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유럽 12개국 100만 독자가 사랑한 베스트셀러 에세이 <1cm 시리즈> 김은주 작가가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워리 라인스와 함께 새로운 화두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 사태, 창밖 미세먼지와 눈에 먼지 같은 사람, 나를 알거나 잘 모르는 사람이 건네는 뾰족한 말, 예상치 못한 실수로 나 자신에 대한 자책과 실망이 반복되는 나날들. 작가는 이럴 때일수록 식물을 가꾸듯 매일매일 나를 가꾸는 ‘셀프가드닝(Self Gardening)’을 함께 시작해보자고 말한다. 유해한 일상 속 가만히 웅크려 있는 것보다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책과 함께 오늘부터 세상 유일하고 가장 아름다운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는 것은 어떨까?
김은주 작가님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신간으로 뵙네요! 무려 8년 만에 새로운 화두로 선보이시는 신작인데요. 특히 이번 책의 핵심 키워드인 ‘셀프가드닝’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신선해요. 식물에 쓰는 ‘가드닝’ 을 사람에게 적용해서 쓰시게 된 배경이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코로나 시대에 작가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글에 담고 싶었습니다. 유해한 것들에 둘러싸여 있고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있는데, 초록의 식물이 인간에게 주는 위안이 매우 크다는 것을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가드닝’이 스트레스 해소에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고요. 책 속에 쓴 내용처럼 자연은 어른인 척하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존재 자체로서의 아름다움에 대한 무언의 힌트를 건네주는 것 같습니다. 나 자체로 의미 있고 나라서 아름답다고요. 그래서 가드닝을 이번 책의 주제로 접목하게 되었어요.
식물 하나를 기르는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잖아요. 일주일에 몇 번씩 물을 줘야하는지도 기억해야 하고, 시든 잎은 잘라줘야 하고, 벌레도 쫓아내야 하고, 통풍도 시켜줘야 하고요. 그런데 너무 바쁘게 살아가다보니 나 자신에게는 미처 그럴 겨를이 없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나’를 ‘식물’로 치환해보자, 그렇게 ‘셀프가드닝’으로 하루에 잠깐이라도 나 자신이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되어 조금 더 객관화된 동시에 애정 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다면, 나 자신을 어떻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키워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을 알게 되고, 내 인생에 정말 중요한 것, 필요한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이 책의 목차를 1. 씨 뿌리기, 2. 적당한 물 주기, 3. 시든 잎은 잘라내기, 4. 나비와 벌, 별과 조우하기, 5. 눈물과 미세먼지 닦아내기, 6. 알맞은 계절을 기다리기, 7. 드디어 꽃을 피우기와 같이 7단계로 나눈 것처럼, 놀랍게도 우리가 살아가며 더 나은 모습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가드닝하는 과정과 매우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신간은 특별히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워리라인스(Worry Lines)’와 함께 콜라보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함께 작업하게 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늘 크리에이티브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워리라인스 작가는 평소에 눈여겨보고 좋아하던 작가입니다. 단순한 선과 채색만으로 인생에 대한 통찰력 있는 아이디어를 정말 크리에이티브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가졌는데요, 책의 글 '밤의 감정, 아침의 점검'에 실린 일러스트를 보고 ‘아, 천재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낮과 달리 밤에 흘러넘치는 감정을 어떻게 몸속에 담긴 물을 사용해서 심플하고도 공감 가게 표현할 수 있는지!
저는 언제나 ‘위트와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워리 라인스 작가의 일러스트에 그것들이 아주 잘 담겨 있어요. 그리고 워리 라인스 작가가 풀과 꽃이 들어간 그림을 많이 그리는데 이번 책은 워리 라인스 작가에게도 영감을 받기도 했어요. 워리 라인스는 하버드 대학과 창의력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런던 박물관 ‘웰컴 컬렉션’ 전시 작가로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 무궁무진하게 발전하는 아티스트가 될 것 같아요.
이 책에는 워리 라인스의 작품 80개 정도가 실려 있고 그중 기존 작업에서 가져온 것과 제가 아이데이션을 해서 워리 라인스 작가와 협업한 일러스트들이 있습니다. 표지 그림도 계약된 횟수보다 훨씬 많이 수정 요청을 했음에도 예술가적 마인드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세심한 수정을 정성껏 해주었어요. 역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데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을 좋아하고 여담이지만 한국의 호떡이 먹어본 가장 맛있는 음식 중 하나라고 합니다.
