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성 “뮤지컬은 느끼는 거죠”
뮤지컬은 느껴지는 거죠. 공부하듯이 보는 건 연구자나 하면 되지, 관객들은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글ㆍ사진 임나리
20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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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뮤지컬 탐독』 의 박병성 저자는 월간 <더뮤지컬>에서 18년 동안 기자로 활동했다. 그 중 12년은 편집장으로 일했다. 보아온 작품도 알고 있는 이야기도 많았다. 단숨에 책을 써내려갔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었지만 『뮤지컬 탐독』 을 완성하기까지 3년여가 걸렸다. 더 보고 더 알아가며 심사숙고한 까닭이다.

 

무엇보다 “하나의 관점을 잡아 접근하려고” 애썼다. 작품의 창작 원리에 집중하기 위해 창작자의 고민 과정을 추적하고, “왜 이 장면을 노래로 만들었는지만 잘 살펴도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분석했다. 작품을 다각도에서 바라보고 깊이 있는 비평을 들려주면서도 “뮤지컬을 꼭 공부하듯 봐야 하는 건 아니”라고 단언한다. “뮤지컬의 중요한 감동은 현장에서 직감적으로 얻게 되는 관객들의 몸을 관통하는 에너지에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시카고>,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라이온킹>, <렌트>, <노트르담 드 파리> 등 21편의 작품을 다뤘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앤드에 올라간, 지금까지 관객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믿고 봐도 좋을” 작품들이다.

 

박병성 저자는 2001년부터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을 만들고 있다. 한국뮤지컬작가워크숍의 멘토, 창작뮤지컬 <모래시계>의 내부 비평가로 활동했다. 2013년부터 5년 동안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뮤지컬 분석 수업을 강의한 바 있고, 현재 뮤지컬 비평쇼 <스테이지 감동정산>에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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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사랑받는 작품들의 공통점

 

책에 실린 21편의 작품을 선정한 기준은 “기본적으로 작품성”이었다고요.

 

네. 개인적으로도 엄청 좋아하는 작품이고 지금도 계속 공연하는 작품이에요.

 

지금도 공연 중이라는 사실이 중요했나요? 왜죠?


영상을 보거나 이 책을 읽고서 작품을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직접 공연을 보고 와서 혹은 보러 가기 전에 이 책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관점으로 볼 수도 있겠다’ 하고 실제로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지금 공연하지 않는 작품들을 이야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고요. 1950~1960년대 작품들도 지금까지 공연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지속적으로 공연한다는 건 지금의 관객들에게도 재미와 감동을 준다는 이야기잖아요. 그런 작품들 위주로 뽑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은 작품들이 작품성이 더 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포함시키지 못해서 아쉬운 작품들이 있다면요?


<레미제라블>이나 <캣츠> 같은 작품들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넣고 싶어요. <레미제라블> 같은 경우에는 이 책을 기획했을 당시에는 설명할 자신이 없었어요. 이제는 조금씩 생기는데, 그때만 해도 모르겠는 거예요. 음악도 좋고 다 좋은데, 그냥 음악이 좋다거나 어떻게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이야기만 쓰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뺐어요. <마틸다>, <빌리 엘리어트> 같은 작품들도 좋아하는데, 책을 쓸 때만 해도 자료가 별로 없었어요. <원스> 같은 작품도 너무 좋죠. <지붕 위의 바이올린>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기회가 되면 추가로 넣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오랫동안 살아남은 작품들 사이에 공통점이 있을까요?


일단 창작자들의 컨셉이 되게 명확했고, 그게 뮤지컬로 잘 구현된 것 같아요. 좋은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감각이 지금 시대의 사람들하고는 조금 떨어져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책에서 다룬 작품들은 여전히 혁신적이고 세련되고 모던한 감성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오래 됐음에도 계속 사랑받는 것 같아요. <지붕 위의 바이올린>을 보면, 1960년대 작품인데 전통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래서 주제적으로 올드할 수 있고,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어요. 템포가 굉장히 느리거든요. 지금의 관객들은 훨씬 더 빠른 템포를 원하고 음악도 조금 더 모던한 느낌, 팝적인 느낌을 좋아해요. 그런데 옛날 작품들은 대개 전통 클래식이거나 재즈라서 음악 톤부터 맞지 않는 경우가 있기는 하죠. 그런 면에서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굉장히 모던하고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공연되고 있는 것 같고요. <컴퍼니> 같은 작품은 ‘1970년대 작품이 어떻게 저렇게 세련됐지?’ 싶을 정도예요.

