배달의민족은 2,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고, 그는 계약대로 회사를 졸업했다. 물론 졸업식 이후 바로 입학식도 이어졌다. 졸업과 입학이라는 개념을 직업에 가져온 관점의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One of Them’이 아니라 ‘Only One’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몸소 보여주며 여러 개의 명함을 갖고, 직업의 개념을 다시 정의한 박용후. 그가 자신의 대표작 『관점을 디자인하라』 개념 확장판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나만의 정의를 가지라는 말이었다. 생각의 관성에 머물러 있지 말고, 치열하게 사색해서 얻어낸 자신만의 정의를 갖는 일, 이것이야말로 당신을 대체불가능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라고 박용후는 강조한다.
나만의 정의를 가져라
이 책을 처음 냈을 때로부터 5년이 지났어요. 이번 ‘개념 확장판’에서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요?
처음 이 책을 썼을 때는 정신없이 썼어요. 생각이 나면 무조건 기록했으니까요. 5년을 지나오고 보니까요. 바뀐 게 너무 많더라고요. 우선 제가 생각하기에 부끄러웠던 부분은 들어냈는데요. 좋은 회사라고 얘기했는데 알고 봤더니 아닌 사례도 있었거든요. 그런 부분은 뺐어요. 아픈 것을 남겨두고 싶지 않았던 거죠. 그대로 두면 그 책을 읽는 분들은 그 기업이 아직도 좋은 기업인 줄 아실 테니까요. 한편 이 책은 5년 뒤에 바라본 5년 뒤의 관점이에요. 단어 하나, 문장 하나, 이야기의 순서도 많이 고민해서 바꿨어요. 그동안의 변화에 대해서도 기존의 것과 연결되는 것들은 다 넣었어요.
책에 대한 애정이 많이 느껴지네요.
이 책이 제게는 굉장히 소중해요. 저를 있게 해줬고요 제가 어떻게 있었는지 설명하는 책이니까요. 그만큼 더 정성을 쏟아서 개정 작업을 하고 싶었죠. 원래는 훨씬 두껍게 내려고 했는데요. 출판사에서 책을 따로 더 내자는 제안을 주셨고요. 다른 내용은 잘 묶어서 『관점을 디자인하라 2』로 낼 예정이에요.
이번 개정판에서 덜어낸 부분이 있다면 더 강조된 것도 있겠죠? 어쩌면 그것이 지금 대표님이 가진 생각의 핵심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저는 생각의 공식화가 원칙이라고 생각하고요. 원칙은 자기만의 정의를 갖는 것이라 생각해요. 남의 정의를 갖고 싸우는 사람도 있는데요. 저는 자기만의 정의를 가지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었어요. 이 이야기는 2권에서도 똑같이 할 거예요. 자기만의 정의를 내리는 일을 8년 동안 해봤더니 이렇게 하면 좋더라,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런 이야기를 이어서 하려고 해요. 결국은 정의 하는 방법을 얘기하는 거죠.
나만의 정의를 내리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특히 ‘파자(破字, 한자의 자획을 풀어 나누는 것)’를 해보는 방법이 있는데요. 저는 한자 쓰는 방법도 바꿔보려고 해요. ‘철학’을 ‘철:학’으로 띄어쓰기를 해보는 거예요. ‘습관’을 ‘습:관’으로 보면 다르죠. 익힐 습(習), 익힐 관(慣)이잖아요. 이걸 뒤집어보세요. 관습이죠. 관습은 뭐예요? 이미 관성이 되어서 익혀야 하는 거예요. 익혀서 관성이 된 게 아니라 관성이기 때문에 익혀야 하는 것이 관습이거든요. 같은 한자인데 무엇을 앞에 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되잖아요. 숙성과 성숙도 그렇고요. 사회와 회사는 무엇이 다를까요? 당황과 황당도 마찬가지고요. 똑같은 한자거든요. 관점을 바꾸는 방법은 뒤집어보는 데 있어요. 그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보면 돼요.
너무 당연해서 생각해보지 않은 것들을 생각해보는 거죠.
