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막연히 생각했던 게 점점 또렷해져요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 삼천포책방입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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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해상도를 높여주는 에세이 『트릭 미러』, 그렇게 집사가 된다 『나의 리틀 포레스트』, 시설화 사회의 문제에 대한 담론 『시설사회』를 준비했습니다. 

 

톨콩(김하나)의 선택 

『트릭 미러』

지아 톨렌티노 저/노지양 역 | 생각의힘



이 책은 <책읽아웃>이 만든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천사를 쓴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강화길, 김금희, 김하나, 이길보라, 이다혜, 이슬아, 장혜영, 황선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출판사) ‘생각의힘’에 계신 정혜지 편집자 님께서 <책읽아웃> 애청자라고 밝혀주기는 하셨습니다(웃음). 

이 책은 지아 톨렌티노라고 하는 1988년생 여성 작가가 쓴 에세이집이고요. 지아 톨렌티노는 필리핀계 미국인입니다. 이 책에는 인종적인 이야기도 있고요. 여성으로서 느끼는 페미니즘과 패션 페미니즘이 여성들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 그것에 나도 일조하고 있다는 것, SNS라든가 몸 관리라든가 그런 것들에 대해서 고찰을 해나가기 시작하는데요. 이게 너무 현재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금 이 책을 읽는 우리 정도 세대, 더 어린 세대들은 너무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이 사람의 사유가 재밌기만 한 것은 아니고 아주 진지하기 때문에 이것을 따라가는 여정 자체가 새로운 읽기의 체험이었고요. 

이 사람이 소재로 삼고 있는 것들이 인터넷의 태동기부터 시작하는데, 최초의 인터넷은 서로가 발견하고 연결된다는 기쁨에 ‘우리가 드디어 맞닿았어’ 같은 느낌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몇 십 년이 지난 후 트위터는 아귀다툼의 장이 되었고 인스타그램은 과시의 장이 되었는데, 아무도 자기 자신을 내보이지 않으면 그런 분란이 생기지도 않죠. 그런데 왜 우리는 분란을 자초해가면서까지 무언가를 꺼내놓고 무언가를 비판하고, 결국 모든 게 엉망진창과 조리돌림과 아귀다툼의 장이 되게 만드는가, 그것을 만드는 것은 무엇이고 그것에서 우리는 왜 벗어날 수 없는가, 까지 계속해서 성찰해 들어갑니다. 그 성찰의 대상이 다른 사람-조리돌리머, 싸불러-이런 게 아니라 자기 포함인 거죠. 내가 SNS를 돌리고 있는 원동력의 하나이기도 하니까. 

우리가 이런 생각들을 단초적으로는 또는 막연하게는 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는 중독이 되어 있기도 하고 필요성도 크기 때문에 계속 돌아가고 있는데, 누군가는 이것을 글로 쓰는 거죠. 이 책을 쭉 읽어나가는 과정이 어떤 느낌이 드냐 하면, 추천사에도 그런 표현들이 많았는데, 약간 뿌옇고 해상도가 높지 않은 이미지를 보고 있을 때 막연히 생각했던 게 점점 너무 또렷해져서 징글징글하게 느껴질 정도까지 되는 거예요. 내 마음속에 있는 어떤 자만심, 드러내고픈 마음, 관종 기질, 분란을 즐기는 마음, 그런 모든 것들이 글로 되비치게 되는 거죠. 피곤하면서도 이상하게 즐겁기도 한 독서 경험을 주는 책이었습니다. 



