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알랭 드 보통의 인생학교 서울 교장, 前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편집인, 前 KBS 아나운서, 손미나앤컴퍼니 대표, 여행 작가, 소설 작가. 저자는 수많은 이름을 가지고 있는 다재다능한 여성 리더.
2007년부터 전 세계를 누비며 여행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본 여행기 『태양의 여행자(2008)』, 아르헨티나 여행기 『다시 가슴이 뜨거워져라(2009)』, 페루 여행기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2015)』, 『여행이 아니면 알 수 없는 것들(2016)』 등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려한 이미지에 가려진 여두운 내면을 속속들이 비춘 첫 번째 심리 에세이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를 출간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아주 어릴 적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프랜시스 버넷의 『소공녀』를 완전 몰입해 읽으며 ‘제발 밥때가 돌아오지 말았음 좋겠다‘고 생각한 기억이 있어요. 그러니 책을 좋아한 어린이였던 건 분명한데 본격적으로 독서에 빠지게 된 건 대학 때부터인 것 같아요. 서어서문학 전공을 하면서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의 문학작품을 많이 읽게 되었고 마술적 사실주의 특유의 신비로운 이야기와 기법에 매료되었죠. 또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를 우연히 집어 든 날도 기억해요. 어찌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그 길로 도서관에 가서 하루키의 책을 다 빌려 쌓아놓고 읽기 시작했거든요.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책 속의 세상에는 한계라는 것이 없잖아요. 시공간을 초월하여 어디든, 어느 시대든 여행할 수 있으니까요. 또, 디지털 세상과 뉴스의 홍수 속에선 신경이 곤두서고 긴장하게 되는 반면 책을 읽으면 우리 마음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어요. 그래서 전 일종의 명상과도 같은 치유의 효과가 있고 무한 자유와 파워를 경험할 수 있는 ‘책 읽는 시간’을 좋아해요.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올 상반기 스페인 방송과 K방역에 관한 인터뷰를 한 것을 계기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게 되었어요. 코로나19 사태가 과연 언제까지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세계는 더욱 좁아졌다고 느낍니다. ‘나’만 생각해서는 끝이 안 날 희대의 전염병 앞에서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할 것인가가 큰 화두가 되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제 채널은 외국어 & 세계 문화에 대한 콘텐츠를 제공해서 한국과 세계의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라고 있는데요, 따라서 언어와 환경 문제 등에 관심이 가네요. 조만간 읽으려고 생각하고 있는 책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윽고 슬픈 외국어』,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 박사의 신간 『언어는 본능이 아니다』, 로빈 월 키머러의 『향모를 맡으며』, 빌 게이츠가 곧 출간한다는 『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 등이 있습니다.
최근작 『어느 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와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2년 전 번아웃 신드롬을 겪고 그것을 잘 이겨내는 과정에서 ‘열심히 사는 것‘에 집착하는 것이 비단 저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어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힘들어도 참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삶을 살고 있는 수많은 한국인들에게 저의 경험을 나누어서 슬기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는 계기를 만들어 드리고 싶었죠.
세상이 아무리 혼란스럽다 해도, 아니 그런 시기일수록 우리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중요합니다.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일들을 끌어안고 괴로워하기보다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내 안의 나와 대화하고 화해하고 좋은 관계를 맺는 일에 집중할 수 있으면 그 어떤 위기 앞에서도 현명한 길을 찾을 수 있고 평온함 속에 살아갈 수 있다고 믿어요. 따라서 우리 일상의 자유를 빼앗기고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요즘은 우리가 한 단계 발전하는 토대를 마련할 기회라는 사실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라우라 에스키벨 저
라틴아메리카의 마술적 사실주의 문학에 눈을 뜨게 해준 작품이에요. 멕시코의 흥미로운 전통을 엿볼 수 있으면서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주인공의 비극적이면서도 낭만의 극치인 사랑 이야기와 요리 얘기가 버무려져 ‘말도 안 돼’를 연발하며 읽었지만 끝내는 재미와 감동으로 무릎을 치게 했던 멋진 소설입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저
로맨스라 해야 할지 집착이라 해야 할지 경계가 불분명한 주인공들의 일생을 걸쳐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와 콜레라가 창궐한 시대적 배경이 함께 만들어내는 낭만의 극치. 도대체 몇 번을 읽었는지도 모르겠는데 여전히 마지막 장면을 생각하면 설레네요.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저
소설가이자 정치인이었던 그의 작품 중에는 훨씬 더 스케일이 큰 것들도 많지만 저는 이 소설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어요. 친척 숙모와 불같은 사랑에 빠져 목숨을 걸고 결혼에 골인하는 비현실적 이야기인데 작가의 실제 경험담이라는 점도 흥미롭고 무엇보다 읽는 내내 배꼽을 잡게 합니다. 제가 소설을 쓰고 싶게 만든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그의 작품 세계로 저를 인도해준 책이에요.
헬렌 니어링, 스콧 니어링 저
자연과 인간을 존중하는 삶에 대한 지표가 되어주는 책이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의 삶 자체도 너무나 특별했지만 그들이 세상에 남긴 메시지는 한 번쯤 되새겨볼 만하다고 믿습니다. 가능하면, 그들과 똑같이 하지는 못해도 가능한 친자연주의적인 삶을 실천하며 살거나 최소한 한 번쯤 기한을 정해놓고라도 비슷한 삶을 실천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죠.
말로 모건 저
신이 최초로 창조한 사람들이라 불리는 호주 원주민 참사랑 부족과 함께 사막 도보 여행을 한 백인 여의사의 이야기인데요. 문명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망각해버린 우리의 본질, 혹은 본연의 모습에 대한 깊은 통찰과 지혜로운 메시지가 가득합니다. 그야말로 큰 감동으로 남은 이 책은 제가 가끔 한 번씩 다시 꺼내 읽는 바이블 같은 책이에요.
어니스트 헤밍웨이 저
파리에 3년간 체류한 경험이 있는 저에게는 격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는 멋진 에세이입니다. 여행자에겐 아름다움의 극치인 파리가 체류하는 자들에겐 처음에 잔인하고 힘들기만 하다는 점도, 그러나 작가의 말처럼 ‘젊은 시절 한 번쯤 파리에 살아볼 행운을 누렸다면 그것은 기억 속으로 사라지지 않고 일생 축제처럼 따라다닐 것‘이라는 사실도 완전 공감하거든요. 가난한 무명작가로 파리에 살았던 헤밍웨이의 눈으로 보는 도시는 사실적이면서도 매력적입니다.
쉬나 아이엔가 저
인간에게 선택은 매우 어려운 일로 느껴지는데요. 불운하게도 성장 과정에서 시각 장애인이 된 저자는 오히려 더 큰 선택의 큰 자유를 얻었다고 얘기합니다. 이 자체만으로도 도전이자 용기, 위로가 되는 책인데 실제 선택심리학의 권위자인 그녀가 수많은 실험의 사례들을 근거로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안내해주는 과정은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두꺼운 책이지만 순식간에 읽힐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알랭 드 보통 저
재치 넘치는 철학자이자 소설가인 알랭 드 보통이 인생학교 프로젝트를 하면서 펴낸 책인데요. 거의 매 페이지마다 밑줄을 그을 정도로 우리 마음속의 문제들을 꿰뚫어 보고 분석해 놓은 글의 모음이에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이 인간의 각종 관계인데, 이런 분야에 일가견이 있는 그가 마치 내 관계들을 다 들여다보며 조언해주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 분이라면 꼭 한번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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