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는 올해로 18회를 맞은 ‘올해의 책’ 선정을 위해 독자들에게 후보 도서를 직접 추천 받는 사전 추천제를 도입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돈의 속성』, 『김미경의 리부트』, 『시선으로부터』, 『달러구트 꿈 백화점』 등을 포함한 총 100권의 후보작에 대해 지난 한 달간 투표를 진행했다. ‘올해의 책’ 1위에 오른 오리여인 작가의 에세이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는 26,649표(2.1%) 를 획득하며 독자들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올해의 책’ 1위의 영광을 차지한 오리여인 작가와 서면으로 만났다.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 드립니다. 소감이 궁금해요.
감사합니다.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제가 받아도 되는 건지 조심스럽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합니다. 독자분들이 직접 뽑아주신 거라고 하니 정말 한없이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사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지금까지도 실감되지 않지만요. 소식을 듣고 책을 쓸 때의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번아웃에 모든 활동을 멈췄던,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던 그 시간 덕분에 이런 경험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그때의 저와 같은 시간을 지나고 있는 분들에게 꼭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잠시 주춤하더라도, 잠시 멈추더라도, 이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라고요. 그리고 다시 한번 시간 내어 투표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4년 만의 신작이었습니다. 조금 다른 마음으로 책을 쓰셨을 것 같은데요.
에세이로는 4년 만의 신작이었지만, 떨리기보다 오히려 가장 편하게 작업했던 책이었습니다. 책을 내야 한다, 원고를 채워야 한다는 압박이나 제약도 없이 편하게 제 안에 있던 이야기를 썼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부담 없이 오히려 저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를 쓰면서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이 있나요?
수년간 한 번도 쉬지 않고 일하다 번아웃이 와 모든 활동을 멈추었을 때, 1년 가까이 쉬면서 찬찬히 쓰고 그린 것들이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가 되었습니다. 온전히 쉬면서 가족들과 친구들, 사람들을 만나며 마음에 남았던 따뜻함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추억들을 정리하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왜 그리 바쁘게 살았는지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천천히 가도 되지 않았을까. 소중한 사람들과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낼 순 없었을까 하고요.
어떻게 나온 제목인가요? 후보 제목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제목은 편집자가 제안해주었습니다. 저에게 좀 쉬라고 늘 말해주던 사람 중 한 분이기도 합니다. 원고를 읽어보고는 몇 가지 제목을 제안해주셨고 그중 하나가 지금의 제목입니다. <나를 기다려 주기로 했다>, <서두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등의 후보들도 생각나는데요. 원고와 잘 어울리는 제목들이라고 생각해서 저는 다 마음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책을 펴내고 여러 리뷰를 보셨을 텐데, 각별히 생각나는 리뷰가 있나요?
“넘쳐나는 위로의 탈을 쓴 책들 속에서 가장 무겁지 않게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글.” ‘올해의 책’ 페이지에서 추천평으로 적혀 있던 리뷰였는데, 캡처해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고 또 읽고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쓰면서 누군가를 위로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거든요. 그저 저를 달래고 다독이기 위해 써 내려간 글들이었는데, 그 시간이 한 권의 책이 되어, 또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 닿았다는 게 놀라우면서도 기뻤습니다. 책을 처음 내는 것은 아니지만, 매번 이런 리뷰들을 볼 때마다 오히려 제가 너무 큰 위로를 받습니다.
독자들이 가장 공감을 많이 해준, 문장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좋은 생각을 가까이하라고 말한다. 좋은 책이든 좋은 사람이든 늘 곁에 두라고. 그게 중요하다고. 좋은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면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그렇게 좋은 것에 젖어갈 거라고.” 엄마가 제게 해준 말이었는데요. 제게도 큰 힘이 되어주었던 이 문장이 독자들에게도 잘 전달이 되었는지 많이 공감해주셨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사랑해주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저를 지켜봐 주셨던 독자들이 메시지를 보내주시는데요. “대학교 때부터 작가님을 보았는데 이제 회사원이 되었어요.” “작가님 저 결혼해요.” “작가님 저도 임신했어요. 입덧 중인데, 힘드네요” 등 그분들과 제가 함께 시간을 지나고 있는 게 느껴지는 친근한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참 마음이 뭉클하고 고맙습니다. 웹에서, 또 책에서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이야기하며 마음을 나누는 느낌이랄까요?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오래오래 독자들과 가까이에서 함께 시간을 세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오리여인 작가님께서 2020년에 읽은 책들 중에, 독자로서 꼽는 올해의 책은 무엇인가요?
저는 10여 년 가까이 꿈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림으로 기록하기도 하고 꿈에서 본 것들을 바탕으로 글도 쓰기도 합니다. 몇 년 전에는 ‘당신의 꿈을 삽니다’라는 프로젝트를 하기도 했는데요. 사람들 꿈을 들으며 그 꿈을 그리고, 그것을 가격을 흥정하고 매입하는 드로잉 퍼포먼스였습니다. 그만큼 ‘꿈’에 큰 애착이 있는 사람으로, 올해 나온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책을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님이 저와 비슷한 상상을 가지신 분이 아니실까 하는 반가움과 호기심도 있었고요.
2021년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책 출간 소식도 있나요?
저는 계속 무언가를 하고 있는 사람이어서, 내년에도 여전히 그림과 글은 쓰고 있을 것 같은데요. 책이든 어떤 작업이든 독자들과 만나는 기회를 꾸준히 만들고 싶습니다. ‘올해의 책’에 선정되는 뜻깊은 일에 이어, 이렇게 인터뷰까지 하고 나니 앞으로 정말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조금 부담감이 생기기도 하는데요. 그래도 제 보폭대로 언제나처럼 씩씩하게 새로운 책으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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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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