우리가 학교에서 ‘학습(學習)’을 했잖아요. 배워서 익힌 것이죠. 그런데 왜 학교에서 배운 것들이 우리에게 지금까지 안 남아 있을까요? 습관이 안 되어서 그래요. 관성이 안 된 거예요. 그러면 생각해보는 거죠.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을까? 배우는 것이 문제였을까, 익히는 게 문제였을까, 관성이 되는 단계가 문제였을까. 학습을 ‘학:습:관’으로 보면 이해가 쉬워지는데요. 학교에서 ‘습’은 돼요. 암기는 되는 거죠. ‘암기’의 사전적 의미가 ‘단기적 기억, 기계적 기억’이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기억’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또 달라요. 무슨 의미인지 아시겠죠? 저는 학교에서 한자를 안 가르치는 게 이해가 안 돼요. 생각하라고 하면서 말이에요. 우리나라는 철학을 암기하게 하는 나라예요. 쇼펜하우어가 몇 년에 태어났는지 물어보는 나라잖아요. 그가 무얼 생각했는지, 그가 말하고자 했던 게 무엇인지 묻는 게 아니고 그저 외우라고 하잖아요. 암기만 하니까 기억이 안 되는 거예요.
깨달아야 바뀐다
이 책은 결국 질문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중에서도 질문을 잘하려면 ‘시작 생각’을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중요할 것 같거든요.
시작 생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제예요. 전제에서 질문이 시작되거든요. 가령 어떤 전제에서 우리 법이 만들어졌느냐를 보면요. 저는 사람은 나쁘다는 전제에서 법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조금만 빈틈을 주면 나쁜 짓을 할 거라 생각하고 규제하는 거죠. 나쁜 짓을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법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규제하고, 못하게만 하죠. 네거티브 법인 건데요. 포지티브 법, 긍정적 전제로 법이 만들어졌다면 다를 거예요. 잘 되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법이 될 거니까요. 질문하는 데에는 전제가 아주 중요해요.
실제로 현장에서 이런 생각을 많이 하셨던 거죠?
그럼요, 제 강의를 암기하려는 사람도 있는데요.(웃음) 사람들이 “왜 나는 강의도 많이 듣고, 공부하는데 인생은 그대로지?”라는 얘기를 많이 해요. 그래서 ‘지식’의 의미를 찾아봤어요. 알 지(知) 자, 알 식(識) 자를 쓰거든요. 지식은 안다는 의미예요. 안다는 건 또 뭔지 찾아봤더니 결국 귀결되는 것은 ‘깨닫다’였어요. 그러니까 질문을 뒤집어서 해야 해요. ‘알았니?’가 아니라 ‘깨달았니?’라고요. 안 것과 깨달은 것의 차이를 모르면 깨닫는 데까지 가지 못해요. 알기만 해서는 인생이 바뀌지 않고요. 깨달아야 바뀌어요. 이 부분을 계속 강조하고 싶어요. 알지 말고 깨닫자고요.
깨닫기 위해 도움이 될 것 하나가 잠시 멈추어보기 같아요. 강의 때마다 “‘우리가 보지 못한 것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라는 사실, 그리고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늘 강조한다”(36쪽)고 하셨잖아요.
책을 읽다가 어떤 훌륭한 문장을 만났어요. 그러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나요? 그 문장을 간과하고는 계속 진행하지 못해요. 거기에 멈추거든요. 멈췄다는 것은 이것을 중심으로 생각이 다시 시작되는 거예요. ‘독서는 인두 같은 한 문장을 만나기 위해 활자의 바다로 떠나는 여행’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요. 인두 같은 한 문장을 한 문장을 만나면 앞으로 못 가요. 그때 생각의 깊이가 깊어지는 거예요. 생각이 흐르지 않고 멈춘다는 거죠. 생각이 수평으로 흐르다가 수직으로 내려가죠. 깊어진다는 게 중요해요. 제 은사님이셨던 김재관 회장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책 제목만 봐도 그 책의 값어치는 했다는 건데요. 생각이 바뀔 수 있다면 세상에서 제일 싼 게 책이라고 하셨어요. 책이 어떻다고 불평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그 사람은 책 안 사면 그만이에요. 발견하지 못한 거죠.
“지금은 당연하지 않지만 미래에 당연해질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26쪽)고도 하셨어요.