<1cm 시리즈>도 그랬지만, 이번 책도 짧지만 마음에 와 닿는 문장들이 정말 많아요. 혹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네, 얼마 전에 MBC 라디오 김신영의 ‘정오의 희망곡’에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책 속의 “여유는 생기는 것이 아니라 챙기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이 인터뷰를 어떤 요일에 보시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 요일의 독자님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꽃의 말을 듣는 하루>라는 글을 골라봤습니다. 이 책을 읽은 독자 분들이 이 글이 볼 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글이라고들 하시는데요. 상사의 말, 잔소리 하는 누군가의 말, 뾰족한 타인의 말에 지쳤다면 나의 마음을 읽어주고 위로해 주는 꽃의 말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꽃의 말을 듣는 하루
월요일은 나를 프리지아처럼 대하자.
꽃말은 ‘당신의 시작을 응원합니다’
화요일은 아이리스처럼 설레자.
꽃말은 ‘기쁜 소식’
수요일은 카모밀레처럼 견디자.
꽃말은 ‘역경에 굴하지 않는 아름다움’
목요일은 봉선화 같은 나와 타인을 이해하자.
꽃말은 ‘날 건드리지 마세요’
금요일은 메리골드처럼 기대하자.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토요일은 분홍 안개꽃처럼 누리자,
꽃말은 ‘행복과 기쁨의 순간’
일요일은 산책길에서 야생화를 발견해보자.
꽃말은 ‘친숙한 자연’
당신의 일주일이 꽃 같기를.
다채로운 색과 향기로 가득하기를.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꽃을 가까이하고, 꽃의 말을 들어보자.
그러기 위해 가끔 나에게 꽃 한 송이 혹은 한 다발을 선물하자.
귀로 듣지 않아도
눈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생기와 기운과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책과는 다른 점이, 바로 독자들이 직접 작성할 수 있는 ‘셀프가드닝 프로젝트’ 페이지가 있다는 것인데요. 이 페이지는 어떻게 활용하면 가장 좋을까요?(혹은 가장 추천하는 페이지가 있다면요?)
어릴 적 일기장을 보면 굉장히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잖아요. 이럴 때 내가 이런 생각을 했네, 하면서 웃음도 나오고요. 그런데 우리가 어른이 되고 나서는 나 자신과 나의 생각에 대해 기록할 기회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예전보다 사진을 많이 찍기는 하지만 시각적인 이미지로 남을 뿐 좀 더 내밀하게 내 안으로 들어가 보지는 않는 것 같아요. 글과 연관되어 있는 20가지 셀프가드닝 프로젝트는 나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요. 내가 자주 가는 장소, 아침의 기분 기록, 내 몸을 사랑하기 위한 셀프가드닝 계획 세우기, 내가 울었던 안전한 장소, 죽기 전에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 말고 지금 당장 해보고 싶은 재킷 리스트, 자주 쓰는 말을 기록하는 퍼스널 단어장, 나만의 완벽한 순간 시럽 리스트 등 다각도로 몰랐던 나에 대해 알아가고 기록해볼 수 있어요. 주관식 MBTI라고나 할까요? 사실 ‘뜨는’ 유명인이나 연예인에 대해 관심을 갖는 만큼 나 자신에 대해 관심을 갖지는 않잖아요, 저는 독자 분들이 유명인의 인터뷰를 보는 대신 나 자신을 인터뷰해 보기를 바랍니다. 여러 프로젝트 중에는 <틈틈이 시간 플렉스(flex)>라는 프로젝트가 기억나는데요. 때로 우리에게는 낭비할 시간도 필요한 것 같아요. 중요한 일 말고 사소한 일, 생산성 없는 일 그렇지만 내 마음대로 날 것 그대로 요리할 시간을 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그런 일들의 목록을 생각해보는 것도 참 재미있을 거예요. 그 프로젝트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일상의 크리에이터’라고 불릴 정도로 작가님의 글에는 평범한 일상도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해주는 특별한 능력이 담겨 있는 것 같아요. 영감이나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어떻게 얻는 편이신가요?
제가 오랫동안 카피라이터로 일했고, 보통 TV 광고 영상 편집을 할 때 아주 짧은 1초의 순간도 여러 프레임으로 쪼개서 보게 되거든요. 그래서 무언가를 관찰하는 습관이 체화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통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생각들이 문득 문득 떠오를 때가 있어요. 그런 생각들을 포착하면 글이 되는 것이지요. 어떻게 보면 글쓰기는 저에게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작업인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생각들이 솟아나기도 해서 그것을 정리해야 머리와 마음이 비워지고 순환이 되겠다 싶더라고요. 어떤 외부적인 자극으로 영감을 얻어서 쓸 때도 있지만 보통 글을 쓸 때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곤 합니다. 그리고 꼭 글이 아니라 다른 크리에이티브한 작품, 그것이 일러스트가 될 수도 있고, 디자인 서적이나 가구 전시회가 될 수도 있고,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작품들을 보고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신간으로 오랜만에 뵙게 되었는데요,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들어볼 수 있을까요?
