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완벽해지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지난 8월 10일 『설민석의 삼국지』 의 출간 기념 저자 강연회가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방학을 맞아 가족 단위로 강연장을 찾은 독자들과 친구, 연인과 함께 온 성인 독자들이 모여 자리를 가득 메웠다. 모든 연령대를 아우르는 설민석 저자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뜨거운 환호 속에 등장한 저자는 『설민석의 삼국지』 가 “쉽게, 재밌게, 짧게, 감동은 2배로” 담아낸 책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2년 넘게 기획하고, 1년여 간 수정하고, 독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하며 준비한 결과였다.
설민석 저자는 “삼국지에는 너무 많은 등장인물이 있다. 이름이 등장하는 사람만 1000명 이상이다. 『설민석의 삼국지』 는 중요인물을 20명으로 추렸다”고 말했다. 옛 지명도 최대한 줄이고, 너무 과장되어 신빙성이 떨어지거나 개연성이 없는 이야기도 정리했다고. 그동안 역사 대중화에 앞장서 온 저자는 “내가 느끼고 공부하고 깨달은 것들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었다”며 집필 이유를 밝혔다. “삼국지에 입문하는 데 『설민석의 삼국지』 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전했다.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삼국지에는 역사서로써 진수가 집필한 ‘삼국지’와 이를 바탕으로 나관중이 각색한 소설 『삼국지통속연의』 (삼국지연의)가 있다. 진수의 ‘삼국지’에서는 조조가 뛰어난 인물로 평가되는 데 반해 『삼국지연의』 에서는 유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시대상의 반영”이라는 것이 설민석 저자의 해석이다. “유교와 성리학의 사회였던 당시에는 덕, 의리, 명분을 중시했다. 유비는 당시의 사람들이 바라는 이상향이었다”는 설명이다. 『설민석의 삼국지』 는 『삼국지연의』 의 핵심사건을 간추려 실으면서, 기존의 『삼국지연의』 와 다르게 표현된 부분들은 부록에서 한 번 더 서술했다.
삼국지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이 끝난 후 본격적인 강연이 시작됐다. 설민석 저자는 ‘삼국지를 통해 배우는 리더의 조건’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유비, 조조, 손권, 사마의에게서 엿볼 수 있는 리더의 자질을 설명했다.
“유비에게 배울 수 있는 첫 번째 리더십은 ‘의리’입니다. 유비가 조조한테 패하고 형주로 탈출을 하는데, 백성들을 데리고 갑니다. 군인들이 행군을 하면 빨리 탈출할 수 있겠지만 남녀노소 섞여 있으니 빨리 갈 수가 없는 거예요. 그때 제갈공명이 ‘백성들을 버리고 가셔야 됩니다. 당장은 안타깝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다 죽습니다. 우리가 살아야 훗날을 도모해 백성들을 구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맞는 이야기인데, 유비가 상상도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합니다. ‘백성은 나를 버릴 수가 있지만, 나는 백성을 버리고 갈 수 없습니다’라고 해요.”
제갈공명을 얻기 위해 유비가 삼고초려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더 놀라운 것은 “내가 공명을 얻은 것은 마치 물고기가 물을 가진 것과 같다. 내가 물고기이고 공명이 바다이다”라는 유비의 말이다. ‘수어지교(水魚之交)’의 어원이기도 한 이 일화를 통해서 ‘인재를 대하는 겸손의 자세’를 배울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비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었어요. 힘도 약하고, 돈도 없고, 권력도 없고, 지략도 없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황제가 되잖아요.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요? ‘가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가 리더가 되기를 바라실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절대 아이가 완벽해질 것을 강요하지 마세요. 완벽은 리더의 조건이 아니에요. 부족함이 리더의 미덕입니다. 완벽한 사람의 근처에는 사람이 머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똑똑한 조조 곁에서 책사들이 다 떠나거나 내쳐진 거죠. 리더는 완벽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타고난 덕성 한 가지를 끝까지 가지고 가면, 부족함은 나보다 더 훌륭한 수많은 팔로워들이 채워줍니다. 그 사실을 1800년 전의 유비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번 생에 당신이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조조를 일컬어 ‘잔머리 대왕’이라 말한 설민석 저자는 그의 영민함과 기지를 보여주는 일화를 소개했다. 그리고 이런 조조에게도 배울 만한 리더의 조건이 있었으니, 바로 ‘반전의 아량’이라고 했다.
“조조가 원소와 전쟁을 해서 원소의 성을 차지했어요. 한 장수가 와서 ‘우리 지역의 병사들과 백성들이 원소와 내통한 편지가 발견됐다’고 고합니다. ‘이름이 적혀 있으니 참수해야 된다’고 해요. 그랬더니 조조가 ‘원소의 군대가 막강할 때는 나도 원소가 겁이 나고 자신을 지킬 수가 없었는데, 내 밑에 있는 군사와 백성들은 오죽했겠느냐’고 말합니다. 전쟁에서 우리가 이겼으니 못 본 척 눈 감아 주자고 말해요.”
조조는 패배한 장수를 앞에 두고 ‘한 번 실수는 병가의 상사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것’이라며 독려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자는 ‘긍정의 힘’ 역시 리더가 갖춰야 할 조건임을 깨달았다.
이어서 ‘신중함을 겸비한 수성의 달인’으로 손권을 소개한 저자는, 사마의를 통해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를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유비와 조조가 죽은 뒤에 제갈공명이 유비의 복수를 하겠다고 위나라를 쳐들어왔을 때입니다. 사마의가 제갈공명과 대결하게 돼요. 그런데 제갈공명은 너무 뛰어난 사람이잖아요. 그 사람을 상대로 어떻게 사마의가 이길 수 있었을까요? 그 덕목이 바로 ‘지피지기 백전불태’입니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 말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로움이 없다’는 뜻이거든요. 이 병법을 그대로 받아들인 게 사마의예요. 사마의는 제갈공명이 마치 신과 같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리고 자신에 대해 알았습니다. 분수를 알고 싸우지 않아요. ‘싸움에서는 지지 않는 것이 승리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안 싸워요. 결국 공명은 떠나는데요. 이후에 공명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설민석의 삼국지』 2권에 나옵니다(웃음).”
강연을 마무리하며 설민석 저자는 “행복을 위해서 일을 하는데, 일 때문에 행복을 팽개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나를 되돌아보고 살피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것. “앞만 보고 달리는 우리에게 삼국지가 던지는 질문이 무엇인지 귀를 기울여 보자”고 제안한 그는 독자들에게 묵직한 질문을 남겼다. “이번 생에 당신이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방대한 양의 『삼국지연의』 를 단 2권의 책 속에 담아놓은 『설민석의 삼국지』 는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삼국지 입문서’를 표방한다.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사랑받고 있는 1권의 뒤를 이어, 2권이 예약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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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삼국지설민석 저 | 세계사
설민석 특유의 강의식 말투로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해 주고, 현대식 비유와 오늘날의 우리에게 필요한 교훈들도 곁들였다. 삼국지의 전체 흐름과 내용을 파악한 후엔 다른 삼국지 콘텐츠를 만나도 반갑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