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디자인, 누가 만들었을까?
영화 세트는 여러분이 스크린에서 보는 아름다운 풍경과는 다르며 케이블과 조명으로 가득한 아주 인위적인 환경이다. 따라서 배우가 캐릭터에 보다 깊이 빠져들 수 있도록 우리가 세트 디자인에 넣는 세부 요소들은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중요하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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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니스>에서 악동들은 ‘보물 지도’를 발견함으로써 집을 떠나 모험에 나설 수 있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찰리는 ‘황금 티켓’을 찾고서야 비로소 초콜릿 공장에 가게 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사무직원이 한 어머니에게 ‘세 통의 전사 통지서’를 발송해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무도 라이언 일병을 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해리포터>에서 벽난로 속을 날아다니는 ‘수백 통의 편지’가 아니었다면 해리가 호그와트로 떠날 수 있었을까?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그래픽 소품은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지만 가끔은 이야기를 촉발시키는 중요한 상징물이 된다. 그리고 때로는 영화 자체를 상징한다. 이를테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멘들스 박스처럼! 이 박스를 만든 애니 앳킨스는 웨스 앤더슨을 비롯하여 스티븐 스필버그, 토드 헤인즈 등 거장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영화 그래픽 아티스트다. 이 책은 멘들스 박스를 비롯하여 애니 앳킨스가 제작한 각종 그래픽 소품과 여기에 얽힌 흥미진진한 비하인드, 그리고 영화 그래픽 디자인의 세계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지금껏 어디에서도 공개된 적이 없는 놀라운 이야기다. 그녀가 작업한 170여 점의 그래픽 디자인 소품은 독자의 눈과 마음을 단번에 빼앗을 정도로 아름답다.

 


영화 그래픽 디자이너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모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영화 그래픽 디자이너의 일에 대해 설명해 달라.

영화 그래픽 디자이너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사용하는 모든 그래픽 소품과 그래픽 세트 도구를 만든다. 레터링이나 무늬 혹은 그림이 들어간 건 모두 ‘그래픽’ 소품이라 할 수 있다. 크기와는 상관없다. 신문, 여권, 표지판, 스테인드글라스, 버스 티켓, 담뱃갑 등이 다 포함된다.

스티븐 스필버그 등 여러 감독과 작업했지만 웨스 앤더슨과의 작업을 빼놓을 수 없다. 책에도 쓰여 있지만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커리어의 큰 전환점이 되었다고 하던데?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내가 깊은 애정을 가진 영화다. 많은 사랑을 받는 동시에 그래픽 디자인에도 관심을 두는 영화를 작업하는 기회는 흔치 않다. 이런 예술 작품에 참여할 행운을 얻은 것에 (그리고 웨스 앤더슨 감독에게!) 매일 감사한다. 그래픽에 대한 앤더슨 감독의 섬세한 감각 덕분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개봉된 후 영화 그래픽 디자인도 조금씩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나 또한 많은 기회를 얻어 여러 디자인 컨퍼런스에서 이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보여 줄 수 있었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덕에 세계를 누볐고 가르치는 일도 시작했다. 영화 그래픽 디자인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전 세계에서 더블린으로 모여든다.


 

책에 담겨 있는 170여 종의 아름다운 그래픽 소품은 어떤 매거진이나 카탈로그 못지않다.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데 이것이 다가 아니다. 이와 같은 소품을 만들기 위해 시대 고증부터 각종 자료 탐색까지… 관객은 상상도 못할 여러 요소를 고민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영화 한 편을 위해 우리가 제작하는 소품들은 대부분 잠깐 비춰질 뿐이고, 관객들도 그리 주의 깊게 보지 않는다. 그럼에도 모든 소품이 시대와 장르와 줄거리에 맞게 정확해야 한다. 실수라도 하면 눈에 확 띄기 때문이다! 관객보다 배우들을 위해 디자인하는 일도 자주 있다. 영화 세트는 여러분이 스크린에서 보는 아름다운 풍경과는 다르며 케이블과 조명으로 가득한 아주 인위적인 환경이다. 따라서 배우가 캐릭터에 보다 깊이 빠져들 수 있도록 우리가 세트 디자인에 넣는 세부 요소들은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중요하다. 

