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새로운 투자법은?

작품을 가려내는 안목만 있다면 아트테크는 이미 절반 이상 이기고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안목을 기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가능한 많은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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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술관에서 투자를 배웠다』는 이지혜 저자가 미술품 투자의 노하우를 풀어놓은 책이다. 요즘 아트페어와 옥션의 풍경은 이전과 사뭇 다르다. 톰브라운 슈트를 위아래로 맞춰 입고, 리세일가가 엄청난 것으로 유명한 나이키 한정판 스니커즈를 신은 젊은이들이 속속 등장한 것이다. 시장의 흐름을 누구보다 기민하게 파악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MZ들의 출현은 미술 시장이 더 이상 ‘부자들만의 세계’가 아니며 아트테크가 새로운 대체 투자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아트테크, 즉 미술품 투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꾸준히 미술에 관심을 쏟는 정성과 인내다. 미술품을 보는 안목은 절대 하루아침에 얻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비전공자로서 직접 몸으로 부딪혀가며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아트 컬렉터로 거듭난 저자는 그간 경험하고 익힌 아트테크 지식과 노하우를 한 권에 책으로 풀어냈다. 뉴욕의 미술관과 홍콩의 아트페어, 서울의 옥션을 쉼 없이 다니며 보고 듣고 전하는 생생한 현장 이야기를 함께 나눠보자.

비전공자로서 미술품 컬렉팅을 시작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자님을 사로잡은 아트테크만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대학 시절부터 미술관에 가는 걸 참 좋아했습니다. 처음에는 미술관이 가진 사색의 정서가 좋아서 갔지만, 이내 공간을 채우고 관람객을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미술품의 힘에 매료되었어요. 그렇게 오랜 시간 저는 미술품을 관람의 대상으로 즐기는 ‘애호가’의 단계에 머물렀습니다. 그 후 아트페어나 경매와 같이 미술품 거래가 실제로 이루어지는 현장에 방문하면서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미술품의 가치가 화폐로 바뀌는 순간을 목격한 거죠. 작품을 두고 누군가는 흥정을 하기도, 누군가는 열띤 경합을 벌이기도 하더군요. 미술관에서 보기만 할 때는 작품성과 시장 가치, 즉, 가격을 직접적으로 연관 짓기는 어려웠는데, 이곳에서는 미술품을 사고파는 ‘거래’를 통해 작품의 가치가 입증되니 그 과정이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미술계에 한 획을 그은 작가라 하더라도, 그게 반드시 작품 가격에 정비례하여 적용되지는 않아요. 미술품의 가치는 미학이나 미술사 등의 학문에 근거하지만, 실제 미술 시장에서 유통될 때는 컬렉터들에 의해 그 가치가 재평가되거든요. 즉, ‘앞으로 비싸게 팔릴 작품’을 알아보는 것이 컬렉터이자, 미술품 투자자의 안목인 것이지요. 이런 점이 바로 아트테크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트테크, 즉 미술품 투자가 최근 MZ세대들 사이에서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트테크가 사실 새롭게 생겨난 투자처는 아닙니다. 예술품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주 오래전부터 부자들의 자산 운용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채워왔거든요. 그런데 최근 들어 미술품 투자가 지닌 장점들이 부각되면서 다시금 급부상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더 이상 승진이나 성공적인 연봉 협상만으로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수준이 되었습니다.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이 연이어 발표되면서 양도세를 비롯한 세금 부담이 가중되었고요. 이렇게 부풀어 오른 부동산 시장에 결과적으로 행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내 집값이 오른 것처럼 다른 집값도 오르기는 마찬가지고, 양도차익에서 어차피 반 이상은 세금으로 내야 하니까요. 시장이 이렇다 보니 MZ들에게 부동산은 이미 ‘넘사벽’이 되어버렸습니다. 한편, 미술품을 잘만 선택한다면 수억 원에 이르는 양도차익을 거둬들이고도 ‘세금 0원’의 혜택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이미 천정부지로 가격이 오른 아파트를 대신할 새로운 실물자산 대체 투자처로서 미술품이 딱인 거죠. 라이프스타일 소비에 적극적인 MZ세대의 성향과도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술품이 가지는 가장 독보적인 매력은 그림을 소유하고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을 마르고 닳도록 즐기더라도 훼손되지 않는 이상 감가상각의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작가의 활동과 연차에 영향을 받아 가격이 오르는 경향을 보입니다. 반면 MZ세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스니커즈 컬렉팅은 발매가에 웃돈을 얹어 거래되는 ‘프리미엄’ 시장 형태를 갖춘 것은 미술품과 동일하나, 실착과 동시에 그 가치가 끝나버린다는 단점이 있어요. 그리고 미술품 투자가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비해 수익률이 안정적이라는 점도 매력 포인트입니다. 학문을 기반으로 하는 미술 시장이 세계경제의 영향을 받는 여타 시장에 비해 안정적인 것은 당연한 이치겠죠.

