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톰린슨, 원 디렉션 이후의 스케치 작업
무난한 완성도의 앨범은 말 그대로 ‘첫’에 의미를 두었다.
글ㆍ사진 이즘
2020.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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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출발점에서 시작한 원 디렉션(One Direction)이 완전한 다섯 갈래로 나뉘었다. 팀을 떠난 제인은 알앤비를, 해리 스타일스는 1980년대 록을, 포크의 나일 호란, 그리고 리암 페인은 범대중적 팝을 골랐다. 이들과 달리 루이 톰린슨은 꽤 오랜 시간을 제자리걸음으로 보냈다. 어머니와 여동생의 연이은 죽음, 그로 인한 긴 방황이 마이크에서 멀어지게 한 것이다. 데뷔 10년 만에 안착한 첫 솔로 앨범 는 그간 겪은 아픔과 부담감을 향해 내딛는 도전장이다.

 

그는 정통 브릿팝, 정확히는 오아시스에 대한 헌사를 택했다. 앨범 전반의 색깔을 지배하는 업비트의 캐치한 팝 록 「Kill my mind」는 리암 갤러거 특유의 ‘흥겨운 거칢’을 빼닮았다. 이후에도 「Stop crying your heart out」을 차용한 「Walls」, 「Champagne supernova」가 떠오르는 「We made it」은 과거지향적인 초점을 명확히 한다. 방향은 뚜렷하지만 그만의 길을 구축했다는 느낌은 없다. 루이 톰린슨의 노래라기보다 마치 오아시스의 수록곡에 그의 목소리를 얹은 것 같다.

 

오히려 애절함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지점에서 빛을 발한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한 「Two of us」나 어쿠스틱 기타의 「Too young」은 보컬만으로 곡을 이끌어가는 파워를 내비치는 동시에 간결함을 수확한다. 떼창을 유도하는 「Always you」도 마찬가지.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단조로움을 쳐내지 않아 인상적인 지점을 만들지 못한 것은 아쉽다. 따뜻한 질감과 그저 흘려보낼 무자크(Muzak) 음악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고 있는 구성이 곡의 개성을 부여하지 못한 것이다.

 

심심할 정도로 편안하거나 오아시스가 아른거리는, 꽤 극단적인 두 가지 모습을 보인다. 무난한 완성도의 앨범은 말 그대로 ‘첫’에 의미를 두었다. 보이 밴드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막 홀로선 아티스트의 역량과 개성을 표출하기보다 밑바탕을 그리는 스케치 작업을 보여준 것에 더 가깝다. 아직 덧칠할 수도, 지울 수도 있는 단계이므로 앞으로 그가 어떤 도구를 손에 쥘지가 관건이다.

 

 

 

 

 


 

 

Louis Tomlinson (루이 톰린슨) - 1집 WallsLouis Tomlinson 노래 | SonyMusic / Syco Music
솔로 아티스트로서 지금까지 묵묵히 한걸음씩 내디뎌온 루이 톰린슨의 모든 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품이다. 물론 과거 작품들보다는 한 단계 확장된 세계관을 그는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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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톰린슨 #Louis Tomlinson #Walls #데뷔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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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