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생활자가 전하는 ‘도시를 바꾸는’ 공간,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터진 후에 우리가 사는 도시에 대한 관심이 더욱더 늘어난 걸 느낍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 동네와 지역을 좀 더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분들, 공간에서 기획의 영감을 얻고 싶은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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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이 하루하루 달라지듯 우리가 사는 도시도 달라진다. 요즘 도시에는 전부 가보기도 어려울 만큼 화려한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삶이 느껴지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도시를 바꾸는 공간기획』의 이원제 저자 역시 유명 랜드마크 건축물을 보며 도시에 관심을 가졌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가 사는 동네나 지역의 생활감이 느껴지는 곳들에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자기만의 컨셉이 확실한 공간으로 우리가 사는 지역과 동네를 바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앞으로도 ‘도시의 숨은 조력자’를 더 많이 발견하고 싶다는 저자를 만나, 지속가능한 공간과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도시를 바꾸는 공간기획』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공간기획’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도시를 바꾸는 공간을 선정한 기준이나 눈여겨볼 포인트가 따로 있을까요?

우선 기획이라는 단어를 제 나름대로 정의하자면, 기획은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책에서 소개한 공간들은 사람들이 새로운 에너지를 전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처럼 보였습니다. 단순히 힙하거나 멋있어 보인다기보다 그 공간만의 풍성한 매력이 느껴졌습니다. 반드시 가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계속 다시 방문하게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 공간을 기획한 분들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다음과 같은 요인을 정리해보게 되었습니다. 

우선, 지역적, 역사적, 사회적인 관점에서 그 공간만이 갖는 맥락Context이 있는지가 중요했습니다. 각각의 장소가 위치한 지역성이나 역사, 토지에 관련된 스토리는 공간 고유의 컨셉을 정하는 핵심이 됩니다. 다음으로는 공간의 맥락과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특별한 콘텐츠Content가 있는지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콘텐츠를 통해 지역 주민들과 상호작용Connect하며 연결되는 공간인지가 중요했습니다. 이 3가지는 그 공간만의 특별한 컨셉을 구성하는 요소이자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즉 가치 있는 공간경험을 제공하는 기반이 됩니다. 지속가능한 공간기획의 조건이기도 하고요.  

책에서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조건이나 환경이 ‘삶의 질’과 연관되어 있다고 했는데, 이 대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도심에서 느끼는 삶의 질이란 ‘퀄리티나 레벨’이 아닙니다. 단적인 예지만 아파트 브랜드가 아니라,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애정이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요.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는 보통 성수동, 연남동 등 뜨는 동네들이 피드에 올라오지만, 우리는 정작 자신이 사는 동네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동네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집 앞에 내놓은 소박한 화분들, 각기 다른 형태와 역사를 가진 건물들, 반갑게 맞아주는 작은 가게의 주인분들, 그리고 그 가게에서만 파는 시그니처 메뉴들, 신선한 과일과 야채들이 존재하는데 말이죠. 골목길이나, 카페, 통학길, 장보러 가는 길목에서는 동네 주민들의 연대가 이루어집니다. 동네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동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애정이 커지게 됩니다. 자기 동네와 친해지는 공식을 이웃 동네에 적용하면 그 동네만의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는 즐거움이 이어집니다. 그 즐거움이 쌓여 결국 도심의 삶이 풍요로워질 거라 확신하고요. 

도시여행자로서 도시의 이곳저곳을 관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도시에 대한 호기심으로 잡지 <모노클>을 창간호부터 15년 동안 탐독해왔습니다. <모노클>이 먼저였는지 도시에 대한 호기심이 먼저였는지 알기 어렵지만, 이는 도심에서의 생활패턴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모노클>을 통해 극대화된 것일 수도 있고요. <모노클>에는 관광객에게 알려진 플레이스보다, 그 지역 로컬들이 자주 찾는 제3의공간과 ‘삶의 질을 높이는’ 주거공간, 사무공간, 학교공간, 스테이공간들을 만들어낸 다양한 사람들, 그 공간들을 드나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까요. 그렇게 <모노클>에 소개된 장소들을 계속 방문하면서 도시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모노클>은 제게 도시를 가르쳐준 친구이자 일종의 바이블 같은 존재입니다. 

코로나19로 주춤해졌지만 요즘 다시 눈에 띄는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공간을 예로 들어주셔도 좋고요. 

한국인의 주거형태 중 아파트가 60%를 차지한다고 들었습니다. 저 역시 30년 이상을 아파트에 살았으니 아파트 키즈인 셈이죠. 아무래도 천편일률적인 아파트 단지에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도심 곳곳에 숨어 있는, 다양한 시대에 지어진 작은 건물들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집니다. 오프라인에는 이러한 인식의 벽을 허무는 공간들이 간혹 있습니다. 