미술품 거래는 아트페어나 옥션, 갤러리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 주로 이뤄지는 만큼 미술 시장도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피할 수 없었죠. 이로 인해 다양한 변화들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변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많은 유통 채널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는 추세 속에서도 미술 시장은 계속 오프라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미술품을 볼 때 따져야 할 사항 대부분이 육안으로 확인해야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었는데요. 이러한 지점에서 코로나19 사태는 미술 시장에도 치명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경매 회사들은 온라인 옥션을 활성화하고 아트페어는 온라인 뷰잉 룸(Online Viewing Room, OVR)으로 형태를 전환하며 오히려 악재를 미술 시장의 확장을 도모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이러한 미술 시장의 재편 덕분에 MZ세대가 컬렉터의 새로운 주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고요.

개인적으로는 온라인 미술품 거래 전문 플랫폼의 약진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전 세계에 흩어진 수많은 갤러리들과 각 작품들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었고, 작품의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할 뿐 아니라, 컬렉터와 갤러리 간 직거래를 하도록 연결시켜주어 유통 과정이 전폭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보다 편하게 해외로 나갈 수 있다면 어떤 아트페어(혹은 미술관)에 제일 먼저 가고 싶으신가요? 또 신입 컬렉터들이 생애 첫 아트페어로 가기 좋을 만한 곳을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당연했던 모든 것들이 불편해진 요즘입니다. 개인적으로는 2019년 연말에 예약해두었던 항공권을 취소할 때 가장 아쉬웠습니다. 2017년 개관한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Louvre Abu Dhabi)’을 방문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 중이었거든요. 본원인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세계 최초 해외 분원으로, 아부다비가 프랑스 정부에 미화 5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금액을 지불하고 ‘루브르’라는 이름의 사용 허가를 받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2017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으로 판명되어 5천억 원이라는 경이로운 금액에 낙찰된 작품 <살바도르 문디(Salvator Mundi)>는 현재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지만, 처음에 이 박물관에 설치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코로나가 진정된다면 이 박물관에서 작품의 실물을 직접 보고 싶습니다. 2022년에는 아부다비에 ‘구겐하임 아부다비(Guggenheim Abu Dhabi)’까지 개관할 예정이라 정말 기대가 됩니다.

반면, 생애 첫 아트페어는 그렇게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견학’의 형태로도, ‘첫 컬렉션 구매’의 경험으로도 알맞은 아트페어가 국내에도 많이 생겼어요. 이른바 ‘10만 원 아트페어’로도 불리우는 ‘을지 아트페어’는 소재와 크기에 상관없이 모든 작품을 10만 원에 판매합니다. 올여름 처음 열린 신생 아트페어 ‘더 프리뷰 한남 with 신한카드’는 전시 이력이 없는 신진 작가와 갤러리를 위주로 프로모션을 하고 있어요. 아트테크에 입문하는 분들에게 처음부터 일생일대의 작품을 고르겠다는 결심은 잠시 미뤄두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작품을 보는 눈, 그리고 작품을 고르는 나만의 기준이 생기기 전에 하는 선택은 그만큼 실패할 확률도 높아지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니 합리적인 금액대의 작품을 선보이는 아트페어에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고 구입해보면서 경험을 쌓아보는 것이 어떨까요?