 

지금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 있나요?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라든가.


<애비뉴 Q> 같은 작품은 너무 좋은데, 우리나라에서 흥행이 크게 안 돼서 계속 공연하지는 않는 것 같고요.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작품 중에는 <해밀턴>이 있어요. 미국 건국의 아버지라고 하는 해밀턴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걸 힙합 뮤지컬로 만들었어요. 역사물을 힙합이라는 소재로 기가 막히게 만들어낸 작품이죠. 한국에서 공연을 하든 안 하든 한 번 써보고 싶은 작품이에요. 너무 훌륭해요.

 

집필하시기 전에, 이미 출간된 뮤지컬 관련 책들도 보셨죠?


뮤지컬 책이 나오면 거의 보죠. 그게 직업이니까. 관련 책이 그렇게 많지도 않아요. 국내에 출간된 뮤지컬 책은 거의 70~80% 이상은 읽은 것 같아요. 일이니까 당연한 거죠.

 

『뮤지컬 탐독』 이 기존의 책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다른 사람의 책에 대해서 말하기가 조심스러운데, 뮤지컬 책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뮤지컬사(史)를 정리한 책, 연기법에 대해 쓴 책, 에세이 등이 있는데요. 작품만 다룬 책 중에는 정보를 주는 책과 감상을 쓴 책, 크게 두 가지 류가 있어요.  『뮤지컬 탐독』 은 에세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더 전문적인 비평이 들어가 있고, 정보를 준다고 하기에는 조금 비평적이에요. 그래서 조금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한다고 생각해요. 정보를 담기는 했지만 작품 내적인 정보보다는 작품이 함의하고 있는 문화나 연관된 다른 장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들을 더 담으려고 했어요. 작품이 언제 시작됐고 어느 극장에서 상연됐고 상을 얼마나 받았는지, 그런 것들은 가급적 비중을 높이지 않으려고 했어요.

 

한예종에서 뮤지컬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강의하셨잖아요. ‘창작자의 의도가 어떻게 작품에 반영되는지’ 생각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뮤지컬 분석 수업을 맡아달라고 제안을 받았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되게 난감했어요. 수업 이름만 있고 커리큘럼을 제가 다 짜야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뭘 할까, 고민하다가 제일 먼저 떠오른 게 영상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뮤지컬 명작들의 영상이 조금 있었거든요. <레미제라블> 콘서트도 있었고 <렌트>도 그랬고, 강의하면서 소스로 쓸 것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영상을 같이 보면서 분석하는 수업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분석을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하기도 했는데, 그 전부터 ‘뮤지컬이 장르적으로 어떤 특징이 있을까, 영화 오페라 연극과 뭐가 다를까’를 많이 고민했거든요. 결국 뮤지컬은 음악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음악이 드라마랑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심이 있었어요. 작품을 볼 때도 그런 걸 중심으로 보려고 했고요. 그런 게 <더뮤지컬> 기자 생활을 10여년 하면서 누적돼 있었고, 이참에 학생들과 같이 나눠보자고 생각했어요. 학생들과 같이 하면서 작업들이 조금 더 디테일해졌죠.

 

“내가 집중하려고 했던 관점은 작품의 창작 원리이다”라고 쓰셨어요.


작품마다 바라본 관점이 다 달라요. 창작자가 누구를 만나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고민 속에서 이런 작품을 만들었는지에 집중한 관점도 있고요. 그것도 하나의 창작 원리를 따라가는 관점이죠. 또 하나는 작품 내에서만 찾은 거예요. 알려진 정보들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 사람은 작품에서 뭘 말하려고 했지? 왜 이 장면으로 시작했지? 왜 사회자를 두 명 뒀지?’ 하는 식으로 역추적한 거죠. 사실 창작자는 그런 생각을 안 했을 수도 있는데, 제가 볼 때 어떻게 생각되는지를 학생들과 토론식으로 이야기했어요. 그러면서 조금씩 합리화시켜 나가고 설득력 있게 다듬어가는 과정들이 있었죠. 접근방식만 다를 뿐이지, 결국에는 창작원리예요.