그냥의 선택 

『나의 리틀 포레스트』

박영규 저/윤의진 그림 | 야옹서가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그렇게 집사가 된다’가 아닐까 싶습니다(웃음). 50대가 될 때까지 ‘고.알.못’이었던, 고양이라는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던 박영규 작가가 손에 전해지는 고양이의 체온에 감동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근래에 고양이 관련 에세이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30~40대 작가님들의 책이죠. 그런데 그 윗세대는 반려동물에 대한 문화와 경험이 다르잖아요. 반려동물이라는 말 자체도 낯설 수 있을 것 같아요. 애완동물이라는 말이 더 익숙할 수 있죠. 동물과 집 안에서 같이 살면서, 다른 인간 가족과 다름없이 느낀다는 게 낯설 수도 있고요. 그런 분이 점점 캣대디가 되어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시각과 경험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작은 작가가 마곡지구로 이사를 가면서부터였대요. 그곳이 비교적 고양이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고 하는데요. 작가님의 큰 따님이 2016년부터 한 고양이를 돌봐주기 시작했어요. 당시 취준생이었는데 너무 바쁘다 보니 아빠에게 조금씩 부탁을 하기 시작합니다(웃음). ‘내가 늦게 오는 날만 밥을 챙겨주면 안 될까?’ 하다가 ‘물도 좀 챙겨주면 어떨까?’, ‘이제 매일 챙겨주면 어떨까?’ 하면서 아빠를 캣대디의 길로 이끌게 돼요. 그러다 보니 작가님에게도 고양이와 교감하는 경험과 정이 쌓이게 된 거죠. 그러다가 딸이 취업에 성공한 후에 고양이 입양 결정을 하게 됩니다. 돌봐주던 고양이는 포획에 실패했고, 그 아이가 출산한 새끼 고양이 중에 한 마리를 입양하게 들이게 되는데요. ‘야옹이’라는 친구예요. 이 고양이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경험을 하고, 그러면서 마음이 열리고 감정이 쌓이는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시설사회』

나영정, 김순남, 김호수, 변미혜, 오진방 저 외 17명 | 와온



‘장애여성공감’이라는 단체에서 엮은 책이에요. 말 그대로 ‘시설화’ 된 사회에 대한 글을 엮었는데요. 시설화 된다는 게 뭐냐 하면, 우리나라에 굉장히 많은 시설들이 있어요. 장애인 시설뿐만 아니라 한부모 가정 시설도 있고, 탈가정 청소년 시설도 있고, 노숙인 시설도 있습니다. 그런 시설들이 왜 생겨났고 이런 시설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그곳에 수용하는 것이 어떤 식의 문제를 일으키는가에 대한 담론을 저자들이 각자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한 거예요. 저자들이 주로 활동하거나 연구하는 분야가 다 다른데, 그래서 이 책에는 장애인 이야기도 나오고, 정신 장애인 이야기도 나오고요. 장애인 여성 이야기, 탈가정 청소년 이야기 등 여러 스펙트럼이 나옵니다. 

책의 초반부에 언급하는 내용이 코로나19 시대에 대한 거예요. 청도 대남병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적이 있었어요. 폐쇄병동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왕래가 없는 곳이었고, 한 번 감염이 일어나니까 환자들에게 대규모로 확산된 사건이었습니다. 대남병원의 첫 번째 사망자는 무연고자였어요. 두 번째로 사망하신 분은 폐쇄병동에서 숨을 거둔 게 아니라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사망했는데, 그 순간이 15년만의 외출이었어요. 초반에 이런 내용이 나오면서 특정 부류의 사람들을 시설에 수용한다는 게 지금의 코로나 시대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장애여성공감’은 ‘IL 운동’ 활동을 많이 하는 단체인데요. IL 운동은 ‘Independent Living’이라고 해서, 우리나라 말로 하면 ‘탈시설화’를 이야기해요. 그런데 두 말이 어감이 조금 다르잖아요. 단순히 시설을 나오는 걸 목표로 하는 게 아니고, 독립적인 삶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되는가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는 단체입니다. 

기본적으로 이 책이 이야기하고 있는 바는 그런 것 같아요. 지금 시설이 열악하니까 더 좋게 만들고 지금 시설이 너무 부족하니까 더 많이 만드는 게 문제가 아니고, 왜 이 사람들을 시설에 수용하려고 하는지를 먼저 질문하고 시설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된다는 거죠. 


* 책읽아웃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트릭 미러
트릭 미러
지아 톨렌티노 저 | 노지양 역
생각의힘
나의 리틀 포레스트
나의 리틀 포레스트
박영규 저 | 윤의진 그림
야옹서가
시설사회
시설사회
장애여성공감 편 | 나영정 등저
와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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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