톰 피터스(Tom Peters)가 이제 벤치마킹의 시대는 끝났다, 퓨쳐마킹의 시대가 왔다, 고 했거든요. 퓨쳐마킹이 바로 미래에 당연해질 것을 찾는 거예요. 뭐가 당연해질까를 생각하는 건데요. 거기에는 ‘워너비’가 있어요. ‘이렇게 되면 정말 좋겠다’ 하는 게 있는 거죠. 가령 좋아하는 연예인과 살아보고 싶다는 워너비가 있다고 해볼게요. 그 방법을 찾는 거예요. 좋아하는 연예인과 살아본 기억을 심어주는 접근이 있을 거고요. VR을 이용해서 살아본 느낌을 주는 접근도 있겠죠. 로봇을 만들어서 실제 살아보도록 하는 접근도 있을 거고요. 이 다양한 접근 가운데 무엇이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지 생각해보는 거예요. 우리는 그런 워너비가 실현되는 걸 영화로 많이 보는데요. 그런 영화를 보고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워너비를 상상해본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아, 저런 방식으로 구현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겠죠. 깨닫는 게 다른 거예요.
관성대로 생각하다 보면 미래에 당연해질 것들에 놀라기만 할 뿐이겠죠.
그래서 거꾸로 생각하라는 거예요. ‘이렇게 됐으면 좋겠어’를 먼저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상상이 경쟁력이라는 말을 하는데요. 상상을 먼저 한 후에 그 상상을 이루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거꾸로 생각하는 거죠. 관성대로 생각하면 거기까지 못 가요. 그러니까 거꾸로, 가장 이상적인 모습을 상상한 후 찾아와야 하는 거예요. 이상적인 모습을 상상하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해요. 상상하는 사람이 이겨요. 기계는 상상을 못하니까요. 예측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대표님만의 상상하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욕망을 읽는 거죠. 인간의 ‘오욕(五欲)’이 있잖아요. 수면욕, 색욕, 재물욕 등의 다섯 가지 욕구가 있는데요. 그 욕구가 미래에는 어떻게 실현될까, 생각하면 돼요. 지금 실현된 것도 있죠. 먹는 방법도 진화했잖아요. 시켜먹고 싶은데 과정이 불편했어요. 왜 내가 일일이 찾아야 하지? 그걸 해결해줬죠. 그렇다면 어디까지 이 욕구가 진화할 수 있을까 상상하는 거예요. 자기가 상상할 수 있는 욕구의 마지막 끝점을 잡아두고 거꾸로 내려오면 돼요. 출발은 욕구예요. 오욕이죠. 또 여기에 관여하는 게 바로 ‘칠정(七情)’이잖아요. 화내고, 기분 좋고, 울고, 이런 것들이요. 오욕의 어떤 것을 해결해야 기쁠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철학이나 미래를 다루는 학문은 이렇게 다 연결되어 있어요.
관련해서 지금 하시는 일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네요.
지금 하고 있는 일도 다 오욕이에요. 가령 수면욕. 잘 자야 하는데 코를 골고, 편하게 자지 못하니까 베개를 만들자, 이런 거죠. 코골이 수술은 무서워, 편하게 고치면 좋겠어, 이런 욕구가 있으니까 잘 때 자세를 바꿔주는 베개를 만드는 거예요.
검색보다 사색
한 강연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책들의 제목을 살펴보면 공통된 단어들을 찾을 수 있는데, 그 단어들로 문장을 만들어 보면 현재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고 하신 적이 있어요.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는 책장에 꽂혀있지 않아요. 표지가 보이게 진열해놓죠. 그걸 쭉 보는 거예요. 분야별로 구분도 되어 있잖아요. 인문 분야에서 이 책이 왜 베스트셀러가 됐는지 보는 거죠. 그 안에서 내러티브를 찾는 거예요. 이 책들의 중심 키워드가 뭐지? 힐링이구나, 지금 아프구나, 이렇게 이해할 수 있잖아요. 또 어느 시기가 되면 트렌드 책이 많이 나와요. 아, 불안하구나, 미래를 읽고 싶구나, 이렇게 이해할 수 있어요.
