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링의 논문은 발표 60년이 지난 요즘 산업계와 생활에 새로운 의미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자유로운 생각으로서 지금은 멀어 보이는 미래를 미리 진지하게 연구하는 활동의 가치에 대해서도 한번 더 떠올려 보게 된다. 1950년대 초 SF물에서는 인공지능 로봇과 기계 두뇌에 대한 이야기가 유행처럼 쏟아졌다. 그렇다 보니 세상에는 “컴퓨터는 인공으로 만든 두뇌 비슷한 것이다.”라는 생각이 많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당시 과학자나 전문가들에게는 “컴퓨터는 시킨 일만 규칙대로 처리하는 기계일 뿐이며 사람의 두뇌와는 아주 다르다.”고 대답하는 것 이 전문가다워 보이는 모범적인 태도였던 것 같다. 그런데 튜링은 거기에서 벗어나서 과감하게 “뭐, 컴퓨터가 인공 두뇌 비슷하게 될 수도 있지요.”라고 말하는 쪽이었다. ‘디지털 컴퓨터가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BBC 라디오 강연에서 튜링은 자신이 쌓아 온 컴퓨터에 대한 이론을 차분히 펼쳐 나가면서도 결국 어느 정도의 인공지능이 가능하며 컴퓨터로 인공지능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공상처럼 들릴 꿈을 똑똑히 밝혔다.
이것은 생각하는 기계나 기계가 사람 흉내를 내는 것에 대해 단순히 몽상적인 생각을 늘어놓으며 괜히 사람들을 겁주고 선동하거나, 혹은 그저 사상적인 탐구로만 달라붙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나는 기술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을 후련하게 밀고 나가 보는 방식으로 미래 를 따져 나가는 데는 색다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식론의 심오한 세계를 고전 속에서만 탐구한 학자가 아니라, 암호 해독 장치에 들어갈 부품과 회로를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어 실험해 보던 튜링이 지능의 의미에 대해 고민한 이야기가 특히 절묘했다는 점은 주목해 볼 만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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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튜링, 지능에 관하여앨런 튜링 저/곽재식 해제/노승영 역 | 에이치비프레스
과학 및 인문서로 유명한 노승영 번역가의 명철한 번역, 앨런 튜링의 업적과 인간적인 면모를 밝힌 ‘소설 쓰는 과학자’ 곽재식의 해제가 한국어판의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 주었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