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26일 애플이 뉴스 서비스 ‘애플 뉴스 플러스'를 출시했습니다. 월 9.99달러를 내면 신문, 잡지 등 300개 이상 출판물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에 언론에서는 ‘뉴스판 넷플릭스'라며 이슈를 만들었고, 특히 수익 분배에 대해 집중했습니다. 기존 앱스토어 정책인 3(애플) : 7(개발자) 분배가 아닌, 5(애플) : 5(언론사) 분배에 불만을 나타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월 15달러, 워싱턴포스트(WP)는 월 10달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 39달러를 디지털 구독료로 받고 있는데요. 애플 뉴스 플러스는 사용자가 내는 9.99달러 중 5달러를 많이 읽힌 언론사에 따라 차등 배분합니다. 주요 언론사가 디지털 구독료로 책정한 금액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습니다.
또한 애플이 구독자 정보를 언론사와 공유하지 않을 계획인데요. 고객과 접점을 잃게 되면,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큰 제약이 됩니다.
애플 뉴스. / 애플 홈페이지
애플은 뉴스 서비스를 오랜 시간 준비해왔습니다. 애플 뉴스는 지난 2015년 iOS 9 버전이 출시될 때 함께 나왔는데요. 한국에는 공식출시되지 않았지만, 아이폰 설정에서 지역을 ‘미국’으로 변경하면 애플 뉴스를 한국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애플은 지난 2018년 3월에 디지털 매거진 서비스 텍스처(Texture)를 인수했고, 2018년 9월에는 맥OS 모하비(Mojave)를 출시해 맥OS에서도 애플 뉴스 앱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폰 지역 설정을 ‘미국’으로 바꾸면 애플 뉴스 앱을 사용할 수 있다. / 오세용 기자
하지만 이와 같은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는 이미 많은 시도가 있었습니다. 필자도 2016년 한국에서 ‘도밍고컴퍼니’를 창업해 큐레이션 서비스 ‘도밍고뉴스’를 만들었는데요. 글로벌 시장에서도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에 많은 플레이어가 있습니다.
애플 뉴스 플러스 외 미디어 시장에서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는 서비스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블렌들(blendle)
네덜란드 스타트업 블렌들은 기사를 낱개로 판매합니다. 읽고 싶은 기사만 읽고, 읽은 기사에만 비용을 지급하자는 아이디어입니다. 사용자는 블렌들이 큐레이션 한 기사 중 마음에 드는 기사를 선택해서 읽으면, 자동으로 결제됩니다. 정액제가 아닌, 종량제 뉴스 서비스입니다.
단순 클릭만으로 결제가 이뤄져 클릭 실수 등 우려가 있는데요. 제목과 이미지가 흥미로워 기사를 눌렀지만, 원하는 기사가 아닌 경우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블렌들은 이 문제를 과감히 ‘환불’로 풀었습니다. 기사를 선택했지만, 원치 않을 경우 환불받을 수 있습니다. 클릭 실수일 경우 빠르게 뒤로 가기를 누르면 바로 환불됩니다.
블렌들은 사용자 경험을 위해 최초 가입 시 블렌들 내 계좌에 2.5달러를 주는데요. 기사는 0.19달러, 0.49달러 등 우리 돈 500원 수준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사 화면에서 빠르게 뒤로 가기를 하면 자동 환불된다. / 오세용 기자
기사 자체에 과금하는 방식 덕분에 블렌들은 광고가 없습니다. 이는 콘텐츠 제작자들이 본질인 저널리즘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요. 소액 결제를 통해 콘텐츠 가치에 직접 지급한다는 점에서 블렌들은 ‘저널리즘에도 아이튠즈가 필요하다!(Journalism needs an iTunes!)’고 주장합니다.
블렌들 철학에 많은 언론사가 공감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독일 악셀 슈프링어는 블렌들에 투자를 했고, 현재 타임지, WSJ,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 등 주요 언론사가 제휴를 맺고 블렌들 서비스에 기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블렌들과 제휴한 언론사. / 블렌들 홈페이지
블렌들 모델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더 간편한 소액결제를 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요. 애플 뉴스 플러스 가격 정책에 불만을 품는 WSJ 등 대형 언론사를 별도 과금 형태로 푸는 형태도 있겠습니다.