더불어 책에서는 소셜미디어를 미적분하라고도 하거든요.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을 미적분함으로써 우리가 거둘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회적 흐름을 읽고 다양하고 깊은 개인의 생각을 알아가면서,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의 실체를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는 결국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면서도 결코 당연하지 않은 기발한 생각을 해낼 수 있게 만든다. 즉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기발한 생각의 재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유용한 도구 아닌가?(111쪽)
양면이 있죠. 그래서 검색보다 사색이라는 말을 하는 건데요. 앞으로는 사회 갈등이 더 고도화될 거예요. 왜 그럴까요? 각자가 보고 싶은 것만 보거든요. 이것은 왜곡되어 있다는 의미예요. 심지어 컴퓨터가 개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다 알아서 좋아하는 것만 보여줘요. 우리는 과거 종이신문적 사고를 가져야 해요. 신문 한 부를 던져주면 개인은 이런 것도 있고, 저런 것도 있구나, 를 보잖아요. 그것이 과거에 정보를 소비하던 방식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좋아하는 것만 보고 자기최면에 걸려요. 그러니까 한 가지 다른 것을 발견하면 맹공을 퍼붓는 거죠. 따라서 지금은 정확한 통계가 필요한 시대예요. 진짜 사람들의 진심이 무엇인가를, 왜곡되지 않은 마음을 알아내는 기술이 인공지능이 아마 하게 될 거예요. 빅 데이터를 분석하고요. 그런데요. 빅 데이터보다 중요한 건 스몰 데이터예요.
스몰 데이터가 더 중요하다고요?
질문이죠. 어떤 사람의 질문 세 개만 알면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 다 알 수 있어요. 그 사람과 결혼을 할까? 라는 질문을 한다면 결혼을 앞뒀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하지만 아직 확신은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고요. 그게 스몰 데이터예요. 그 데이터에서 가지를 쳐 상황을 예측하는 거죠. 여기에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검색보다 사색이라고 하는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검색이 사색에 영향을 끼치니까 문제죠. 저는 정말 책을 많이 사는데요. 표지가 읽고 싶기 때문이에요. 표지의 한 줄을 가지고 생각을 많이 했으면 만 원의 값어치를 충분히 한 거예요. 그게 책방에 오는 이유예요. 표지 하나로도 생각이 깊어질 수 있으니까요. 딥 다이브 하는 거죠. 그런 이야기를 두 번째 책에서 하게 될 거예요.
두 번째 책은 언제 만나볼 수 있을까요?
초고는 다 써서 출판사에 넘겼어요. 내용은 제 수첩 안에 이미 다 있고요. 제대로 넘기기 위해서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큰 종이에 키워드를 붙이면서 흐름을 잡는 중이에요. 내년 중에는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관점과 깨달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최근에 찾은 가장 멋진 단어 ‘깨닫다’
“나는 존중할 줄 모르는 사람들과는 아예 친분관계를 유지하지 않는다”(75쪽)고 한 말이에 눈길이 가더라고요. 이른바 ‘착한 기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하셨잖아요.
어찌 보면 이기적인 것일 수도 있어요. 착하지 않은 기업을 홍보하거나 마케팅하면 두 배, 세 배 피곤해요. 거짓말을 해야 하니까요. 자기를 속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남을 속여야 하거든요. 반면 좋은 기업은 있는 것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사람들이 어떻게 이것을 느끼게 할 것인가, 이것만 고민하면 돼요. 질문의 방향이 한 곳으로만 가죠. 나쁜 기업은 그렇지 않잖아요. 진심을 전하는 방법만 몰입하는 게 아니라 포장하는 기술도 고민해야 해요. 본질이 아니잖아요. 보이는 거고요. 있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더 쉬운 일이에요. 앞서 이기적이라고 말씀드린 게 그 이유인데요. 제가 일 편하게 하려고 그러는 거예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좋은 기업’이란 어떤 것인가요?
근본의 차이인데요. 착한 기업, 좋은 기업은 배려가 있어요.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나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 같은 분들 보면 타인에 대한 배려가 남다른 사람들이에요. 그런 분들이 오래 가더라고요. 그러는 척 하는 것과 그러는 것은 다른데요. 보면 그러는 척 하는 사람이 70, 진짜 그러는 사람이 30이에요. 척을 할 수는 있지만 길게 가지 못해요. 들통이 다 나는 거거든요. 그런 분들을 많이 봤어요.
흥미로운 것은 “앞으로 이룰 것들은 덤이라고 생각한다”(62쪽)는 내용이었거든요.
어렸을 때 꿈꾸던 걸 다 이뤘어요. 누군가 BMW를 가질 거야, 라고 꿈꾸다가 그걸 가졌다면 꿈을 이룬 거죠. 그때부터 덤이라는 관점을 가지면 태도는 달라져요. 덤이라고 생각하면 고맙다는 관점으로 가게 돼요. 이기적이 아니라 이타적이 돼요. 꿈을 이루기 전까지는 굉장히 이기적인데요. 그 이후, 즉 덤은 이타적이죠.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이뤘으면 다음부터 뭘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절실함을 진화시켜야죠. 그 덤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심사숙고가 있어야 하고요. 저는 덤을 쓰는 방법이 그 사람의 품격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잉여를 가지고 어떻게 좀 더 품위 있게, 의미 있게, 가치 있게, 를 고민한다는 거죠.
