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힘이 셉니다. 지난 상처를 치유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다독이며, 무엇보다 우리를 자아의 울타리 밖으로 꺼내 다른 세계로 즐거이 나아가게 만듭니다. 읽는 동안 우리는 현실과 직면할 용기를, 다르게 시도해볼 아이디어를 얻습니다. 살아 있는 대화로 구성된 생생한 삶의 이야기인 인터뷰도 그렇습니다. 질문에 답하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나와 다른 사람의 태도를 배우고, 보편적인 통찰을 발견합니다. 다른 이들도 나와 닮은 실수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서로에게 너그러워질 수 있고, 시스템을 바꿔볼까 궁리하기 시작합니다. 타인의 고민을 들여다보다가 내 해답을 찾습니다.
황선우 작가의 인터뷰집 『멋있으면 다 언니』 속의 한 구절이었습니다.
<인터뷰 – 황선우 작가 편>
오늘은 ‘멋있는 언니’ 한 분을 모셨습니다. 사실 이 분은 저의 가까운 친구이기도 한데요. ‘멋있으면 다 언니’ 아니겠습니까? <측면돌파> 제5의 멤버이자 모두가 다시 만나길 기다려온 게스트, 황선우 작가님입니다.
김하나 : 오랜만에 뵙습니다.
황선우 : 네, 그렇죠.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이후로 오랜만에 돌아왔습니다.
김하나 : 저희가 사실 같은 집에서 나왔기 때문에 지금 몇 시간 되지는 않았지만 스튜디오에서 뵙는 건 오랜만이고, 그리고 이렇게 넓은 스튜디오에서 뵙는 건 처음이죠.
황선우 : 그렇죠. 예전에 조그마한 스튜디오에서 같이 땀을 흘리며 나란히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김하나 : 사실 황선우 작가님은 저희 스태프들이 다들 친숙하게 느끼고 있지만 스튜디오에 녹음을 하러 게스트로 오실 때는, 지금 두 번째인데, 늘 돌풍을 몰고 오시는 것 같습니다.
황선우 : 그랬나요?
김하나 : 네. 2019년에 나오셨을 때도 책이 배본되는 날이었나 그랬어요. 그때 마을버스를 타고 스튜디오로 오실 때 3쇄 소식을 들어서...
황선우 : 네, 2쇄와 3쇄 동시 재쇄에 들어갔죠.
김하나 : 그리고 책이 잘 나갔죠. 그때도 아주 흥겨운 분위기였는데, 이번에 또 『멋있으면 다 언니』로 허리케인처럼 열풍을 일으키며 오셨습니다. 반응이 너무 좋죠?
황선우 : 아, 네. 감사하게도 너무 좋은 말씀들을 많이 듣고 있어요.
김하나 : 예약 판매 중에 이미 중쇄에 들어갔고 지금은 1만 부가 발행되어 있습니다.
황선우 : 네, 그렇다고 합니다.
김하나 : 책 만듦새 자체가 ‘아주 탄탄하게 만들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 모양새는 마음에 드시나요?
황선우 : 오우, 무척 마음에 들죠. (웃음) 저희 엄마가 부산에 계신데, 저희 엄마한테 최고의 칭찬이 항상 ‘야무치다’라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책을 받아보시더니 ‘야무치게 만들었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단단한 만듦새가 저희 어머니께도 전달되지 않았나 싶고. 표지의 느낌이나 디자인이나 아홉 명의 개성을 잘 담아낸 것 같아서 저는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김하나 : ‘야무지다’는 말이 야무지다에 강세가 들어간 경상도식 표현이죠.
황선우 : 그렇죠.
김하나 : 그런데 야무지다는 것보다는 좀 더 다른 뉘앙스를 가지고 있어요. 뭘 야무치게 했다고 하면 매끄럽게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뭔가를 완결지었다 라는...
황선우 : 그렇죠, 허점 없이.
김하나 : 네. 어머니로서는 최고의 칭찬을 해주셨는데...
황선우 : 그렇죠. 유의어로는 ‘단디 했다’가 있죠. ‘단디 해라’ 했을 때 잘하면 ‘야무치게 했다’고 하죠. (웃음)
김하나 : (웃음) 네, 우리 선우가 단디 야무치게 만들어낸 책이 『멋있으면 다 언니』인데요. 책의 표지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미 익숙하게 알고 있는 것은 노란색 바탕에 색색의 도형들이 있는 표지이고, 또 곧잘 보이는 표지가 동네 서점판인데요. 동네 서점판에는 사진이 들어가 있어요.
