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살려 애쓰지 말고, 그냥 살자
저자는 책 제목대로 “그냥 살아라”라고 단언한다. 열심히, 행복하게 사는 것도, 부끄럽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작은 욕심에 애쓰지 말고 그냥 살라는 것이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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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스플래쉬

 

 

딱 까놓고 물어보자.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인생일까?

 

“막 살 거야!”


멋지긴 하지만, 좀 아슬아슬하다.

 

“열심히 산다.”


좋은 말이다. 하지만 열심히 살다가 하얗게 태워버리고 재만 남을까 봐 겁난다. 그라운드에서 박지성은 '산소 탱크'라는 별명이 생길 정도로 90분 경기 내내 열심히 뛰었다. 그렇지만 골은 루니가 다 넣었다. 나중에 허탈할 위험이 있다. 다음!

 

“행복하게 산다.”


역시 좋은 말. 허나 참으로 애매하다. 행복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니 자칫 해야할 게 너무 많아질 수 있다. 숨을 거두기 직전에 “아, 그래도 행복했어”라고 혼잣말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매일 아침마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주문을 되뇌는 건 닭살부터 돋을 일 같고, 오늘 당장 뭘 하면 될지는 도리어 막막해진다. 방향을 바꿔 보면?

 

“부끄럽지 않게 살자.”


이것도 좋은 말이다. 이번엔 남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자는 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그런 삶까지는 몰라도, 최소한 민폐는 끼치지 않고 살자는 말. 좋다. 그런데 이렇게 살려면 모든 걸 다 조심하면서 살아야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역시 쉽지 않다.


어쩌라고!

 

스트레스, 중독, 자존감, 집착, 관계에 대한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 단호하고 분명한 답을 주는 책을 한 권 만났다. 신영철의 그냥 살자』 다. 저자는 책 제목대로 “그냥 살아라”라고 단언한다. 열심히, 행복하게 사는 것도, 부끄럽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작은 욕심에 애쓰지 말고 그냥 살라는 것이다. 무지 허탈하고 책임감 일도 없는 말 같다. 하지만 그게 왜 정답인지 그는 조목조목 말해준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TV등 방송에 다수 출연하고, 수많은 기업에서 강연을 하며 진료실에서 수십 년간 상담을 해온 그는 그동안의 오랜 경험에서 삶의 태도는 ‘그냥’이 가장 중요하다고 단언한다. 여기서 그냥은 분명히 ‘막’과는 다르다. 즉흥적으로 여기저기 튀어가보기도 하고, 감정과 분노에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니다.

 

그냥 사는 것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희망을 포기하고 막 살라는 말이 아니라, 수용하라는 말이다. 포기와 수용, 모두 결과는 같을지 모르지만 과정은 정반대다. 포기가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당하는 것이라면, 노력만으로 안되는 게 있다는 것, 고민한다고 달라지지 않는 게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적극적이고 능동적 포기가 바로 수용인데, 이 심리적 수용의 태도를 한 마디로 정의한 것이 ‘그냥 살자’라는 말이다.

 

이 책은 두껍지 않다. 참고문헌도 없다. 한 챕터가 아주 짧다. 비록 글로 써있지만 옆에서 말을 듣는 것 같이 느껴진다. 오랜 기간 상담을 하고 강연을 해온 저자의 익숙한 솜씨 덕분이다. 최신 이론과 실험으로 중무장한 뇌과학, 심리 서적이 인기를 얻는 요즈음에 도리어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스트레스, 중독, 자존감, 집착, 관계에 대한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이 돋보이는 것은 새로운 이론을 소개하는 것도, 최신 실험을 소개하는 것도,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신기한 체험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마음의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의 오랜 경험 속에서 검증되고 잘 먹히는 방법으로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리로 치면 처음 보는 세계 음식, 뉴욕에서 유행한다는 분자 요리가 아니라 김수미의 ‘수미네 반찬’ 같이 쓱싹쓱싹 만날 먹던 반찬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그런 책이다.

 

 

일단 도망가라

 

