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의 역설, 데이식스 도운
도운은 자신이 가장 눈에 띄지 않는 3분 동안, 역설적으로 가장 멋진 무대를 만들어내며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글ㆍ사진 박희아
2021.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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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6 미니앨범 2집 컨셉트 포토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어차피 역대급일 거니까.” 보이밴드 데이식스의 유닛인 이븐 오브 데이(Even of Day)의 새 앨범 의 수록곡인 ‘역대급(WALK)’의 가사다. 당장 눈앞에 닥친 어려움 때문에 지금이 가장 힘든 순간처럼 보이겠지만, 사실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는 늘 ‘역대급’을 맞이한다는 씁쓸한 이야기. “아무리 준비해도 상상도 못 한 게 다가올 테니까”라는 가사에 이르러, 데이식스 이븐 오브 데이는 청춘이 청춘에게 선물할 수 있는 최고의 위로를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는 언어로 전달한다. 

그리고 이 씁쓸한 순간을 얘기하는 동안, 다른 멤버들의 뒤에서 묵묵히 드럼을 치고 있는 멤버 도운이 눈에 들어온다. 늘 데이식스의 무대에 함께 오르지만, 드럼이라는 악기의 특성상 카메라에 원샷으로 비춰질 일이 거의 없는 멤버. 똑같이 예쁘게 옷을 차려입고, 머리를 곱게 단장하고, 온 힘을 다해 악기를 연주하지만 절대 중심의 자리에 설 일은 없는 멤버. 여러 멤버가 무대에 서는 아이돌 그룹의 특성상 자신을 가장 또렷하게 드러내야만 하는 이 3분 남짓한 시간 동안에도 그는 홀로 카메라에 잡히는 순간이 많지 않다. 가끔씩 원샷이 잡힌다고 해도 정면으로 카메라를 마주하기보다 악기에 집중하느라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보여주기조차 어렵다.

이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그가 ‘역대급’의 가사처럼 늘 아쉽고 속상한 순간을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이면서도 스스로를 어필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그의 상황을 안타까워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방송국에서 제공하는 개인별 직캠을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역대급’의 무대 속 도운은 노래를 따라부르며 드럼 스틱에 자기 자신만의 에너지를 가득 담아 악기를 내리치고 있다. 남들이 자신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든, 묵묵히 자기 할 일에 집중하는 이 20대 중반의 청년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소위 말하는 ‘센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아이돌 멤버들의 것과는 조금 다르다. 데이식스 멤버들이 라디오에서 라이브를 할 때도 그는 대부분의 무대에서 노래 파트가 없어 빠져있다. 그러나 DJ 역할을 맡든 간간이 웃음을 주는 신 스틸러로 무대에 난입하든 도운은 그 순간에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반드시 찾아내 팬들에게 웃음을 주거나, 멤버들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렇게 도운은 자신이 가장 눈에 띄지 않는 3분 동안, 역설적으로 가장 멋진 무대를 만들어내며 스스로 빛을 내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역대급’은 도운의 감정을 대변하는 곡이 아니라, 도운으로 인해 더 큰 설득력을 갖게 되는 곡이다. 유튜브에서 굳이 그의 이름을 쳐서 찾아봐야만 하는 직캠 안에서 간간이 활짝 웃고, 드물게 드럼 스틱을 놓치기도 하며, “어차피 역대급일 거니까”와 같은 에너제틱한 가사를 소리 내 따라부르는 청춘의 힘은, 어떤 누구의 동정도 필요하지 않은 도운이라는 청년이 자기 안에서 꺼내놓은 선물이다.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인 것 같아도 사실은 저 자신의 몫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으며, 최선을 다해 주변인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려 노력하고, 사소하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서 시너지를 내는 요소로 탈바꿈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도운은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고, 나와 함께 그 길을 걸어가다 보면 빛이 나는 자신을 발견할 날이 있을 거라고 말한다. 


DAY6 미니앨범 2집 컨셉트 포토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한 프로그램에서 도운은 정식으로 마이크를 들고 다른 멤버들과 함께 쿨의 ‘아로하’를 함께 불렀다. 잔잔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곡에서, 도운은 꾸밈없이 투박한, 기교라고는 보이지 않는, 어쩌면 생각보다 많이 떨고 있는 것만 같은 긴장한 목소리로 도입부를 부른다. 박자는 느렸다가도 빨라지고, 서툰 그의 노래 실력은 감춰지지 않는다. 하지만 원샷 직캠에서 쑥스러운 표정으로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기 힘들어하는 그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처럼, 이 노래에 어떤 오버스러움도 없고 어떤 과감함도 없다는 걸 느끼는 순간에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그가 마음속을 파고든다. 오로지 도운이라는 사람이 갖고 있는 깨끗한 힘이 뱉어내는 소리들. 그 소리들이 들리는 때에, 데이식스와 데이식스 이븐 오브 데이의 음악은 좀 더 강하고, 좀 더 뜨거워진다. 도운이 날려버린 스럼 스틱 마냥 넘치는 힘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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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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퐁퐁퐁

2021.07.31

데이 식스 노래를 좋아해서 종종 들었는데 이렇게 멤버에 대해 관심을 가지진 못했던 것 같네요. 도운이라는 멤버가 묵묵히 자기 할 일에 집중했기 때문에 모든 무대가 멋졌던 거 아닐까요? 멋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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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k10230

2021.07.31

보통 드러머하면 눈에 안띄는게 대부분일텐데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으며 활약할수 있다는게 놀랍네요. 앞으로도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활약을 기대하며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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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트

2021.07.30


그룹에서 드럼을 치는 멤버는 상대적으로 집중을 받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룹 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데이식스 또한 도운이 있기 때문에 완벽한 무대를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래도 요즘에는 직캠이 있어서 각 멤버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도운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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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아

전 웹진 IZE 취재팀장. 대중문화 및 대중음악 전문 저널리스트로, 각종 매거진, 네이버 VIBE, NOW 등에서 글을 쓰고 있다. KBS, TBS 등에서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예능에 관해 설명하는 일을 했고, 아이돌 전문 기자로서 <아이돌 메이커(IDOL MAKER)>(미디어샘, 2017), <아이돌의 작업실(IDOL'S STUDIO)>(위즈덤하우스, 2018), <내 얼굴을 만져도 괜찮은 너에게 - 방용국 포토 에세이>(위즈덤하우스, 2019), <우리의 무대는 계속될 거야>(우주북스, 2020) 등을 출간했다. 사람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