 


뮤지컬은 느끼는 거죠


『뮤지컬 탐독』 을 통해서 작품에 대해 더 알게 된 정보들이 많았어요. <시카고>가 ‘보드빌 쇼’의 형식을 차용한 작품이라는 사실도 그렇고요. 관람할 때는 몰랐거든요.


우리 관객이 알 수가 없어요. <시카고>가 1970년대 작품이거든요. 당시의 미국 관객들이 알아챌 수 있는 거죠. 2010년의 미국 관객도 그걸 모를 거예요. 그런데 ‘보드빌 쇼에 대한 오마주’를 빼더라도 <시카고>는 의미가 있는 작품이에요. 그냥 오마주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풍자하기 위해서 보드빌 쇼를 사용한 거거든요. 그러니까 보드빌 쇼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될 것 같아요. 저도 몰랐어요. 나중에 책을 보고 알게 된 거죠. 저는 <시카고>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드빌 쇼라는 양식과 드라마를 결합시킨 ‘컨셉’이라고 봤어요. 모든 노래가 보드빌 쇼 형식이거든요. <시카고>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드빌 문화를 몰라도 ‘기존의 뮤지컬 넘버하고는 굉장히 다른데? 왜 저렇게 부르지?’라는 생각이 들 거예요. 그런 걸 고민한다면 창작자들이 왜 쇼로 만들었는지 느껴질 것 같아요.

 

당시 시대상의 한 편의 쇼처럼 보인다고 풍자한 것 아닌가요?


그렇죠. 창작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책에 쓰신 바와 같이 ‘그 많은 장면 중에서 왜 이 장면을 노래로 만들었을까’, ‘저 멜로디를 여기에서 반복하는 이유가 뭘까’만 생각해 봐도 새로운 것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건 저보다 음악적인 학습이 된 사람들이 훨씬 더 잘해요. 저는 엄청 반복해서 보고 알아채는 거고요. 책 제목에 ‘탐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데, 저는 뭔가 파고드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이 책에 나온 작품들은 제가 여러 번 보기도 했지만, 영상을 통해서도 꾸준히 보고 음반을 통해서도 반복적으로 들었어요. ‘이 멜로디 어디에서 들은 것 같은데?’ 하고 찾아보고, 그런 식으로 분석하는 과정이 있었던 거죠. 관객이 ‘어떤 장면이 왜 노래로 만들어졌는지’만 알아도 작품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것처럼, 창작자 입장에서는 ‘어떤 장면을 노래로 만들어야 할지’ 알게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래서 수업할 때 그런 내용을 다뤘던 거고요.

 

관객들이 꼭 알아야 하는 사항은 아닌 걸까요?


몰라도 된다고 생각해요. 너무 그렇게 다 분석할 필요는 없잖아요. 자연스럽게 보면서 학습되면 좋을 것 같아요. 조금 더 듣는 연습을 하면, 아마 애써 들으려고 하지 않아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것 같아요. 굳이 ‘이렇게 들어야지’ 하고 생각하는 게 뮤지컬을 감상하는 좋은 태도는 아닌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뮤지컬은 느껴지는 거죠. 공부하듯이 보는 건 연구자나 하면 되지, 관객들은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헤드윅>에서는 「사악한 작은 마을」이라는 넘버에 대해 이야기하셨어요. 헤드윅과 토미가 부르는 노래의 멜로디는 같지만 가사가 다르고, 토미의 노래를 들은 헤드윅이 “지금 그 자체로도 완전하다는 인정을 받으면서 치유된다”고 보셨죠.


최근의 해석이에요. 예전에는 그냥 「사랑의 기원」이라는 넘버의 관점으로 봤어요. ‘나의 반쪽을 찾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가 보다’ 하고 사랑이 모든 걸 넘어선 이야기, 경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지금의 해석이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디까지나 저의 해석인 거고, 하나의 해석일 뿐이고, 미첼(존 카메론 미첼)은 그렇게 보는 걸 별로 안 좋아할 수도 있어요.

