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혼에게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어느 날 아침 늘 손이 닿던 벽장 속 선반에 손이 닿지 않더니 다음에는 옷이 너무 커져 버린다. 소매는 손을 덮고 바지는 발에 걸려 넘어질 정도다. 트리혼은 몸이 점점 줄어든다고 하소연하지만, 엄마는 케이크 반죽에 더 신경을 쓰고 아빠는 이 세상에 줄어드는 사람이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담임선생님 역시 우리 반에서는 줄어들면 안 되니 내일까지는 해결하라고 하고, 교장 선생님도 상담을 했으니 문제가 해결되었다고만 한다.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쉰여섯 개나 될 정도로 텔레비전 보기를 좋아하고, 선물 때문에 시리얼 한 상자를 다 먹어치우고, 그렇게 받은 온갖 선물을 벽장이 미어터질 정도로 모아두는 트리혼. 쓸모도 없는 경품에 집착하고, 엎드려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려가며 재미없어도 끝까지 텔레비전을 보는 엉뚱한 아이 트리혼. 트리혼의 상식을 벗어난 이야기에 어른들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그것에 별로 개의치 않아 보이는 트리혼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되고 나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정말로 트리혼의 몸 색깔이 변한 걸까? 아니면 아버지 말대로 튀고 싶어서 하는 행동일까? 마치 공포 영화의 엔딩처럼 새로운 불안감을 조성하며 오래도록 생각이 머물게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아무 신비로운 계기도 없이, 평범한 아이 트리혼은 하루아침에 몸이 줄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하이드는 이 기묘한 이야기를 무덤덤한 문체로 천연덕스럽게 풀어놓는다. 일상적인 배경과 문체 때문에 트리혼이 처한 비정상적인 상황이 더욱 초현실적이면서도 기괴하게 다가온다. 이야기와 어우러지는 고리 특유의 정적인 흑백 그림도 오래도록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속마음을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인물들이 보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오래된 흑백 영화의 표정 없는 희극 배우들처럼 상황을 더욱 희극적으로 보이게도 한다.
트리혼이 작아지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각자의 생각에 빠져 알아보지 못하거나 알아보고도 무시하는 부조리한 상황이 극대화되는 내용은 ‘이해의 어려움’과 ‘소외의 고통’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어린이와 어른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상처를 입거나 가해자는 아니다.
트리혼이 줄어드는 상황은 어린이가 느끼는 왜소화를 상징하지만, 작품 특유의 숨겨진 유머는 이런 부조리한 상황을 역설적이게도 희극으로 다가오게 만든다.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없는 어린이들의 특별한 세계와 그 세계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어른들의 합리성을 추구하는 세계가 부딪치면서 그 접점에 비극과 희극이 창출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라면 트리혼에게 공감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세계를 발견하면서 열광하며 기쁨의 탄성을 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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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아이 트리혼플로렌스 패리 하이드 저/이주희 역 | 논장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세계 안에 ‘사랑’과 ‘관심’과 ‘이해’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시대를 넘어 사랑받는 작품으로 소통의 어려움과 무관심의 부조리를 익살스럽지만 결코 가볍지 않게 다룬 솜씨 있는 이야기와 재치 있는 그림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순수한 재미를 주는 책이다.
소복이 (만화가)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했다. 지금은 만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독특하고 깊이가 느껴지는 그림에 인문적 감수성을 더해 내는 흥미로운 작업을 하고 있다. 어린이 잡지 『고래가 그랬어』, 환경 운동 단체인 ‘녹색연합’ 등에 만화를 연재하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는 『이백오 상담소』 『두 번째 비법』 등이 있고, 『우리집 물 도둑을 잡아라』 『인권도 난민도 평화도 환경도 NGO가 달려가 해결해 줄게』 등에 그림을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