작품을 보는 ‘안목’을 기르는 것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하셨는데요, 왜 미술품 투자에서는 안목이 그토록 중요할까요? 그 안목을 기르는 꿀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중요한 지점인데요, 미술품은 무용이나 음악과는 달리, 유일하게 ‘거래’가 가능한 실재적 예술입니다. 즉, 미술품은 자산이며 동시에 예술품이기도 합니다. 미술품과 아파트는 실물 자산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림을 아파트 자산 가치를 판단할 때처럼 ‘아파트 이름, 몇 평, 몇 층, 남동향’ 등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로 판단하려고 한다면 가장 핵심적인 것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작품을 직접 감상할 때만 마음속 깊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인 ‘심상’입니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과 목적이 컬렉터마다 다르다고 하더라도 좋은 작품은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좋다고 다들 입을 모읍니다. 좋은 그림은 작품을 이루고 있는 회화적 구성 요소인 도상을 비롯해 미학과 미술사적 가치, 그리고 시장성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결국 ‘안목’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말해, 작품을 가려내는 안목만 있다면 아트테크는 이미 절반 이상 이기고 시작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안목을 기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가능한 많은 작품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 책에 담긴 저자님의 다채로운 아트테크 경험담들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책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했지만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를 한 가지 더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요즘은 해외 갤러리들이 작가의 판화나 아트토이 제작에 참여해 이를 갤러리의 온라인 스토어에서 발매하는 게 트렌드입니다. 전 세계 컬렉터들이 수강신청을 방불케 하는 ‘광클 전쟁’에 참여하는데요, 저도 그중 하나입니다. 가끔은 운 좋게 성공하기도 하지만, 접속은 했지만 주소를 기입하는 과정에서 짧은 시간에 엄청난 트래픽이 발생하면서 홈페이지 자체가 다운되는 등 별의별 이유로 대부분 실패한답니다. 최근에는 상세 주소를 자동 완성으로 기입되게 해둔 덕에 거의 성공할 뻔했지만 도시 이름 선택지에서 ‘서울’을 못 찾는 바람에 또 실패했어요. 선점에 성공한 컬렉터들이 또 몇 배의 프리미엄을 붙여 시장에 내놓을지 궁금함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래도 꼭 갖고 싶거든요.

마지막으로, 이제 막 아트테크 세계에 발을 들였거나 그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신입/예비 컬렉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신가요?

제가 이 책을 쓰게 된 데에는 ‘미술을 좋아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다’는 질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무언가를 좋아하기 위한 방법에 ‘정답’은 당연히 없습니다. 하지만 그 막막한 마음도 너무 잘 알겠더라고요. 미술 시장은 그 특성상 다른 산업에 비해 운영 구조나 낯선 용어들을 익히기가 쉽지 않거든요. 사고자 하는 결심과 팔고자 하는 판단에는 뚜렷한 기준과 근거가 있어야 하지만 그러한 확신을 얻기에 미술품이라는 대상이 너무나 추상적이고 어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미술품을 투자의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어쩌면 시작이 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우선은 가까운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미술품을 마음껏 감상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자주 보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나 작가가 생기고, 그렇게 차츰차츰 나의 취향을 찾아 나가는 즐거움도 알게 됩니다. 요즘은 백화점에서도 좋은 전시를 많이 볼 수 있어요. 더 현대 서울에서 개점과 동시에 ‘앤디 워홀’ 전시를 개최한 것처럼요. 그리고 이 책 『나는 미술관에서 투자를 배웠다』에서는 미술품을 자산으로, 또 동시에 예술품으로 충분히 즐기기 위한 방법들을 다채롭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제 막 미술 시장에 진입하신 여러분들의 초행길을 편안하게 안내하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지혜

부동산 시행 및 마케팅사 대표 겸 아트 컬렉터로, 미술품과 부동산이라는 양대 시장의 교차점에 서 있는 MZ세대의 대표 표본이다. 대학 시절, 은신처 삼아 들렀던 미술관에서 뭔가에 꽂히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슈퍼덕후 DNA’에 발동이 제대로 걸렸다. 그 길로 미국 종·횡단 로드트립 1만 마일을 일주하며 ‘미국 미술관에 깃발 꽂기 프로젝트’를 스스로 기획, 실행했다. 그 후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차츰 시야를 넓히고 견문을 쌓으며 미술품에도 부동산처럼 트렌드와 비전이 존재한다는 것을 터득했다. 슈퍼 컬렉터들이 전용기를 타고 오는 네덜란드의 TEFAF 아트페어나 매년 3월의 포문을 여는 홍콩 아트바젤, 치열한 경합 끝에 거장의 작품을 낙찰받는 소더비 경매장의 세련된 고객들에게는 시장을 읽어내는 영민한 눈이 있다. 그 ‘눈’은 결국 경험을 통해 트이고 성장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오늘도 운동화를 신고 캔버스백을 맨 채 국내외 아트페어와 경매장, 갤러리, 미술관을 찾는다. 한국 미술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활기로 가득 찬 요즘, 그 우아하고 역동적인 현장에서 얻은 정보와 지식들을 SNS ‘#제이니의미술관’을 통해 공유하며 신입 컬렉터들의 ‘랜선 아트테크 가이드’ 역할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