황선우 : 맞습니다.
김하나 : 이 사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저는 알고 있기는 하지만, 이 사진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시죠. 이렇게 의도하고 찍으신 건지.
황선우 : 이 표지사진은 자야 작가님 인터뷰 때 찍힌 사진이고요. 사실은 인터뷰 중에는 들어가지 않을 법한 약간 비하인드 컷 같은 느낌이에요. (자야) 작가님은 본인의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얼굴이 식별 가능하게 잘 보이는 사진들은 피해달라는 요청이 있으셨어요. 그래서 본문 속에 들어간 사진들을 봐도 뒷모습이라든가 아니면 조금 옆모습, 멀리서 찍은 사진들 위주로 촬영을 진행을 했는데요. 작가님이 걸어가시는 모습을 멀리서 담고 싶다는 정멜멜 작가의 요청이 있었는데...
김하나 : 사진작가 정멜멜 작가의 요청이.
황선우 : 네. 사진가가 촬영을 할 때 피사체가 혼자 걸어가게 되면 조금 스스로도 어색하고 찍는 사람이 원하는 어떤 속도도 유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제가 인터뷰 마친 다음에 약간 촬영 어시스턴트처럼 적절한 속도로 작가님이 걸어가실 수 있도록 앞에서 리드를 하면서 저는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습니다.
김하나 : 약간 어르신들 박수 치면서 뒤로 가시는 것처럼. (웃음)
황선우 : (웃음) 그렇죠. 손뼉은 치지 않았지만. 그래서 이 장면만 봐서는 모르실 수도 있는데 저는 뒤로 가고 있는, 문워킹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 재미있는 순간을 정멜멜 사진가가 포착을 했더라고요. 그런데 이 컷이 반응이 좋았다고 해요, 출판사 안에서. 그래서 표지로까지 발탁이 되었는데 동네 서점 에디션도 굉장히 뜨겁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김하나 :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고 사진을 보면 ‘아, 그렇구나’ 싶지만 그걸 보지 않고 이 사진을 봤을 때는 프레임 양쪽에서 사람이 다가와서 풀숲에서 서로 반갑게 만나는 느낌이에요. 마주쳐서 반갑게 이야기를 나눌 것 같은. 인터뷰집에 아주 걸맞은 사진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하나 : 20년간 에디터로 생활을 하셨잖아요. 아주 많은 인터뷰를 했고, 오랫동안 매달 잡지를 만들기도 했고, 그러니까 ‘내가 인터뷰하고 책을 만들고 그것을 글로 정리하는 것은 평생 해 온 일이기도 해’라고 얘기할 수도 있지만, 이게 책으로 묶여 나오는 것은 전혀 다른 경험이기도 할 것 같아요.
황선우 : 네.
김하나 : 우선은, 잡지에 실렸던 인터뷰도 아니고 인터뷰가 원래 실렸던 곳은 모바일 플랫폼이죠. 카카오페이지에서 이미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는데, 그때는 책을 만들 생각이 없었죠.
황선우 : 없었습니다.
김하나 : 그런데 결국 책이 묶여 나왔어요. 그 소회가 어떠신지 얘기를 한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황선우 : 일단 저는 매체 안에서 오래 일을 했었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가 됐을 때 인터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잡지사나 여러 미디어에서는 인터뷰는 좀 중요한 기획이기 때문에 내부인들에게 일을 맡기는 경우가 많고, 저는 잡지에서 의뢰받아 일을 하더라도 칼럼이나 에세이 같은 글들을 많이 쓰면서, 원래 좋아하던 인터뷰 일에 대한 갈증이 있었죠. 그런데 카카오페이지라는, 주로 웹툰이나 웹소설을 많이 읽으시는 플랫폼일 텐데, 거기에서 오리지널 기획으로 저에게 제안을 해줬던 거예요. 한번 이름을 걸고 인터뷰를 해보지 않겠느냐 라고 왔을 때 일단 저에게는 내가 회사를 떠나서 매체를 떠나서 내 이름을 걸고 이런 인터뷰 기획을 해볼 수 있다는 게 너무 반가운 기회였죠.