장충동 한양도성 성곽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꽤 나이가 들어 보이는 붉은색 벽돌 건물을 만나게 되는데요. 건물의 특이한 형태로 인해 층마다 다르게 보이는 성곽길과 건물 주변의 조경 뷰는 이 건물을 보다 매력적으로 만들어줍니다. 또한 층마다 각기 다른 뷰를 품은 고즈넉한 베란다는 역세권 주변에 위치한 하이라이즈 빌딩의 코워킹오피스에서는 느낄 수 없는 숨은 매력 포인트입니다. 장충동에서 약수동으로 올라가는 정문 앞쪽에 보이는 휴식공간, 조경공간의 경험 또한 색다르고요. 로컬스티치의 가장 큰 매력은 서울에 위치한 작고 오래된 건물들(상대적으로 저평가된)을 찾아 공유 오피스라는 새로운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방문객과 테넌트들에게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건물의 시간적 가치를 깨닫게 하고, 나아가 그 건물이 위치한 지역의 맥락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낯설었던 장충동과 약수동이라는 주변 동네를 친숙하게 만드는 트리거 역할인 셈이죠. 이런 오프라인 공간들이 하나둘씩 늘어난다면 도시에서 사는 우리 삶의 질도 높아지지 않을까요. 

책에 소개된 곳들 중에 ‘콘텐츠’라는 면에서 가장 소개하고 싶은 공간이 있다면요? 

컨텐츠 측면에선 단연 카시카를 꼽고 싶습니다. 도쿄 시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도쿄를 방문할 떄마다 꼭 들르는 단골장소입니다. 갈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조금씩 바뀌어 있는 오브제들과 전시 컨텐츠, 식당의 메뉴 등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힙한 장소도 아닌데 말이죠. 새로운 물건을 사지도 않으면서 꼭 가게 되는 이유는, 지역의 맥락을 담은 카시카 고유의 컨텐츠 때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일종의 도시투어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혹시 개인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투어가 있을까요? 

도시 투어에서 제가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숙소입니다. 숙소가 투어의 거점인 셈이죠. 지역의 다양한 스토리가 반영된 숙소에서 머물면, 그 매력에 빠져 숙소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자연스레 그 동네에 머무는 시간도 늘어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그 동네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 동네에서의 소비도 늘어나고 그 동네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도 늘어납니다. 그 지역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 즉 지역 주민입니다. 저와 같은 과 교수님 중 일본에서 오신 분이 있는데 올해 정년을 마치고 고향인 마쓰모토로 돌아갑니다. 지금 사는 150년이 넘은 일본 전통 주택을 컨셉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하는 것이 은퇴 후 교수님의 목표이고, 일본 목조주택에서의 스테이를 체험하며 주변의 오래된 온천과 양조장을 돌아보는 다양한 투어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 중입니다. 코로나19가 끝나면 작지만 그 도시만의 매력을 담은 투어를 추진해보고 싶습니다. 

이 책을 어떤 독자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가 터진 후에 우리가 사는 도시에 대한 관심이 더욱더 늘어난 걸 느낍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 동네와 지역을 좀 더 재미있는 곳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분들, 공간에서 기획의 영감을 얻고 싶은 분들이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좀 더 욕심을 내자면 이제는 ‘일하는 곳=회사’, ‘사는 곳=집’이라는 기존의 명제들이 조금씩 희석되는 만큼 좀 더 다양한 층위의 공간들이 생겨나면 좋겠습니다. 



*이원제

도시에 대한 호기심으로 〈모노클〉을 창간호부터 약 15년 동안 탐독해왔다. 이는 도심에서의 생활패턴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도쿄, 싱가포르, 상하이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각기 다른 동네의 매력을 발견하고 나서야 스스로 ‘서울촌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래마을, 반포동, 창신동, 망원동, 이화동, 만리동, 논현동, 통의동 등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 동네만의 매력을 읽고 해석하는 취미를 갖게 되었다. 사용자 입장에서 도시 곳곳을 경험하며 우리 주변에서 잘 보이지 않는 ‘도심 속 삶의 질을 높이는 요소들’을 찾아내 기록하면서 지인 및 학생들과 공유하는 것이 즐거움이다.

현재 상명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 전공 교수, UDS코리아 자문교수로 활동하며, 다양한 상업공간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맘스터치 브랜드 리뉴얼 및 혁신매장 리뉴얼 디자인을 진행했다. 폴인 〈밀레니얼의 도시〉 컨퍼런스 총괄기획을 맡았고, 〈모노클시티가이드: 서울편〉의 에디터로 참여한 바 있다. 얀겔의 『인간을 위한 도시 만들기』, 『중국풍, CHINA CHIC』, 『기획은 패턴이다』 등 다수 서적의 번역과 감수를 진행했다.



도시를 바꾸는 공간기획
도시를 바꾸는 공간기획
이원제 저
북스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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