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로테스크한 제목을 어쩐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라니. 이 그로테스크한 제목을 어쩐다. 개성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력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그림체는….
글ㆍ사진 김수진(흐름출판 편집자)
2020.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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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 라니. 이 그로테스크한 제목을 어쩐다. 개성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력적이라고 하기는 어려운 그림체는…. 대체 이 아이를 어찌하면 좋지…. 이것이 대략적인 줄거리만 알고 본 이 책의 첫 인상이었다. 하지만 초교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눈물을 한 세 번쯤 훔쳤다.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러 생각했다. 뭐야, 이 만화 좋은데? 좋잖아?!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만화다. 20대에 혈액 질환으로 수술과 긴 투병생활을 경험했던 작가는 10년쯤 뒤 모친의 위암 말기 선고를 듣고 어머니의 간병을 도맡는다. 아픈 어머니를 돌보며 건강했던 시절의 그녀를 떠올리기도 하고, 곧 다가올 현실(어머니의 죽음)을 부정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전심전력으로 최선을 다해 어머니를 보살핀다. 그러나 모친의 병도, 간병 생활도 무감각해질 무렵 모친의 임종이 찾아오고, 작가는 담담히 어머니를 보낼 준비를 한다. 마지막 순간, 그는 약한 숨을 가늘게 토해내는 어머니를 가만히 끌어안고 나지막이 인사를 건넨다.

 

“고마워요, 고생했어요, 잘 가요. 나중에 다시 만나요.” 


이 모든 것을 담아서 ‘사랑한다’는 말을 엄마에게 몇 번이나, 몇 번이나 큰 소리로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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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순간 툭, 떨어지는 눈물이라니. 이건 분명히 언젠가 나도 마주할 순간이 아닌가. 


‘2020 원더키디’ 마크가 찍힌 붉은색 책가방을 메고 ‘국민학교’로 달려가던 꼬마는 2020년과 함께 마흔을 코앞에 두었다. ‘와, 나만 나이를 먹나’ 라고 푸념하지만 그만큼 내 부모님도 늙어가고 있음을 체감한다. 몇 주 간격으로 본가에 들를 때마다 조금 더 노인이 된 아버지와 그 뒤를 좇는 엄마를 본다. (언제부턴가 ‘아버지’라는 호칭이 ‘아빠’보다 편하다. 하지만 엄마는 언제나 ‘엄마’인 건 왜일까?) 보지 않은 새에 아버지는 더 마르고 드시는 약이 늘었다. 엄마는 예전보다 힘주어 아이라인을 그리시지만 검은 선은 자꾸만 쳐져가는 눈가를 따라 더 빠르게 번진다. 두 분 모두 여기저기 아프다는 말씀이 잦아졌다. 돋보기 없이는 휴대폰도, 세금 고지서도 확인하시지 못한다. 여전히 두 분 다 일하고 계시지만 그 ‘노동’이라는 두 글자를 내려놓으실 날이 머지않았음을 짐작해본다. 젊은 시절에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던 이별이 어느 날엔가 불현듯 찾아오겠구나 싶어 심장이 툭 내려앉는다. 그 순간이 오면 나는 과연 그 이별을 감당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런지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것으로 끝맺지 않은 작가의 이야기가 위로가 되었다. 작가는 모친의 장례식을 치르고, 가족과 함께 슬픔을 견디며 다시 일상을 살아나간다. 때로는 울고 때로는 추억을 되짚어가면서. 삶의 터를 옮기고 꿈꾸던 만화가가 되고 젊은 시절의 수술과 투병으로 염두에 두지 않았던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어머니의 부재가 가져온 쓸쓸함과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지만 어머니로부터 사랑 받았던 기억들을 마음속에 새겨 넣으며 자신의 인생을 향해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라는 작가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갈 것도 같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안에 남기고 싶었던 절절함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싶다. 실제로 작가는 ‘작가의 말’에 이르러 자신이 이 제목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를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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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한 당시에는 “호러 만화인가요?”라거나, “처음엔 좀 무서워서 꺼려졌습니다.”라는 의견도 많았습니다. 편집부에서도 서점에서 여성 독자들이 책을 집어 들기 주저할 거라는 의견이 있어서 다른 제목을 고민해보기도 했지만 다른 어떤 것도 이 이야기에 딱 들어맞지 않았습니다. (…)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유골을 먹고 싶다’는 마음이 내 안의 가장 강렬한 감정이었다고 느꼈고, 제목으로는 이 이상의 것이 없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너무 슬퍼서 견딜 수 없었던 기억이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이토록 근원적이고 궁극적인 사랑을 나도 누군가를 향해 품는 것이 가능했구나.’라는, 그런 용기도 생겨나는 제목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의 말미, 오랜만에 고향집에 들른 작가는 어머니의 영정을 향해 “다녀왔어요”라고 인사를 한다. 그 인사가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괜찮을 거라는 위로 같았다. 나도 언젠가 그가 겪은 이별을 경험하게 될 테지만 삶은 또 그렇게 흘러갈 것이다. 작가처럼 사랑하고 사랑 받은 기억을 힘으로 삼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뜻하지 않은 온기가 가슴에 닿은 것 같았다. 그러다 현실로 돌아와 생각했다. ‘이 책… 좋은데, 진짜 좋은데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그 유골을 먹고 싶었다미야가와 사토시 글그림/장민주 역 | 흐름출판
이야기는 어머니를 떠나보낸 순간에서 멈추지 않는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쓸쓸함과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지만, 일상은 다시 흘러가고 작가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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