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취사선택하는 딩크 라이프
‘세상엔 여러 길이 있고, 그 선택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고 말해준다면 출산이든 비출산이든 만족스러운 선택이 가능할 거예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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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 저자는 6년 차 딩크족이다. 딩크로 살아가기로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뒤따랐다. 배우자와 어떻게 합의할 것이며, 딩크라고 알렸을 때 뒤따라올 집안 어르신들의 압박이나 주변의 오지랖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무엇보다 정작 나 자신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지. 그럼에도 딩크를 선택했다. 결혼 후엔 출산하게 되는 사회의 암묵적인 룰과 반대로 걷는 셈이었다.

혹자는 아이를 낳는 것은 인생의 필수적인 과정이며 아이를 낳아봐야 진짜 어른이 되는 거라고도 한다. 그러나 남들과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니다. 저자는 무엇보다 나를 잃지 않고 내 삶의 방식대로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임을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삶의 방식과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아이 없이 2인 가구로 살아가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번 책 『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를 집필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 만나게 돼요. ‘반드시 딩크족으로 살아가는 내 이야기를 써야지!’라고 마음을 먹은 건 아니지만 결혼하고 살면서 많은 의문에 부딪히게 됐어요. 아이를 낳게 된다면 내 몸으로 낳고 나와 배우자가 키울 일인데, 이와 관련해서 주변에서 수없이 의견을 보탤 때마다 ‘왜?’라는 생각이 차올랐습니다. 냉정하게 “내 일에 간섭하지 마세요.” 정도로 말할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아이 있는 것을 당연하며 기본적인 가정의 형태로 생각하고, 타인에게 원치 않는 조언을 하는 사회의 바탕을 살펴보고 싶었어요. 그런 의문과 답답함을 정리하다 보니 하나둘 글이 쌓여갔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책은 그동안 출간한 책 중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장 명확하고 소통 의지가 강한 책이에요. 생에 정말 중요한 결정인 출산, 육아 이런 부분에 이래라저래라 쉽게 참견하는 세태를 꼬집고, 어떻게 대응하고 받아들이는지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저 외에 다른 딩크족의 생각도 담아보고, 제 글을 읽고 독자분들이 어떤 생각과 감상을 하게 될지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소위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이들이라든지, 결혼 후 본격적으로 가족계획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같은 고민을 할 것 같아요. 작가님이 처음 딩크로 살아가겠다고 마음먹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늘 스스로 벌어먹는 삶을 살았습니다. 어릴 땐 그럭저럭 굴러가던 집이 학창 시절에 기울다 보니 대학 다니면서 학비 스스로 벌고, 졸업하고 취직하고도 월급 벌어서 학원 다니고 공부하고, 일에 대한 욕심도 많았어요. 20대에는 하루에 4시간 이상 잔 날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결혼 후 출산을 의논해보니 제가 고생하며 쌓아온 시절과 커리어를 말끔하게 정리해야 하더라고요. 아이를 키우기 위해 모든 걸 정리하려고 지금껏 고생한 게 아닌데 말이에요.

그때 처음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그전에는 결혼하면 원래 애를 낳는 건가? 아이는 몇 명 낳으면 좋을까? 그런 단순한 생각이었는데,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막중한 책임의 무게에 내가 쌓아온 것들을 포기까지 해야 한다는 숙제가 덧붙었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가족계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어요. 

딩크가 고민되는 가장 큰 지점이 ‘후회’의 여부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이 문제에서 어떻게 답을 내리게 되었나요? 

안 가본 길에는 항상 후회가 따르게 마련인데요. 오히려 저보다 주변에서 제 후회를 걱정하더라고요. 하지만 삶에 있어 아이의 유무로 인해 반드시 후회할 거라는 짐작은 섣부른 판단 아닐까요? 저는 나중에 후회하거나, 저보다 남편이 후회하는 상황을 상상해봤는데 낳든 안 낳든 모든 길에는 어느 정도의 후회가 따를 거라 생각해요. 저에겐 낳는 쪽이 더 후회스러울 거라고 결론을 내렸어요.

그리고 남편과 일치한 생각 중 하나가 꼭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자는 거였어요. 언젠가 몹시 아이를 키우고 싶거나, 가족 구성원을 늘리고 싶은 간절함이 있으면 그땐 또 나름의 선택지가 많을 겁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또 배우자가 행복한 길이 우선이니까요. 후회 없는 삶을 추구하지만 ‘낳으면 후회한다 vs 안 한다’는 식의 정답은 없다고 봅니다.

딩크족으로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이 있다면, 얘기해주실 수 있을지 조심스레 여쭙니다.