2. 뉴스픽스(NewsPicks)
일본 스타트업 뉴스픽스는 뉴스 소비자에 대한 욕구를 2가지로 해석했습니다. 첫 번째는 뉴스를 찾으려는 욕구, 두 번째는 뉴스를 이해하려는 욕구입니다.
대부분 큐레이션 서비스가 뉴스를 찾으려는 욕구를 해소하는 데 반해, 뉴스픽스는 뉴스를 이해하려는 욕구에 집중합니다. 전문가의 눈으로 말이죠.
▲전문가 의견을 보는 뉴스픽스. / 오세용 기자
뉴스픽스는 뉴스 기사를 아웃링크 방식(링크 클릭 시 정보를 제공한 원래 사이트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큐레이션 합니다. 짧은 본문 외 링크만 있는 형태인데요. 사용자는 아웃링크로 해당 사이트에 넘어가 글을 읽고, 댓글을 답니다.
사실, 이 부분만 보자면 네이버 뉴스 댓글 기능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이 있는데요. 바로 실명제입니다. 뉴스픽스는 페이스북처럼 실명제를 사용합니다. 여기에 직장과 직책 또한 보입니다. 자신의 댓글에 신뢰성을 더하는 것이죠.
뉴스픽스는 또 다른 특징을 추가했는데요. 프로(PRO) 배지입니다. 전문가를 뜻하는 프로 배지는 뉴스픽스에서 직접 선정해 관리합니다. 즉, 뉴스픽스는 뉴스보다 전문가 ‘의견’에 더 집중한 것입니다. 뉴스 소비자의 2가지 욕구 중 ‘뉴스를 이해하고 싶은 욕구’를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해소하는 것이죠.
뉴스픽스는 좋은 반응을 얻었고, 비즈니스 모델을 더합니다. ▲프리미엄 기사 ▲프리미엄 동영상 ▲WSJ 일본판 등을 제공하는 뉴스픽스 프리미엄 모델입니다.
▲뉴스픽스 프리미엄. / 뉴스픽스 홈페이지
프리미엄 기사는 뉴스픽스 자체 뉴스룸에서 만드는 뉴스픽스 기사입니다. 프리미엄 동영상은 ‘위클리 오치아이(Weekly Ochiai)’ 방송을 제공합니다. WSJ 일본판 영어 기사 역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뉴스픽스는 지난 2018년 기준 월 1500엔(약 1만 5천원)을 내고 구독하는 프리미엄 회원을 95,268명 보유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확장하던 뉴스픽스는 2018년 7월 뉴스픽스 모회사 유자베이스(Uzabase)를 통해 미국 미디어 스타트업 쿼츠(Quartz)를 인수했습니다. 뉴스픽스는 쿼츠를 인수해 뉴스픽스 모델을 녹였습니다.
▲미국 시장에 어울리는 전문가. / 쿼츠 홈페이지
쿼츠가 된 뉴스픽스는 미국 시장에 맞는 전문가를 찾았습니다. 리처드 브랜슨(Richard Branson) 버진그룹 회장, 푸닛 렌젠(Punit Renjen) 딜로이트 CEO, 애리애나 허핑턴(Arianna Huffington)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문가를 모았습니다. 이제 쿼츠라는 이름으로 미국 시장에 뉴스픽스를 선보입니다.
2016년 필자가 창업해서 만들었던 ‘도밍고뉴스’도 뉴스픽스 모델과 유사했는데요. 필자의 첫 시도는 아쉽게 실패했지만, 여전히 관심을 두고 있는 모델입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한 쿼츠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앞으로 유심히 지켜볼 만합니다.
3. 스마트뉴스(SmartNews)
이번에도 일본 뉴스 앱입니다. 3500만 다운로드를 자랑하는 스마트뉴스는 월간 사용자 1천만 명이 넘습니다. 3천 개 언론사와 제휴를 맺고 매일 1천 개 이상 기사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 이 뉴스 앱에 몇 가지 특징이 숨어있습니다.
