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자동운전 탐사차는 얼마나 빠를까?
우주 비행사 몇 명이 아니라 수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화성에 이주한다면, 행성 방호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행성 방호에 관한 연구 개발에 투자하고 있을까? 위험성을 적절하게 평가하고 있을까? 역오염으로 지구를 위험에 빠뜨릴 위험성은 고려하고 있을까?
글ㆍ사진 오노 마사히로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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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ASA/Caltech 화성탐사차 큐리오시티가 찍은 ‘셀카’

 

 


마스 2020 계획에서 엔지니어가 맡는 업무는 두 가지다. 하나는 착륙 후보 지점을 선정하는 일이다. 기술자들은 과학자들이 선정한 각 후보 지점에서 탐사차가 안전하게 달릴 수 있을지 해석한다.

 

또 다른 일은 탐사차의 자동운전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현재는 지구에서도 자동차 회사와 IT기업이 앞다퉈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데, 화성에서는 2004년에 착륙한 탐사차인 스피릿과 오퍼튜니티가 이미 자동운전으로 달리고 있었다.

 

화성 탐사차는 속도가 아주 느리다. 현재 화성을 달리고 있는 큐리오시티의 주행거리는 길어도 1솔(화성의 하루로, 24시간 40분에 해당한다)에 약 100미터 정도이고, 평균적으로는 5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육상 선수가 10초 만에 달릴 거리를 온종일 달린다는 뜻이다. 마스 2020 탐사차는 1솔에 평균 200미터 정도를 달릴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착륙 후보 지점에는 바위와 모래가 많다. 그래서 나는 탐사차가 안전하게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도록 자동운전 기능을 개량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또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자동운전 기능을 개선하는 일이 쉽지 않다. 우선 탑재된 컴퓨터의 성능이 별로 좋지 않다. 우주에서는 강한 방사선이 내리쬐므로 특별한 CPU를 써야 하는데, 이는 지구에서 사용하는 CPU보다 몇 세대 이전에나 쓰이던 성능이다.

 

화성 탐사차가 착륙하면 그 이후에는 수리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화성 탐사차는 정비 작업 없이 몇 년이든 달릴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바위에 부딪혀서 망가지더라도 카센터에 연락해서 고쳐 달라고 할 수 없으니 아주 높은 신뢰성이 필요하다.

 

화성 탐사차 개발이라고 하면 아주 근사한 일 같지만, 내가 평소에 하는 일은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매일 수만 줄이나 되는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쳐다보고 있어야 한다. 동작이 이상하면 프로그램을 한 줄 한 줄 확인하며 버그를 찾는다. 검토 받을 때마다 끝없이 고쳐야 할 내용이 생긴다. 상사가 닦달할 때도 있다.

 

일하다 지쳐 피곤할 때면 나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상상에 빠진다. 몇 년 후에 이 탐사차가 화성에 도착해서, 내가 만들고 있는 소프트웨어에 따라 붉은 땅 위를 달릴 것이다. 그리고 탐사차가 채집한 화성 암석이, 수십 년 후에는 지구로 돌아올 것이다. 이 탐사차를 통해 사상 최초로 외계 생명체가 발견될지도 모른다. 즉, 인류사에 영원히 남을 대발견에 조금이나마 공헌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상상이 항상 나를 북돋아 준다. 나는 눈을 뜨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화성 이민, 지구 멸망을 대비한 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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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가 구상하는 화성 이민

 

 


스페이스X의 설립자인 일론 머스크Elon Reeve Musk는 앞으로 10년 정도 후에 화성 이민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말로 꿈으로 가득하고 두근거리는 이야기다. 나도 가능하다면 직접 화성에 가 보고 싶다.

 

19세기 독일 사업가인 하인리히 슐리만은 어렸을 때 그리스 서사시이자 ‘트로이 목마’ 이야기로 잘 알려진 『일리아스』  를 읽고, 이야기의 무대인 트로이아를 언젠가 보고 싶다는 꿈을 지니고 있었다. 당시에는 트로이아가 실제로 존재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슐리만은 어른이 된 후에도 트로이아가 실재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으며, 무역으로 번 돈으로 발굴을 시작했다. 하지만 훗날 밝혀진 바에 따르면,  『일리아스』  에 나온 트로이아는 다름 아닌 슐리만 본인이 성급하게 파헤치다 파괴해 버린 층에 있었다고 한다. 잃어버린 역사 기록은 두 번 다시 되찾을 수 없다. 슐리만이 꿈꾸었던 『일리아스』  의 트로이아를, 역설적이게도 슐리만 자신이 영원히 파괴해 버린 것이다.

 

우주 비행사 몇 명이 아니라 수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화성에 이주한다면, 행성 방호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행성 방호에 관한 연구 개발에 투자하고 있을까? 위험성을 적절하게 평가하고 있을까? 역오염으로 지구를 위험에 빠뜨릴 위험성은 고려하고 있을까?

 

나는 우주 이민이 인류의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틀림없이 언젠가 실현될 것이다. 그리고 화성에 연구소가 생겨서 과학자가 직접 현지에서 조사할 수 있게 되면, 화성 생명에 관한 연구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하지만 너무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틀림없이 역사의 전환점에 서 있다. 우리가 무엇을 이루고 어떤 잘못을 범하더라도, 역사는 이를 기억할 것이다. 우주는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 인류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가늠해 보고 있는 것이다.

  


 

 

호모 아스트로룸오노 마사히로 저/이인호 역 | arte(아르테)
이 친절하고 호기심 넘치는 이야기꾼은 우주탐사 역사의 첫 장부터 아직 빈 종이로 남아 있는 미래의 우주탐사까지, 그 서사를 극적으로 그려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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