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직 안 죽었다』는 세상 평범한 1974년생 저자의 이야기다. 따스운 가족의 이야기부터 인생의 토대가 되어준 유쾌하고 그리운 추억, 어른들 말만 믿고 착실히 살아 들어간 회사에서 씨-게 맞은 통수 이야기, 그리고 극복과 진짜 내 인생을 찾기 위한 도전에 대해 주절거리는 이야기.
바로 전까지만 해도 ‘역사 이야기꾼’이셨는데, 이제는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뉴-페이스 글쟁이’로 돌아오셨어요. 에세이는 어떻게 출간하시게 되신 겁니까?
직장에 다니며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땐 주로 주변에서 돈도 안 되는 딴짓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다음 연이어 두 권의 역사 책을 내자 한 우물(역사 작가)만 파라는 조언을 들었죠.
결과적으로 저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았습니다. 직장 생활에만 집중하지 않고 돈도 안 되는 일을 해서 출간을 했고, 역사 책을 쓰다 뜬금없이 에세이를 냈죠. 뭐 다른 분들 말을 들었다면 훨씬 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이 과정에서 제 스스로 즐거웠어요. 그냥 제가 즐거운 일, 그것을 따라가다 보니 에세이가 나왔습니다. 여태 주변 사람들 말에 귀 기울여 왔잖아요. 이제는 자유롭게, 제가 하고 싶은 일로 퇴근 이후의 삶을 채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에세이를 쓰게 되었어요.
책을 보자마자 ‘낀낀세대 헌정 에세이’가 바로 눈에 들어왔어요. 주변에서 이를 두고 ‘40대가 낀낀세대냐’, ‘50대도 낀낀세대 아니냐’, ‘아니다. 우리 30대야말로 낀낀세대다’라는 식으로 의견이 분분합니다. 저자님이 생각하는 ‘낀낀세대’는 누구인가요?
글쎄요. 남들처럼 ‘X세대 만이 낀낀세대다’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그 누구나, 30대도, 4050대도, 심지어 20대도 자기 스스로가 낀낀세대라 생각하면 낀낀세대가 아닐까요? 낀낀세대는 사회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사람들입니다. ‘꼰대’, ‘요즘 것들’, 뭐 이런 핫한 이름으로 불리지 못한 사람들이죠. 이쪽도 저쪽도 속하지 못하고, 누구에게 눈에 띄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부유하는 세대. 개인적으로 저는 그 사람들을 낀낀세대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호흡곤란이 찾아왔다. 어떤 강한 힘이 내 목을 옥죄고 있는 느낌이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멈출 수가 없었다.
한참을 울었다. 한때는 청춘이었고, 작년까지 팀장이었으나 이제는 그저 좌천된 43살의 아저씨가 덩그러니 세상에 던져져 있었다. 매장 창문을 통해 함께 울고 있는 아내가 보였다.
그렇게 연예인들만 걸리는 줄 알았던 ‘공황장애’가 나를 찾아왔다.” <본문 중>
직장생활 하다가 공황장애를 얻으셨습니다. 지금은 괜찮으신가요? 어떻게 이겨내신 건가요?
명상도 하고 약도 처방받고 여러 노력을 했지만, 무엇보다 글쓰기가 가장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코로 하는 호흡이 말고, 마음이 호흡할 수 있는 구멍이 생겼달까요? 글쓰기 이전에 저는 회사에서 이름 대신 직급으로 불리며 하루의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로, 작지만 나만을 위한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를 통해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상처가 아물더군요.
삶이 팍팍해서 그런지 사람들 사이에 ‘레트로’가 유행하고, 과거의 영상, 노래, 추억들을 곱씹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저자님도 이 책에 많은 추억들을 기록하신 것 같고요. 이런 추억들이 가진 힘은 무엇일까요?
‘좋았던 기억은 추억이 되고, 나빴던 기억은 경험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나온 시간은 좋든 나쁘든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칩니다. 저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오다 넘어졌습니다. 그때 다시 일어날 수 있게 힘이 되어 준 것이 과거의 노래와 청춘의 기억이었습니다. 추억은 버티고 살아가야 하는 인생에 허락된 영양제 같은 것이 아닐까요?
책 말미에는 인생의 ‘부캐’를 찾으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 같아요. 남은 인생을 조금 더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말이죠. 저자님은 어떤 방법을 통해 ‘부캐’를 찾으셨나요? 우리 독자분들은 어떻게 자신의 ‘부캐’를 찾을 수 있을까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것을 해보는 것, 틀에 박힌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 역시 뜬금없는 아내의 글쓰기 권유에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정말 제가 꿈꾸던 일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죠. 그렇게 부캐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늦은 때라는 것은 주관적입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바꿀 수 있죠. 지금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뭐라도 시작해 보길 바랍니다. 여기에 어울리는, 제가 좋아하는 문장이 있어 소개합니다.
“대단한 시작은 없어. 시작이 대단한 거지.”
'응답하라'시리즈를 보는 것처럼 X세대, 70년대생들뿐만 아니라 다른 세대들도 흥미롭게 읽을만한 내용이 많이 보였습니다. X세대 이야기(콘텐츠)가 MZ세대에게도 통하는 가장 큰 매력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과거의 콘텐츠를 전혀 겪어본 적도 없는 세대가 즐기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닙니다. 전 세계 어디든 이런 흐름은 있죠. 한 시대를 풍미했던 것들은 그 세대가 지나가도 빛을 발합니다. 물론 제가 쓴 이야기가 그래서 통할 거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 이야기가 정말 MZ세대에게도 통한다면 그것은 평범함에 있다고 봅니다. 디테일은 다르더라도 우리네 사는 이야기들은 비슷합니다. 저와 부모님의 이야기를 읽다가, 저와 친구들의 이야기, 회사 이야기들을 읽다가 보면 내가 겪은 유사한 일들이 떠오릅니다. 제 이야기는 그렇습니다. 세상 평범하기에 언제든 독자들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게 매력 아닐까요?
역사 이야기꾼과 뉴-페이스 글쟁이, 둘 중에 더 끌리는 것은 무엇인가요? 다음에는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어떤 책을 내실지,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흠, 글쎄요. 우선 이번에는 뉴-페이스 글쟁이로 에세이를 쓰는 일이 조금 더 즐겁더군요. 다음 책도 역시 그냥 제 가슴이 뛰는 정체성을 택하게 될 것 같습니다. 딱히 어떤 정체성 하나를 고를 생각은 없어요.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치유받았고, 독자들을 통해서 제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글을 꾸준히 쓸 생각입니다. 세상을 향한 넘치는 호기심을 바탕으로 총 10권의 책을 출간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만, 저의 이 발랄한 글에 독자들이 잠시나마 세상 근심을 잊었으면 할 뿐입니다.
*김재완 세상 평범한 74년생 직장인이다. 다만, 역사와 글쓰기를 좋아해 『찌라시 한국사』와 『찌라시 세계사』를 출간하며 ‘작가’라는 부캐를 얻었다. 새로 얻은 타이틀에 심취해 시나리오, 에세이 등 근본 없는 글쓰기를 이어가다 오마이뉴스 기자의 추천으로 쓴 시리즈 연재물로 누적 조회 수 32만을 찍었다. 이에 도취된 저자는 에세이에 도전하였고, 눈먼 편집자와 함께 이 책 『나 아직 안 죽었다』를 출간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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