한국에서도 몇몇 작업을 했다. 특히 고은수 쇼콜라티에와의 2015년 삐아프 컬렉션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가 직접 연락을 취했다고 들었다.) 또 화장품 브랜드인 헤라와도 작업했다. 

그렇다.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에 참여해 작업을 마무리할 즈음 고은수 쇼콜라티에가 문득 연락을 해왔다. 영화 작업을 마칠 때는 새로 만난 친구들 그리고 동료들과 헤어지기 때문에 조금 슬픈 기분이 드는데, 마침 그 재미있는 작업에 빠져들 수 있어서 좋았다.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를 위한 초콜릿 박스를 함께 만들었다.) 고은수 쇼콜라티에와의 작업은 아주 멋진 경험이었다. 그래서 헤라가 홀리데이 컬렉션의 패키지 디자인을 의뢰해 왔을 때 곧바로 수락했다. 그 뒤로 한국을 방문하고 싶었는데 아직 못 갔다! 곧 갈 수 있길 바란다. 남편 닐Neill은 젊은 시절에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쳤는데 서울에 대해 항상 애정을 담아 이야기한다. 미래로 순간 이동하는 것 같단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한국 영화인 <기생충>이 4관왕을 차지했다. 혹시 이 영화를 봤는지, 또 한국 영화나 문화에 대해 알고 있는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기생충>은 정말 좋았다. 보는 내내 숨이 막힐 정도였고, 그런 영화는 한 번도 못 본 것 같았다. 한국 영화를 처음 접한 계기가 되어 이후 봉준호 감독의 <옥자>와 <설국열차>를 봤다. 넷플릭스에서 도 봤다. 훨씬 조용한 스타일이긴 하지만 아주 재밌게 봤다. 이제 한국 영화에 눈을 떴으니 계속 관심 있게 볼 생각이다. (추천해 주시길!) 

아카데미 미술상에 노미네이트된 《기생충》의 이하준 미술감독이 추천사를 써 주었다. 

그렇다! 이하준 미술감독의 추천사를 읽고 매우 행복했다. 같은 업계에 있는 누군가 내 책을 읽고 좋은 평을 해 주는 건 정말 큰 의미가 있다. 이하준 감독은 이 직업을 속속들이 아는 분이다. 이 감독 같은 프로덕션 디자이너들은 영화 전체의 스타일을 디자인하고, 나와 같은 소품 디자이너들의 도움으로 그에 어울리는 모든 세부 요소들을 만들어낸다. 내 책에 대한 그의 다정한 글을 읽게 되어 정말 영광이었다. 내 커리어에서 아주 중요한 사건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훌륭한 영화 산업과 아름다운 디자인 접근법을 가진 한국에서 내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에 무척 기쁘다. 부디 이 책이 흥미롭고 유용하길 바란다. 



* 애니 앳킨스

영화와 드라마 전문 그래픽 아티스트. 미술부 소속으로 주로 영화 촬영에 필요한 종이 소품과 배경 표지 등을 디자인한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는 영화 속 가상의 국가인 주브로브카 공화국의 화폐와 우표, 멘들스 박스 등을 제작했다. 이 영화는 2015년에 열린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술상을 수상했다. 또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스파이 브릿지>에서는 냉전 시대의 뉴욕을 상징하는 각종 소품과 그래픽 디자인을 재현하는 등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시대와 장소를 넘나들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각종 그래픽 소품을 제작했다.

 


애니 앳킨스 컬렉션
애니 앳킨스 컬렉션
애니 앳킨스 저 | 이미숙 역
시공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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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