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케빈 파커와 테임 임팔라의 승리는 과거에 전복된 현재를 상징한다. 1960년대 사이키델릭을 재기 발랄하고 치열하게 복각한
5년 만의 새 앨범
이들의 음악 세계는 여전히 견고하다. 사이키델릭의 몽환적인 잔향 아래 치밀하게 구성된 소리와 리듬 변주를 삽입하고 곡의 메인 멜로디를 얹은 뒤 선명한 보컬을 조립하는 치밀한 구성이다. 여기에 케빈 파커가 예기치 못한 변주를 더하며 긴 호흡의 흐름에 진부함을 덜어낸다. 핵심 선율을 먼저 제시하고 뿌연 잔향의 사이키델리아 안개를 펼치는 「Instant destiny」는 후반부 실로폰과 신시사이저 변주로 아트 록 적 접근을 취하며, 이는 프로콜 하럼과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 레드 제플린을 통해 1970년대의 향취를 가져오는 「Posthumous forgiveness」나 「Tomorrow’s dust」 등으로 확장된다. 앨범을 닫는 7분 13초짜리 대곡 「One more hour」는 그중 단연 백미다.
전작의 「Let it happen」, 「The less I know the better」처럼 리드미컬한 곡들 역시 그 팔레트가 더욱 화려해졌다. 사이키델릭 댄스 팝이지만 인트로의 유연한 기타 리프가 홀 앤 오츠의 블루 아이드 소울을 숨기지 않는 「Breathe deeper」, 슈퍼트램프의 「The logical song」로부터 가져온 인트로를 후반부 트립합으로 휘저어놓는 「It might be time」 등이 그렇다. 비지스가 겹쳐가는 「Is it true」와 이탈로 디스코 트랙 「Glimmer」 역시 케빈 파커의 화려한 디깅 전력을 짐작케 한다. 과거에 매몰된 삶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노래하며 앨범의 핵심을 짚은 「Lost in yesterday」도 역시 티어스 포 피어스의 베이스 라인을 바탕으로 진한 뉴웨이브의 색채를 더한 곡이다.
시간은 빠른 것 같으나 더디게 흐르고 유행은 반복된다. 테임 임팔라는 수준급의 새 앨범으로 레트로 시대 그들의 의미를 다시 각인했다. 그들은 단순한 따라 하기 및 흉내내기를 넘어 ‘팝의 고전’을 탐독하고, 이를 바탕으로 먼 과거처럼 여겨지는 치열한 대중음악의 작법을 계승할 뿐 아니라 신세대 마니아들의 지지까지도 확보하는 거의 유일한 팀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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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me Impala (테임 임팔라) - 4집 The Slow Rush Tame Impala 밴드 | Universal / Fiction
로스 앤젤레스와 Kevin Parker의 고향인 호주 프리맨틀의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앨범으로 Travis Scott, SZA, Kali Uchis, Lady GaGa 등 참여했으며, 싱글 'Borderline' , 'It Might Be Time' & 'Lost In Yesterday'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