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근거지로 위의 언급한 장르에 덧댄 서프록 성향의 음악을 펼치며 활동해온 밴드에 조명탄을 쏜 건 사실 해외 평단이었다. 2016년 즈음 영국의 인디 레이블과 계약을 하고 현지 투어를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미국의 음악 웹진 피치포크에 리뷰가 실리고, 팝의 거장 엘튼 존이 자신의 라디오에서 세이수미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했다. 국외의 뜨거운 반응이 2013년 결성 이후 그룹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예상된 호기 속에서 이번 정규 2집의 발매가 미뤄진 건 드러머 세민의 사고 때문이다. 결성 멤버인 그의 부재에 밴드는 잠시 숨을 고르고 이내 그를 추억하는 트랙을 써 내려갔다. 노스텔지어를 자극하듯 나른한 기타 톤의 「Funny and cute」, 개러지 록 「B lover」는 세민의 이미지를 녹여낸 곡들이다. 가슴 아픈 일들이 많았지만 이를 어둡고 암울하게 채색하기보다는 밴드 특유의 낭만적인 선율로, 경쾌한 리듬으로 떠안았다. 아픔을 아픔으로써가 아닌 자신들이 술회한 모습으로 발랄하게 그려낸 이 두 곡은 밴드가 젊은 에너지를 응축할 수밖에 없는 증거이자 증명이다.
전체적인 진행은 정규 1집
전형적인 세이수미 스타일의 「Old town」이 무심하게 내뱉는 보컬을 택했다면, 장난스러운 보사노바 곡 「너와 나의 것」은 정직하게 매 음을 짚어내고, 「Funny and cute」는 허스키한 보이스 칼라의 매력 십분 살린다. 또한, 잠시 숨을 죽였다가 확 터져 나오는 악기의 합심 공격과 허밍으로 특징지어지는 「어떤 꿈」은 그룹의 곡 장악력을 보여주는 근사한 트랙이다.
변화가 없는 듯 하지만 곡에 따라 창법을 미묘하게 바꾸고, 과거에 찾아볼 수 없던 긴 호흡의 곡을 집중력 있게 끌고 가는 등 음악적 향상을 일궜다. 인디 신의 이렇다 할 인디록, 드림팝, 기타팝 밴드가 없는 상황에서 부산 출신 세미수미의 우직한 약진은 다양성, 그리고 또 다른 신예 밴드 출현 가능성의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가치 있는, 주목해볼 행보를 그려가고 있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