 

“나이와 상관없이 젊은의 본질은 불안이다. 안정된 젊음은 젊음이 아니다” <렌트>를 말하면서 쓰신 문장이죠.


<렌트>는 약간 마음 가는 대로 썼던 것 같아요. 보면 제가 마음이 혹해서 쓴 느낌이 들어요. 논리적이지 못하고 감성적으로 훅 간 느낌이라고 할까요.

 

독자들이  『뮤지컬 탐독』 을 읽고 어떤 반응을 보이면 좋으시겠어요?


뮤지컬 감상법으로써는, 공연장에서 온전히 느껴지는 것을 느끼면 된다고 생각해요. 이 책은 공연장에서 나왔을 때 자신이 느낀 감동을 조금 더 이성적으로 혹은 조금 더 추가적으로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고요. 사전 지식을 알고 가면 뮤지컬을 즐기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뮤지컬 탐독』 은 관람 이후의 즐거움을 위한, 작품에 깊이 파고들고 싶은 분들을 위한 책 같아요. 모든 관람객을 위한 책은 아닌 것 같고요. 그냥 즐기는 걸로 끝나도 그 관람은 온전히 끝났다고 생각해요.

 

작품에 담긴 많은 내용들을 모르고, 단지 ‘재밌었어’라고만 해도 잘 관람한 걸까요?


그럼요. 아주 잘 관람한 거죠. 내가 좋다는데, 작품에 담긴 의미를 모르는 게 뭐가 중요해요. 그런 의미들을 책을 통해서 아는 건 ‘관람’은 아닌 것 같아요. ‘지식’이죠. 그리고 창작자가 의도했다고 해서 모든 관객에게 그렇게 느껴지는 건 아니에요. 그래도 이 책은 창작자들이 의도한 바를 사전에 보여주는 거니까, 그걸 알고 작품을 봤을 때 느껴지는 감동이 있기는 할 거예요. 그러기를 바라죠. 음악도 마찬가지잖아요. 이 음악이 록음악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스타일이고... 그런 것보다 내가 듣고 좋으면 되는 거죠. 그 이상 뭐가 더 중요하겠어요?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그게 왜 좋은지 설명해야 되지만, 즐기는 사람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죠.

 

이 책을 통해서 작품을 더 넓게 보게 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뮤지컬 탐독』 은 어떤 작품, 장르를 좋아하게 되는 취향을 만들어주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방식만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확실히 말할 수 있는 하나는,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배경 지식들은 가급적 친절하게 넣으려고 했어요. 예를 들어서 <조지와 함께한 일요일 공원에서>라는 작품은 조르주 쇠라의 점묘화를 가지고 만든 건데, 점묘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하고 보면 훨씬 재밌어요. 신인상주의가 어떤 배경에서 출발했는지 알고 작품을 보면 훨씬 더 이해가 가요. 그리고 작가가 조르주 쇠라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조금 더 잘 접근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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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 시장, 양분된 느낌 있어


<더뮤지컬>의 독자들이 이번 책을 본다면, 온도차를 느끼게 될까요?


일단 분량 면에서 보자면, 한 작품에 대해서 쓴 내용이 잡지 기사보다 더 많고요. 접근 방식 면에서도, 잡지에서는 조금 더 다양하게 소개하려고 해요. 작품의 역사부터 소개하고, 캐스팅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으니까 어떤 배우들이 캐스팅됐는지도 이야기하고요. 그런데 이 책에는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없고요. 캐스팅은 계속 변하는 요소니까요. 작품이 갖고 있는 기본적인 요소들 중심으로 이야기했어요. 잡지를 보시는 분들이 이 책을 보시면 조금 다르게 느껴지시지 않을까 싶어요.

 

분량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그러면 기사 쓰실 때 가지고 계셨던 미진함 같은 게 책을 쓰면서 사라지기도 했나요?