이 생각이 지금 활동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저는 불교 신자예요. 나한테 왜 이런 게 주어졌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해봤어요. 8년 동안 저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은 없잖아요. 강의를 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요. 강의의 의미를 생각해봤어요. 강의는 제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에요. 강의라는 것은 제가 생각을 멈추지 않게 만드는 장치 같은 거예요. 제 강의록은 계속 바뀌거든요. 어떨 때는 두렵기도 해요. 진화하는 것인지, 결이 맞는 것인지, 고민하게 되고요.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내가 가진 것들의 의미가 무엇일까를 계속 생각해요. 그리고 5년 뒤, 지금 한 일을 되돌아봤을 때 정말 잘했다고 나한테 박수칠 수 있을까 생각하죠. 최근에 찾은 가장 멋진 단어가 ‘깨닫다’인데요. 지금까지의 8년이 내가 알려고, 알게 해주려고 했던 일이라면 앞으로는 많은 사람을 깨닫게 해주는 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아는 것에서 멈추면 안 되니까요.
오늘도 강연이 두 개 있다고 하셨는데요. 강연을 할 때 꼭 하는 말은 뭔가요?
저한테 하는 말이 있고, 청중에게 하는 말이 있어요. 저한테는 ‘너 그거 진심이니?’라고 물어봐요. 이 말이 진짜인지를 저한테 질문하고요. 청중들에게는 “정말 잘 됐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꼭 해요. 조금이라도 바뀌었으면 좋겠다고요. 정말 그것밖에 없어요.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책 후반부에는 청년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따로 묶으셨는데요. 만약 청년들이 모인 강연이라면 어떤 말을 하시고 싶으세요?
그런 강연에서는 이런 질문을 해요. “10년 안에 당신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고요. 손을 들어보라고 하면요. 백 명 중 두세 명이 손을 들어요. 우리나라는 3%밖에 가능성이 없는 나라인 거죠. 부자가 되는 방법은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시작하는 거예요. 그게 시작이에요. 안 될 거야, 하는데 부자가 될까요? 『논어』에 ‘비인부전(非人不傳)’이라는 말이 나와요. 인간 같지 않으면 전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대로에서 똥을 싸는 사람이 있었어요. 공자가 그걸 보고 그냥 지나쳐요. 그러다 풀숲에서 똥 싸는 사람을 봤는데 막 혼내는 거예요. 제자가 물었어요. 큰 도로에서 똥을 싸는 게 더 잘못한 거 아닙니까, 왜 그 사람은 두고 이 사람만 혼냅니까, 라고요. 큰 길에서 똥을 쌀 정도면 가르쳐도 안 되는 놈이다, 라고 공자가 답하죠.
곧 2019년입니다. 독자 분들에게 제안하고 싶은 시작 생각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시작’도 ‘시:작’으로 읽으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처음이잖아요. 스타트. 그런데 ‘작(作)’이 들어 있어요. 만드는 거예요. 생각의 처음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나의 출발 생각, 처음 생각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를 질문해보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나는 어떤 전제에서 생각을 시작하는가 질문하라고요. 무의식적 전제가 당신을 지배하지 말게 하라는 건데요. ‘살다보니 그렇더라’ ‘세상은 이런 거야’ 같은 전제를 하지 말아야 해요. 된다는 전제로 시작하면 좋겠어요. 할 수 있다는 전제로 생각을 시작해보면 많은 것들이 보이거든요. 인생이 바뀌는 데에는 5년이면 충분해요. 이때 가장 중요한 건 5년의 첫 날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고요. 이 첫 날의 생각이 당신을 원하는 곳으로 데려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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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디자인하라박용후 저 | 쌤앤파커스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들리지 않는 것들을 듣고, 느껴지지 않는 것들을 느낄 수 있는 비결, 바로 남과 다른 관점을 갖추라는 것이다. 비즈니스 관점뿐 아니라 ‘아이디어’가 필요한 그 어떤 사람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신연선
읽고 씁니다.
please6
2018.12.18
예전에 강연에서 한번 뵌적있었는데 제 속에서 뭔가 뜨거운 센세이션이..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