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칠한 키와 미모를 지닌 남성이 운전대를 잡고 있다. 로맨틱하지만 깔끔하게 설계된 어떤 서구권 마을의 한 집, 그 집의 마당을 떠올리게 하는 곳, 그리고 그 동네 언저리를 유유히 드라이빙하는 어떤 남자들의 모습. 그 사이에서 푸른 수트를 입고 짧은 머리를 이마 뒤로 넘긴 이 남자는 한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네를 지나가는 누구라도 그를 3초 이상 바라보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그는 시의 구절처럼 아름다웠고, 바람처럼 뜨거운 열정을 안에 품고 있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위의 문장들은 소설 『오만과 편견』이나 『위대한 개츠비』 같은 작품들 속에서 표현된 유려한 외모와 재력을 지닌 남성들의 모습을 2021년의 한 남자에게 대입해 대강 흉내를 내 본 것이다. 샤이니의 정규 7집 ‘Don’t Call Me’의 콘셉트 포토 안에 그림처럼 들어가 있는 이 남자는, 바로 민호다. 데뷔 이후 시간이 흐르며 얼굴의 고운 선은 마치 나이테처럼 더욱 또렷해졌고, 눈빛은 소년의 것처럼 마냥 맑다기보다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어른의 것처럼 변했다. 그리고 당장 눈앞에 있는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민호의 또렷한 눈동자가 품고 있는 이야기는 샤이니의 정규 7집 앨범 발매에 앞서 공개된 몇 가지의 힌트에도 부합한다. ‘누난 너무 예뻐’에서 고등학생의 열기만을 뿜어내던 소년이 자라서 청혼을 한다는 로맨틱한 이야기의 결말 말이다.
고작 이 사진 몇 장을 통해 민호는 눈빛과 날카롭게 내려오는 콧등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이미 지나가 버린 사랑의 열병이 어땠는지 설명하고, 새롭게 얻은 사랑의 아름다움이 얼마나 고귀한지 말한다. 오로지 완벽에 가까운 외적인 면만으로 음악가가 새 앨범에 담은 모든 이야기를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스스로의 입장에서 아쉬울 수도 있다. 자칫하면 그 앨범을 위해 준비한 노래나 랩, 퍼포먼스의 가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염려를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니 말이다. 하지만 강조한다. ‘고작 이 사진 몇 장을 통해’ 음악의 정서를 미리 전달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과 그걸 활용할 수 있는 연륜을 지닌 사람은 흔치 않다고.
이 이야기가 외모에 대한 커다란 칭찬(내지는 ‘찬양’이라고 일컫는 행위)으로 읽힌다면, 맞다. 그러나 분명히 해둘 것은 이렇게 외모 하나만으로 지난 10여 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만들어온 그룹의 정서를 단번에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K팝 산업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발단, 위기, 절정, 해소……. 우리가 책 속에서만 보아온 소설과 시나리오의 어떤 요소들이 이 몇 장의 사진 안에서 완전한 플롯의 형태를 갖추었다는 것을 아름다운 얼굴과 몸의 생김이 보여준다. 늘 샤이니의 앨범은 독특한 음악적인 접근법과 전개부터 마무리까지 세련된 모양새를 띠고 만들어져 왔다. 그에 앞서 공개된 콘셉트 포토에서 이미 플롯을 제시할 수 있는 이 한 명의 멤버가 존재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샤이니의 새 앨범은 이전보다 더 큰 기대를 품게 한다. 그리고 이런 기대를 품게 하는 그는, 다른 어떤 설명도 필요하지 않은 사람, 민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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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