힘들다고 느낀 일은 없지만 불편했던 순간들은 많아요. 이를테면 왜 아이를 낳지 않았는지 꼬치꼬치 캐묻는 사람들을 대할 때, 서로 잘 알지 못하는 처지에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힘내라는 둥의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그럴 땐 진지하게 설명한들 상대의 생각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농담하듯 대꾸하곤 해요. 그러면서 나도 타인을 쉽게 재단하고 입 밖으로 꺼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의 불편은 그 정도지만 주택청약에서 순위가 밀리는 점이나 소득 대비 납입하는 세금은 같은데 받을 수 없는 지원금이 없다는 제도적인 부분도 있지요. 가정의 형태가 다양화되는 만큼, 개선되어야 하는 것은 개선하자는 함의를 갖도록 제가 글을 더 열심히 쓸 수밖에요.

반면 부부로서 재미있는 일상을 보내는 일들도 많을 것 같아요.

저와 남편은 결혼 전부터 한 달에 한 번은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어요.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어려웠지만, 작년까지는 그 약속을 거의 지켰어요. 국내 여행은 매달 가고, 해외여행은 일 년에 두 어 번 다니는데 저희 부부는 새로운 경험을 쌓으며 사는 데 만족감이 꽤 커요. 그리고 둘이 카페에 다니면서 맛있는 차 마시고 책 읽고, 산책하고 느긋하게 일상을 보내기를 좋아해요. 

함께 요리하면서 놀기도 하는데, 명절에는 평소 어려워서 시도하지 않았던 메뉴를 정해서 함께 만들어요. 딩크족이라고 해서 반드시 여유로워야 하고 대단한 일상을 보내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자녀가 없기 때문에 양육에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아 여유가 있는 편이고, 그 시간에 함께 재미있는 활동을 하거나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패키지여행보다 자유 여행 같은 삶을 택했다’는 내용이 인상 깊었어요. 현재 삶에 얼마나 만족하시나요?

일도 내가 알아서 할 땐 즐겁지만 누가 시켜서 하면 왠지 재미없어지잖아요. 저는 삶도 평범하고 모나지 않게, 남들과 비슷하게 살면 재미없겠다고 생각했어요. 무난한 삶의 매력이나 아름다움도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나의 선택이라고 봐요. 무난하고 유유한 삶을 선택할지, 저처럼 신선함을 추구하고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만나기를 주저하지 않고 즐기는 삶을 선택할지 말이에요. 

그래서 제 삶에 꽤 만족하는 편입니다. 사실 100% 만족은 없겠죠. 제가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은 글을 좀 더 깊이 있게 쓰고 싶다는 욕망, 사람들과 교류하며 정서적으로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 등이 있어서 100% 만족은 아니지만 90%쯤 만족하며 사는 것 같아요. 

평소 자주 한숨을 쉬고, 내 삶은 왜 이럴까, 사는 게 왜 이러나 이런 생각이 든다면 그 삶은 만족스러운 삶이 아닐 거예요. 저는 공인이나 행복 전도사 같은 사람은 아니지만 가능한 저와 주변 사람들이 ‘나 괜찮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많았으면 해요. 고민은 해결하고 어려움은 경험하고 넘어가면서도 ‘그래도 소중한 내 인생’이라 말할 수 있도록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것, 결국 제가 이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바가 아닐까 합니다.

이 책은 특히 어떤 독자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제일 먼저 ‘아이를 꼭 낳고 싶은 건 아니지만 한 명쯤 낳아야 하나?’라고 고민하는 분들이에요. 꼭 낳고 싶은 건 아닌데 낳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는 조금씩 느꼈을 거예요. 그럴 때 있죠. 뭔가 아니다 싶은데, 문제가 무엇인지 딱 짚어 내기 어려울 때. 그럴 때 누군가 나타나서 ‘세상엔 여러 길이 있고, 그 선택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고 말해준다면 출산이든 비출산이든 만족스러운 선택이 가능할 거예요. 제 책이 그런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그리고 아직 결혼이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는 분들, 아직 가족계획을 세우지 않은 부부와 자녀를 키우시는 분들에게도 여러 갈래의 삶 중 이런 방식도 있다고 보여드리고 싶어요. 

또 제가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여러 이유 중에는 출산과 육아가 너무 고단하고 대단한 일이라는 인식도 포함돼 있는데요. 사실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건 사회적 비판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여전히 여성에게 출산과 육아의 부담이 전가되는 현실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런 부분에 공감대를 이루고 부부간의 역할 분담이나 정서적 평등을 이루는 데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도란

사회적 관계가 넝쿨처럼 얽힌 세상에서 자주적으로 살아가기란 몹시 어렵지만 삶의 중요한 선택만큼은 반드시 사수하고 싶었다. 회사 생활 대신 프리랜서 생활을 선택했고, 며느리와 자식의 도리에 얽매이는 삶을 밀어냈고, 아이를 낳는 대신 비출산을 선택했다. 어느덧 결혼 7년 차를 내다보는 지금은 아이 없는 부부가 누릴 수 있는 다양한 즐거움을 수확하는 중이다. 카카오 브런치에서 ‘귀리밥’이라는 필명으로 글을 쓰며, 제5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반절의 주부〉로 은상을 수상했다. 에세이 『프리랜서지만 잘 먹고 잘 삽니다』, 『여자 친구가 아닌 아내로 산다는 것』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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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없는 어른도 꽤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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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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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