책에서 화를 이렇게 설명한다. 살면서 화를 낼 수 밖에 없다. 화를 내고 나면 자책을 하고 그릇이 작은 나를 부끄러워하기 일쑤다. 저자는 이때 한국인이 가장 쉽게 화를 내고 발끈하게 되는 곳은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을 때라고 분석한다. 이건 견디기 어려운 상처다. “사장 나오라고 그래!”라는 말은 “내가 누군데 이런 대접을 해?”라는 심리다. 깊은 열등감과 피해의식의 발로이고, 결국 ‘내가 옳다’는 마음이 깊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옳으니, 당연히 상대가 틀린 것이고, 바꿔야할 사람도 상대라고 여기게 되고, 그가 바뀌지 않으면 화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옳고 그름’의 관점으로만 보는 것은 화를 줄이고 관계를 풀어가는 데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분석에 그치지 않고, 중요한 팁을 알려준다. 먼저 일단 도망가라고 한다. 허탈한가? 저자는 설명한다. 비겁한 것이 아니라, 급성스트레스 반응으로 인한 지나친 공격적 반응을 피하라는 것이다. 잠시 뒤를 돌아보고 30초만 심호흡을 하고 안정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생각하고 이게 정말 저렇게 반응해도 될 일이지 생각한다. 몸이 반응하는 게 아니라 뇌가 분석하고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 번째, 무조건 화를 참는 것보다 최소한 품위를 지키며 똑똑하게 화를 내는 게 좋다고 말한다.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보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이 분노는 오늘 시작했으면 오늘 끝낸다. 기뻐할 때 기뻐하고, 슬퍼할 때 슬퍼하고, 화를 낼 때 화 내고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말한다. 이게 안되는 사람들이 세칭 신경증 환자들이다. 감정의 찌꺼기가 너무 오래 간다. 그날이 다 끝났는데도, 자려고 누웠는데도, 다음날 아침이 된 다음에도 여전히 어제의 일이 생각나고 자책하고, 이유를 찾고, 후회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분노와 자책 다음에 마무리는 “나는 그래도 좋은 사람이다”는 자기평가다. 그게 진짜 건강한 자존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진정한 자존감이란 난 어떤 일이 있어서 잘난 사람이라는 비현실적 선언이 아니라, 부족한 점까지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차곡차곡 단계별로 우리가 살면서 경험할 수 밖에 없는 여러 장벽에 대한 쉬운 생각법을 전달한다. 인생이 너무 짧아서 해야 할 것이 많은데 못할 것 같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사람에게는 “인생은 생각보다 길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시간이 없어서 못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조언한다. 그런 마음이 오늘 하루 조금씩 실천하게 해준다. 조바심만 내고 지금 바쁜 것만 한탄하는 사람은 몇 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최고, 최선을 쫓아 제일 좋은 것만 하려 하지 말고, 그냥 좋은 걸 하라고 말한다.

 

우울증에 좋은 음식, 좋은 운동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저자는 “그냥 좋아하는 것 하고 좋아하는 것 드세요”라고 대답한다. 우울증에 등푸른 생선이 예방 효과가 있다는 뉴스가 있다고 해서 평소 비린내를 싫어하는 사람이 우울증을 치료한다고 고등어만 먹어야 할까? 아니라는 것이다. 좋아하는 걸 그냥 맛있게 먹고 “아, 오늘 한 끼 잘 먹었네”라는 만족감과 포만감을 경험하는 것이 가장 치료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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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는 나지만 최대한 오늘 하루 안에 끝을 보는 것

 

이와 같이 이 책은 큰 꿈을 갖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 실천안을 생각하라, 반성은 하되 후회와 자책은 하지 마라, 부족한 면은 인정하되 그만큼 나만의 무기도 있다는 걸 인식하면 자존감이 보호된다, 호구로 잡히고 있다는 피해의식보다는 다른 중요한 일이 없다면 기분 좋게 부탁을 들어줘라. 대신 꼭 필요할 때에는 거절할 수 도 있다는 마음을 가지라는 것과 같이 이미 다른 책에서 봤을 법한 이야기들을 툭툭 던져준다. 뻔하다면 뻔하지만 이상하게 설득력이 있다. 난 그것이 저자 신영철 박사만의 무기라고 생각했다.

 

비틀즈는 인생 뭐 있냐고 그냥 내버려 두라고 “Let it be”를 불렀고, 영화 <겨울왕국>에서 엘사는 과거는 다 그냥 가게 두자고 “Let it go”를 불렀다. 저자는 우리의 삶도 그러면 어떻겠냐고 제언한다. 막사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치열하고 열심히 사느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하고, 후회만 하면서 살지는 말자고. 그냥 산다는 마음을 갖고 오늘 하루 재미있게 살면서 좋아하는 것 먹고, 잘 자고, 화는 나지만 최대한 오늘 하루 안에 끝을 보는 것이다. 무진장 단순하지 않은가? 단순한 것이 실천하기도 쉽고, 내 것으로 만들기도 쉽다. 전문가가 해주는 조언이 이렇게 간단하면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세상 일은 단순한 걸 단순하게 보지 못하고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다 스텝이 꼬이기 일쑤라는 걸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냥 살아보려는 마음, 한결 오늘을 바라보는 숨통이 트이지 않는가.

 


 

 

신영철 박사의 그냥 살자신영철 저 | 김영사
저자가 말하는 구체적이고 명쾌한 10가지 행동 지침은 딱딱하게 굳어버린 독자들의 마음을 유연하게 풀어주며 스트레스를 줄이는 편안한 삶의 길로 안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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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