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존감이 낮은 아이가 대부분 의기소침하고, 말이 없고, 소심할 것이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마다 그 양상은 각기 달리 나타납니다.
매년 새로운 학급을 맡을 때마다, 저는 반에 변치 않는 규칙을 하나 만듭니다. 바로 교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아침독서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빛나리 학생은 이 규칙을 어기곤 했습니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면서 바로 큰 소리로 그날의 이슈를 펼쳐놓았지요.
그러면 책을 읽던 다른 학생들이 고개를 돌리고 빛나리를 바라보았습니다. 빛나리에게 조용히 해달라고 말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똑같은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일과 시간 동안, 저는 빛나리를 유심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빛나리가 다른 학생에 비해 오버 액션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다른 친구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불안한 모습까지 보였습니다. 결국 빛나리는 이야기를 즐기는 아이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빛나리가 원하는 것은 친구와 대화하는 것보다는 주변의 시선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을 지속적으로 바라봐주지 않으면 불안한 것이지요.
그러한 빛나리에게 아침독서는 가장 큰 불안을 유발하는 시간일 수밖에 없겠습니다. 교실에 들어 섰는데 아무도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고 책을 읽는 모습은 빛나리에게 견디기 어려울 수 있을테니까요. 담임으로서, 저는 그러한 불안을 먼저 제거해주어야 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복도에서부터 큰 목소리로 떠들면서 빛나리가 오는 것을 느끼는 순간,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가로 갔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빛나리를 보며 먼저 큰 소리로 오버하듯 이름을 불렀습니다.
“오~ 우리 빛나리! 네가 왔구나. 어서 와라, 우리 빛나리.”
빛나리는 순간 뭔가 약간 부담되지만 선생님의 행동이 기분 나쁘지는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자리로 걸어가 앉았습니다. 그리고 아침독서에 읽을 책을 꺼내 펼쳤지요. 저는 한술 더 떠서 빛나리에게 다가가 펼쳐놓은 책의 제목을 보며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오~ 우리 빛나리! 이렇게 좋은 책을 보는구나.”
순간 다른 아이들의 시선이 빛나리의 책에 모였습니다. 빛나리는 만족한다는 듯 주변의 시선을 외면하는 척하며 책장을 넘겼습니다. 그리고 수업 시작 전까지 조용히 책을 읽었습니다. 더 이상 큰 목소리로 주의를 끌 필요가 없었으니까요.
내 자녀의 목소리가 크고, 주변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주도권을 쥐고 있는 듯 보인다고 마음 놓지 않기를 바랍니다. 내 자녀는 지금 존재감 없음을 두려워하면서,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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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자존감의 힘김선호, 박우란 저 | 길벗
오늘도 아이 자존감을 살려주려고 애쓰는 모든 학부모에게 자존감에 대해 확실히 알려주면서 동시에 부모 자신의 잊고 있던 자존감까지 되살려주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