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의미의 흔적이 공존하는 이적의 앨범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 지친 이들에게 응원을 더하며 따뜻한 연대감을 형성한다. 이적이 노래하는 삶과 사랑, 청춘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다.
글ㆍ사진 이즘
2020.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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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발매된 1집 는 인간이 느끼는 보통의 감정을 철학적이고 다소 어려운 노랫말로 풀어냈다. 2집 <2적> (2003)은 대중성을 점점 찾아가며 '하늘을 달리다',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라는 명곡을 남겼다. 사랑 노래가 가득해 색다른 음반이었던 3집 <나무로 만든 노래> (2007)와, 단 몇 줄로 인간의 쓸쓸한 고독을 담은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까지. 삶을 관통하는 메시지와 완성도 높은 음악성으로 굵직한 행보를 걸어왔다.

는 그러한 측면에서 여전히 듣는 이들을 만족시킨다. 코로나 위로송이였던 '당연한 것들'의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 주던 것 /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이라는 노랫말은 팬데믹 시대의 지친 영혼들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너무 오랫동안 목이 말라서 / 서로의 샘물 될지니'라는 가사의 마이너한 블루스 '숨'은 연주와 노랫말이 완벽한 합을 이룬다. 거칠게 날 선 기타 연주로 상대를 열렬히 갈망한다.

흔적 프로젝트의 완성작 '흔적'이나, <흔적 Part. 2>에 수록되었던 '숫자', 불안을 노래한 '밤'과 같은 발라드를 제외한 곡들은 자칫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팬들에게는 반가울 수 있지만, 패닉 시절이 떠오르는 '물'과 '돌팔매'가 그 예다. 직관적인 8비트의 록킹한 기타 사운드를 지닌 '물'은 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와 멜로디의 진행이 익숙하다. 김진표가 함께한 '돌팔매'도 같은 맥락.

그럼에도 앨범의 핵심은 인생을 살아보지 않고서야 느끼지 못할 세월의 관록에 있다. 앞서 언급했던 '흔적'은 지나간 것들은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닌 멀어지는 것뿐이라는 메시지로 상실에 대해 따뜻한 정의를 남기고, 고래에게서 영감을 받은 'Whale song'은 서서히 고조되며 심장을 두들기는 듯한 웅장한 편곡으로 서로에 대한 열망을 신비롭게 풀어낸다. 사랑했던 순간들을 숫자에 비유한 포크송 '숫자'는 서정적인 어쿠스틱 기타로 이별의 순간을 아름답게 새긴다. 이적이 노래하는 시간의 흔적은 이토록 깊고 진하다.

앨범명 'Trace'가 나타내듯 여러 의미의 흔적을 남긴다. 7년 만에 12곡을 꽉 채워 정규앨범으로 돌아온 음악인 이적의 흔적,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아름다운 낱말로 기록한 흔적, 현시대를 담아낸 흔적.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 지친 이들에게 응원을 더하며 따뜻한 연대감을 형성한다. 이적이 노래하는 삶과 사랑, 청춘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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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