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채경 천문학자가 우주를 사랑하는 법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세계 5인의 천문학자 중 한 명으로 지목한 천문학자 심채경의 첫 에세이로, 현재 독자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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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세계적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 세계 5인의 천문학자 중 한 명으로 지목한 천문학자 심채경의 첫 에세이로, 현재 독자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다. 천문학자의 일상적 삶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천문학자가 생각하는 달과 별과 우주에 대한 담담하지만 어쩐지 마음을 쓰다듬어주는 듯한 위로의 글들이 담겼다. 직업이 우주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하는 일이어서일까. 글에 담긴 시야는 넓고, 정확하고, 따스하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가 출간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혹시 책을 내고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으신가요?

하늘을 사랑하는 분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천문학자로서 제가 열심히 하기만 한다면 이렇게 많은 분들이 천문학자들의 활동을 지지해주실 것만 같은, 조금은 때이른 행복한 착각에 빠지게 되었어요.

‘천문학자가 아니더라도 우주를 사랑할 수 있고, 우주 탐사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우주를 사랑하는 데는 수만 가지 방법이 있으니까.’ 이 대목을 보면 우주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렇다면 과학자로서 천체와 우주를 대하는 마음은 어떤 걸까요? 최근에 우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천문학자를 꿈꾸는 학생들도 많아졌는데요. 가까운 미래에 만날 든든한 동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천문학자가 망원경으로 우주를 보는 마음은 생물학자가 현미경으로 세포를 들여다보는 마음과 비슷하리라 생각합니다. 그 자체로 아름다운 자연에 감탄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저 직업상 너무 자주 보아서 별스럽지 않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았거나(웃음) 강요에 가까운 설득을 통해 천문학의 길로 접어들게 된다면 손을 흔들어주세요, 구해드릴게요. 천문학은 스스로 원해서 뛰어들 때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작가님의 글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수가 없는데요. SNS를 보면 책 속에 아름다운 문장이 많다는 리뷰가 많았습니다. 혹시 보셨나요? ?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시면 좋겠습니다. 

책을 쓰는 것은 처음인데다 전업 작가도 아니다보니, 글쓰기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끊임없이 고치고 또 고쳤습니다. 같은 내용을 다르게 써보기도 하고, 노래에 가사를 붙이는 작사가라도 된 양, 읽어보아서 부드러울 때까지 고쳤어요. 다 쓴 뒤에도 편집자께서 기회를 주실 때마다 계속 고쳤기 때문에 아마 편집자께서 무척 번거로우셨을 거예요. 그렇게 보낸 시간이 마냥 헛되지는 않았던가 싶어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게다가 우주는 누가 노래하더라도 아름다운 것이니까 우주를 노래하는 사람은 조금 유리하기도 하고요.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은 질문이기도 한데요. 비행기 타기도 힘들어하는 편이라 우주탐사선을 타는 일은 별로 경험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는데요, 그래도 만약 우주에 가게 된다면, 작가님께서 꼭 가져갈 3가지 아이템은 무엇인가요? 이유도 알려주세요. 

일단 우주에 가고 싶지 않다는 것은 진심임을 밝히며, 꼭 가야만 한다면 책과 음악을 재생할 도구와 이어폰이 필요합니다. 광역버스 탈 때와 뭐가 다르겠습니까. 

작가님께서 ‘맘 내킬 때마다 해 지는 광경을 보고 싶어하는’ 어린 왕자에게 수성을 추천하셨습니다. 수성의 하루는 아주 길어서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88일이나 걸린다고요. 그야말로 과학자이기에 생각해낼 수 있는 문장인 것 같아요. 문학작품과 천문학이 만나는 ‘랑데부’의 순간을 즐기신다고 하셨는데요, 요즘 즐겨 읽는 문학작품을 추천해주신다면요? 

맞벌이하는 육아독립군에게 문학은 사치입니다만, 요즘의 사치는 윤동주 시집입니다.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을 읽어주면 여덟 살 어린이는 운율이 재미있어서 까르르 웃고, 저는 함께 씨익 웃어주면서 속으로는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네이처』 에서 미래의 달 탐사를 이끌 차세대 과학자로 선정된 이후에 국내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고, 거기에 적극적으로 응했다고 하셨는데요. 그 이유 중 하나가 좀더 많은 사람들이 천문학에 관심을 가져주고 또 어떤 이들은 행성과학자의 길로 와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현재 NASA와 함께(영화에서나 보던 바로 그 NASA!)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계시는 줄 압니다. 현재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간단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속한 한국천문연구원은 사실 상당히 오래전부터 NASA와 협력해오고 있기 때문에 NASA 뒤에 느낌표 같은 것은 붙어 있지 않습니다. NASA가 올해부터 달에 여러 대의 착륙선을 연달아 보내는데, 거기에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관측기기 몇 대를 실어 보내기 위해 착실히 준비하고 있고, 아직 언제 어느 착륙선에 실릴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주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만든 달 궤도선이 내년 여름에 발사될 예정이라는 거예요. 현재 여러 관측기기가 하나씩 궤도선 본체에 조립되고 있어요. 궤도선과 착륙선에 들어갈 여러 기기들이 재미있는 관측자료를 지구로 잔뜩 보내올 거예요.



과학 논문에서는 항상 저자를 ‘우리 we’로 칭한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습니다. 여기서의 ‘우리’는 논문의 공저자가 아니라 인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요. 공들여 얻은 우주 탐사 자료를 나누는 것이 천문학의 아름다운 전통이라는 부분이 감동적이었는데요. 마지막으로 작가님께서 앞으로 하실 연구 계획 등을 말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당분간은 달, 소행성 등 우주 탐사 프로젝트에 힘을 보태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탐사선이 보내올 관측자료를 들뜬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기도 하고요. 구체적으로는 달과 같이 대기가 희박한 천체의 표면 성질을 연구하고 우주풍화 현상과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관측자료를 만들고, 모으고, 분석할 계획입니다. 제게 주어진 자리에서 매일의 ‘오늘’에 충실하다보면 뭐든 해낼 수 있으리라 믿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자리에도 매일 뿌듯한 하루하루가 엮여나가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심채경

천문학자. 행성과학자. 경희대학교 우주과학과·우주탐사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과정을 모두 마치고 박사후연구원, 학술연구교수로 신분을 바꿔가며 20여 년간 목성과 토성과 혜성과 타이탄과 성간과 달과 수성을 누볐다. 현재는 한국천문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겨 달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2019년 『네이처』가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미래의 달 과학을 이끌어갈 차세대 과학자로 지목했다. 언제 회신될지 모를 신호를 우주에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는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과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 자연 그리고 우주를 동경한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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