미진함이라기보다는, 책을 쓰기 위해서 조금 더 다각도로 바라보게 된 건 있죠. 잡지는 한 달에 한 권씩 나와야 되고 새로운 작품일 경우도 많아서, 하나의 기사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그런데 이 책을 쓸 때는 작품들을 또다시 보면서 새롭게 분석하는 시간이 있었고, 또 한예종에서 5년 정도 강의를 하면서 작품에 대해서 깊게 들여다 볼 시간이 있었어요. 뮤지컬 마니아들과 스터디 같은 걸 하면서 보낸 시간도 있었고요. 그런 것들이 다 종합돼서 녹아있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들을 한 번 정리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고요.

 

18년 동안 한국 뮤지컬 시장을 계속 지켜보셨잖아요. 작품의 다양성, 시장의 성장 등과 관련해서 안타까운 부분은 없으세요? 외국 작품의 경우, 늘 똑같은 것만 상연되지 않나요?


<오페라의 유령>이 들어온 이후로, 우리나라만큼 많은 작품이 들어온 나라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시장이 크고 더 다양한 작품들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일본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시장에 먼저 들어오는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있고요. 다른 나라 못지않게 들어오고 있어요. 그것보다는, 시장이 과열되다 보니까 작품의 힘보다 배우의 힘으로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받아서, 그게 조금 안타까울 때가 있죠. 그리고 너무 양분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있어요.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소극장 뮤지컬, 대중들이 좋아하는 대극장 뮤지컬, 그렇게 두 가지로만 명확하게 나누어진 시장이 형성된 거죠. 그러다 보니까 조금 더 과감하고 실험적인 작품들, <스프링어웨크닝>이라든가 <넥스트투노멀>, <원스> 같은 작품들은 사실 우리 시장에서 크게 흥행이 안 되거든요. 작품성이 있는 중극장 정도의 작품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시장성이 없기 때문에 안 들어오는데, 그런 작품들도 공연될 수 있는 시장이면 좋을 것 같아요.

 

프롤로그에서 “감각적 교감을 논리적인 수사로 전달하는 것은 가능할까”, “경험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식으로 온전히 전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라고 쓰셨어요. 사실 ‘그 작품이 왜 좋은지’에 대해서 설명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요. 18년 동안 어떻게 해오셨어요?


서문에 그 부분을 쓰면서 일단 온전히 전달한다는 건 포기한다는 선언을 한 거예요. 저로서는 작품에서 받은 감동을 책에서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고, 그렇지만 다른 방식으로 설명하겠다는 거죠. 감각적인 교감은 직접 가서 보고 느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책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은 아닌 것 같고요. ‘작품을 조금 더 잘 소개하는 안내자로서 책과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뭘까’를 생각하다가, 작품에 대한 배경적인 요소나 창작자의 의도, 분석적인 것들을 조금 더 한 거죠. 연극과 비교했을 때 뮤지컬은, 어떤 면에 있어서는 언어로 설명하기 굉장히 힘든 게 있다고 생각해요. 음악은 들려주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시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이상 음악에 대한 감동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영상과 뮤지컬을 결합시킨 활동도 하고 계시죠?


작품에 대해서 해설하는 건데요. 저 혼자 하는 건 아니에요.

 

뮤지컬 비평쇼 <스테이지 감동정산>인가요? 유튜브에 업로드 되고 있죠?


네, 맞아요.

 

프로그램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록키호러쇼>를 다룬 적이 있었는데 그 작품은 1970년대에 나온 정말 혁신적인 작품이고, 컬트뮤지컬의 효시예요. 그래서 그때는 송용진 배우와 같이 출연했어요. 배우이기도 하지만 록커이기도 하거든요. <록키호러쇼>는 글램록이 굉장히 중요하게 쓰인 작품이기 때문에, 글램록에 대해서 소개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SF에 대한 오마주가 온통 담겨있는 작품이기도 해서 SF 작가님도 초청했고요. 그렇게 한 작품을 인접 분야의 사람들고 k같이 여러 시각으로 펼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뮤지컬 탐독박병성 저 | 마인드빌딩
18년간 기자로 활동하며 작가, 작곡가, 연출가, 음악감독 등 수많은 스태프들과 뮤지컬 이야기를 나누며, 작품을 분석하고 비평하며 바라본 뮤지컬 탐독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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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