먼저 스마트뷰(SmartView) 기능입니다. 페이스북 인스턴스 아티클과 유사한 이 기능은 언론사 홈페이지 접속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은 곳, 특히 지하철 등에서 굉장히 유용한데요. 답답함을 없애준 이 기능에 많은 사용자가 좋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로딩 시 스마트뷰 버튼을 누르면 바로 기사가 보인다. / 오세용 기자
홈 화면을 편집할 수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또 다른 큐레이션 서비스 플립보드(Flipboard)와 비슷한데요. 제휴된 언론사를 선택해 추가하면, 홈 화면 상단 탭에 해당 언론사가 생깁니다. 추가한 언론사 페이지에서도 스마트뷰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웹브라우저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쾌적하게 뉴스를 읽을 수 있습니다.
▲테크크런치를 홈 화면에 추가했다. / 오세용 기자
앞서 소개한 블렌들, 뉴스픽스와 달리 스마트뉴스는 편집부를 운영하지 않습니다. 오직 기술적 큐레이션만 사용하는데요. 머신러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스마트뉴스로 뉴스를 많이 볼수록 사용자가 원하는 뉴스를 추천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스마트뉴스 사용자가 다른 뉴스 앱으로 떠날 수 없는 강력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유료 구독모델이 없는 것도 특징인데요. 페이스북처럼 사용자 맞춤 광고를 통해 수익을 냅니다. 35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그래서 애플 뉴스 플러스는?
소액 결제를 도입한 블렌들, 전문가 독자의 댓글로 2차 생산 콘텐츠를 더한 뉴스픽스 그리고 기술적 큐레이션으로 많은 사용자를 확보한 스마트뉴스. 애플 뉴스는 이들 사이 어딘가 위치할 서비스가 될 것입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플 뉴스 플러스 출시 후 48시간 만에 가입자 수 20만 명을 확보했습니다. CNBC는 “20만 명에게 나오는 수익은 애플에게 푼돈”이라며 지적했는데요. WSJ에 따르면 애플 뮤직은 지난 2019년 2월 유료 가입자 수 2800만 명을 확보하며, 스포티파이 2600만 명 유료 가입자 수를 돌파했습니다. 애플 뉴스 플러스가 애플 뮤직처럼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합니다.
애플 뮤직 플러스에 대한 비판도 있습니다. 애플 소식을 전하는 잡지 맥월드에 따르면 애플 뉴스 플러스는 ▲iOS에서 잡지 검색이 어렵고 ▲애플 뉴스 플러스에 최적화되지 기사가 많으며 ▲다운로드된 잡지는 수동으로 삭제 불가 등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출시한 초기 서비스인 만큼 섣부른 판단은 피해야 합니다. 미디어 서비스 창업자로서 그리고 미디어 산업 종사자로서 미디어 시장에 대한 애플의 행보를 기대해봅니다.
*참고자료
https://www.mk.co.kr/news/it/view/2019/04/206695/
https://www.nytimes.com/2019/04/02/business/media/media-companies-take-a-big-gamble-on-apple.html
http://www.itworld.co.kr/news/120287
https://dadoc.or.kr/2215
https://launch.blendle.com/
https://www.blendle.support/hc/en-us/articles/115000244372-What-is-Blendle-
https://www.linkedin.com/pulse/why-we-acquired-quartz-newspicks-founder-ready-make-splash-ebitani
https://en.everybodywiki.com/NewsPicks
https://www.uzabase.com/en/wp-content/uploads/page/2018-Full-year-Financial-Results-Presentation-Slideshow.pdf
https://1boon.kakao.com/bloter/323379
https://1boon.kakao.com/bizion/5c62031e6a8e51000107e692
https://www.imaso.co.kr/archives/4740
오세용(글 쓰는 감성 개발자)
6년간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일했다. 도밍고컴퍼니를 창업해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도밍고뉴스>를 만들었다. 소프트웨어 전문지 <마이크로소프트웨어>에서 개발하는 기자, ‘개기자’로 일했다. 지금은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따뜻한 커뮤니티 STEW>에서 함께 공부한다. http://bit.ly/stew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