김하나 : 인터뷰를 많이 해오긴 했지만 프리랜서가 되고 나서, 사람이 ‘아, 저녁으로 아귀찜 먹고 싶다’ 이런 생각은 들 수 있지만 ‘아, 인터뷰 한번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황선우 : 아니, 들었어요. 하고 싶은 생각은 들죠. 그런데 기회가 없었던 거죠. 그리고 저도 프리랜서라는 의희 새로운 일하는 방식에 적응을 해갈 때였기 때문에 ‘내가 회사를 떠났으니까 이런 갈증은 묻어둬야 되나 보다’라고 생각을 했던 거죠.
김하나 : 매거진을 만드실 때 여러 일들이 있잖아요. 아이디어 기획회의부터 시작해서 글을 따로 쓰는 것도 있고 많은 공정이 있는데, 그중에서 특히나 인터뷰를 좋아하셨나요? 잡지 일 중에?
황선우 : 네, 그렇습니다.
김하나 : 그러면 그 부분이 정말 큰 갈증이었겠네요.
황선우 : 그렇죠.
김하나 : 그런데 모바일 플랫폼인 카카오페이지에서 그런 제안을 해 줬을 때 일단 인터뷰니까 반갑기는 한데,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게 가보지 않은 길이잖아요. 어떠셨어요?
황선우 : 제가 이런 결정의 순간에 항상 김하나 작가한테 물어보잖아요.
김하나 : 저는 포청천처럼 대답을 하죠. (웃음)
황선우 : 항상 그렇게 물어볼 상대가 있다는 게 너무나 저에게는 행운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렇게 선택의 순간에 왔을 때 ‘일은 너무 하고 싶은 인터뷰 일인데, 안 해본 플랫폼이야’라고 상의를 했을 때, 김하나 씨가 늘 충고해주는 어떤 기준이 있잖아요. 뭔지 본인도 아시죠? ‘새로운 거면 해라.’ (그때도) ‘해봐, 새롭잖아’라고 얘기를 해줬고. 그래서 저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낯선 곳에 나의 글을 내보내는 그런 실험을 해본 거죠.
김하나 : 그리고 그전에 조금 익숙해졌던 게,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가 카카오페이지에 챕터별로 서비스가 됐었고, 저희 둘이 ‘아, 카카오페이지라는 게 있구나. 요즘은 책을 이렇게도 보네. 이미 10만뷰잖아’ 그러면서 재미있게 얘기를 했던 것도 우호적으로 작용을 했던 것 같아요.
황선우 : 맞아요. 저희도 그때 배웠잖아요. 웹툰이나 웹소설 보는 줄 알았던 카카오페이지라는 플랫폼에 일반 도서를 서비스하는 팀이 있고, 거기에 ‘종이책을 어떻게 더 모바일로 편하게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때 접하게 됐고. 그리고 거기에서 새로운 기획으로 다른 데 공개되지 않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도 저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죠.
김하나 : 카카오페이지에서 이수현 팀장님이 손을 내미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책의 표현에 따르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다’고 하셨는데. 잡지에 매달 인터뷰하는 것과 카카오페이지에 모바일로 서비스하는 것의 차이는 어떤 게 있었어요?
황선우 : 차이는 굉장히 컸고요. 그것에 대한 고민이 이 프로젝트의 초반에 굉장히 저한테는 큰 이슈였던 것 같아요. 인터뷰를 매달 진행할 때는 지면이라는 것이 제약이 되기 때문에 사실은 많이 덜어내고 많이 압축하고 효율적으로 이 사람의 지금 현재적인 이슈를 전달하는 데 더 초점을 맞췄다면, 저는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형식이 주어졌을 때 그동안 잡지에서 못해본 방식으로 인터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그리고 모바일이기 때문에 호흡을 짧게 가져가기보다는 오히려 더 사람들이 긴 글을 읽고자 하는 욕망을 모바일에서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고. 지면에서는 조금 더 컴팩트하게 압축된, 달리기로 치자면 약간 단거리에 가깝다면, 저는 이 호흡 자체가 약간 산책하듯이 흘러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조금은 느릿하게 이 사람에 대한 정보도 줘가면서, 약간은 좀 느슨해 보이는 쌓아갔을 때 맨 마지막에 어딘가에 같이 도달하게 되는 그런 리듬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보통의 잡지 인터뷰보다 인터뷰이 분들한테 더 시간을 많이 요청을 했어요. 짧아도 2시간 길게는 정말 4시간 가까이, 그렇게 같이 있으면서 긴 얘기를 나눴고. 응축하는 데 노력을 들이기보다는, 잘 풀어내서 이 사람의 어떤 인생의 스토리 속에 독자들이 같이 들어올 수 있게끔 하는, 그런 걸 의도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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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