이번 신간도 일본, 중국, 대만, 태국의 큰 출판사들과 판권 수출이 결정되었고, 또 다른 국가들에서도 러브콜이 오고 있는데요, 12개국 출간된 <1cm 시리즈>처럼 해외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일본 독자들을 대상으로 주 삿포로 대한민국 총영사관에서 주최하는 강연을 코로나 상황이라서 온라인으로 하기도 했는데, 앞으로도 한국의 에세이를 해외에 알리는 작업을 해나가고 싶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의 글 중 ‘마지막까지 귀여운 인간’이라는 글이 있는데요, 인간은 태어날 때는 아무 노력 없이도 귀엽지만 마지막까지 귀엽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세상을 바라보는 반짝이는 호기심,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나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겸손함, 다른 사람의 말을 먼저 듣는 품위, 비꼬는 말이 아닌 공감이 담긴 유머, 그리고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등을 통해 그저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마지막까지 귀여운 인간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 노인이 되려면 멀었지만 스스로 매일의 셀프가드닝을 하면서 ‘마지막까지 귀여운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의 사유와 호기심의 결과물들이 책이든 다른 콘텐츠가 되었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삶에 의지를 다시 밝히는 촛불이 될 수도, 절망의 강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노(櫓)가 될 수도, 작은 들꽃 같은 웃음이 된다면 그 또한 좋겠지요.
그럼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이미 만나보셨거나, 곧 만나보실 예비 독자님들께 한 마디 부탁드려요.
종종 독자님들께 메시지를 받는데 얼마 전에는 한 독자님의 메시지를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독자님이었는데 투병 중인 여성 환우 분을 돌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환우 분이 치료의 괴로움 때문에 마음을 닫고 있었는데 저의 책 중 한 권인 『1cm 』 빌려주었고 며칠 후 그 분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고 합니다. 마음의 긴장이 풀리고 힘을 빼고 살겠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얘기를 전하면서요. 그 후 치료에 의욕이 생겨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고 저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내셨더라고요. 저는 그 메시지를 받고 마음이 뭉클해지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작가는 의사와 같다고 생각했어요. 의사는 육체를 살리고 작가는 정신을 살릴 수 있다고요. 그런데 정말 독자님들께 이런 메시지를 받았고 아, 내가 쓴 책으로 가치 있는 일을 했구나 하는 보람을 느꼈습니다. 제가 쓴 글이 독자님께 힘이 되고 독자님이 또 제게 힘을 주시는 그런 마법 같은 순환들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데, 그것은 작가로서 경험할 수 있는 정말 값진 일들인 것 같습니다. 이 책에는 저 또한 힘들 때 쓴 글도 있는데, 그 글을 쓸 때 훗날 같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독자들을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그래서 더 진심 어린 응원이 담겨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독자님처럼 삶의 촛불을 다시 발견하실 수도 있고, 혹은 크고 작은 변화의 계기를 얻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매일의 셀프가드닝을 통해 유일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식물인 나를 돌보고 가꾸어 가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김은주 한국 최초로 프랑스에서 몽골까지, 유럽, 아시아 12개국 1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1cm 시리즈〉(『1cm 오리진』, 『1cm 』, 『1cm art』, 『너와 나의 1cm』)와 『기분을 만지다』를 펴냈다. 〈1cm 시리즈〉는 여러 국가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세계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스투키를 말려 죽인 경험도 있고, 선인장 가시처럼 마음이 메마른 날도 있지만 서툰 실수와 인생의 경험들로 진정한 가드너가 되는 법을 깨닫고 있다. 물 마시기를 자주 깜빡하지만 하루 2리터를 마시려고 노력하며, 전 세계 독자들의 감동 메시지는 가장 달콤한 물이다. 10년 이상 제일기획, TBWA, 오버맨의 카피라이터로 일했고, 책과 강연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독자를 위한 ‘더 나은 일상의 가드너’가 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eunju_writer 블로그 blog.naver.com/1cmstory 페이스북, 네이버 오디오클립 ‘김은주 작가’ 검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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