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학원을 오가는 어린이들에게 우주의 시간을 안내하다
학교와 학원, 집이라는 트라이앵글에 갇혀 사는 어린이들을 먼 우주로, 또 다른 시간으로 안내하고 싶었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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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중 작가

창작동화는 어른인 작가가 쓰는 작품이지만 어린이들이 좋아할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아이들의 공감대를 따듯하게 그려내야 하는 문학 장르다. 금성출판사가 출간한 『누구로 변해 드릴까요?』(김은중 지음, 이갑규 그림)에는 어린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김은중 작가의 섬세한 시선이 담긴 6편의 단편들이 실려 있다. SF판타지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죽음, 환경보호, 왕따문제 등 묵직한 주제를 다루고 있어 아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 『누구로 변해 드릴까요?』로 제27회 MBC창작동화대상 단편 대상을 수상한 김은중 작가에게 동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작가님 안녕하세요. 이번에 출간된 단편동화집 『누구로 변해 드릴까요?』는 어떤 책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누구로 변해 드릴까요?』에는 우주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판타지 동화 여섯 편이 실렸어요. 각 작품은 우주여행, 시간 여행, 평행 우주, 기후 위기, 복합 현실, 감각 인지 등을 소재로 죽음과 애도, 타인에 대한 이해, 자아 찾기, 환경 보호, 다양성 등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작품의 주인공들이 가족을 잃은 슬픔, 자기중심적 사고, 왕따 문제, 가뭄, 환경 파괴, 외로움이라는 고난을 꿋꿋하게 이겨 내고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제1회 김만중문학상으로 등단하신 이후 『누구로 변해 드릴까요?』로 제27회 MBC창작동화대상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작가님 작품을 보면 오랜 내공이 엿보일 만큼 구성과 묘사가 촘촘하고 섬세합니다. 어떻게 동화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나요?

시골 외딴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외로운 저에게 친구가 되어 준 건 바로, 고물 줍는 아빠가 주워 오신 책이었어요. 다락방에서 책을 읽으며 상상 세계로 모험을 떠나곤 했어요. 밤에는 은하수를 보며 먼 우주로 상상 여행을 떠났고요. 그렇게 상상 이야기를 짓다 보면 덜 외로웠어요. 그러다 보니 이야기 짓는 사람을 자연스럽게 꿈꾸게 되었지요.

하지만 꿈을 이루는 건 쉽지 않았어요. 방해하는 게 너무 많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먼 길을 돌아와 늦은 나이에 드디어 동화 작가가 되었어요. 이제 제가 지은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위로와 즐거운 여행이 되길 바라며 새로운 이야기를 짓고 있습니다.

『누구로 변해 드릴까요?』에 실린 단편들은 SF 판타지적인 상상력과 우주라는 배경이 눈에 띄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처음 이 책을 구성하게 된 숨은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SF장르는 과학적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인간을 이야기하는 철학과 신화라고 생각해요. 어린이들에게 좀 더 다양한 세계를 보여 줄 수 있는 장르로 맞춤했지요. 혼자보다 여럿이 좋을 것 같아서 SF 공부 모임을 꾸려서 여러 해 동안 함께 공부했어요. 월마다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맞는 창작과 이론서를 공부한 뒤에 작품을 쓰고 서로 의견을 나누었어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여러 편의 작품을 쓸 수 있었지요.

한편 평소에 옛이야기와 신화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설화적 요소가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 들었고, 우주의 낯선 행성 또한 늘 꿈꾸던 시공간이라 여러 작품의 배경이 된 거 같아요. 우주는 어린이들의 시공간을 확장해 줄 뿐 아니라 상상력을 자극하고,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 공간으로 너무나 매력적이니까요. 학교와 학원, 집이라는 트라이앵글에 갇혀 사는 어린이들을 먼 우주로, 또 다른 시간으로 안내하고 싶었습니다.

『누구로 변해 드릴까요?』에는 놀라운 상상력과 묵직한 주제가 가득합니다. 작가님이 특히 애정이 가는 책 속 장면과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작품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모두 특별해요. 여행을 하며 영감을 얻고, 주인공이 떠오르고, 이야기가 완성되는 과정을 생각하면 아직도 기적 같아요. 각각의 작품은 다른 이야기들이지만 공통적인 주제를 담고 있어요. 그건 바로 ‘존재의 소중함’이에요. ‘현재’, ‘여기’를 살아 내는 ‘나’ 그리고 ‘너’, 모두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 싶었어요.

특히 표제작인 「누구로 변해 드릴까요?」의 주인공 ‘모아’는 제가 평상시에 쓰는 닉네임이랍니다. 어린이 독자뿐 아니라 저에게 보내는 위로이기도 한 거지요. 그만큼 남다른 애정을 쏟은 작품이고, 자기 자신을 안아 주고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을 보면서 힘을 내고 있어요.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쓰며 특히 신경 쓰고 고민하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작가님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어린이 문학은 어린이의 생각, 말, 행동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른의 생각이 작동하는 순간 글은 굳어 버리죠.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짓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어른의 사고방식이 개입하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어요. 나아가 시공간의 벽을 허물고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도 상생하는 드넓은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철학과 신화 등 다양한 공부를 하고 있어요. 어린이들과의 소통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학교 또는 기관에서 어린이들과 직접 만나 왔고 앞으로도 계속 만나려고 합니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으신가요? 다음 작품도 살짝 귀띔해 주세요.

“그림은 시선과 응시가 만나는 지점에서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있어요. 문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즉, 마주침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지요. 제 시선의 가장 앞자리는 어린이, 그 뒤로 신화, 역사, 차별, 난민, 평화, 통일 등에 시선이 닿아 있어요. SF와 판타지는 어린이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를 담는 그릇이지요. 저의 시선에 이야기가 응시해 주는 순간을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어요. 응시를 받아서 쓴 두 편의 장편 동화는 우주 난민과 백두산 설화를 소재로 했으며 초고 작업을 끝내고 수정을 앞두고 있어요. 저에게 응시를 보내 준 이야기를 잘 수정해서 어린이 독자들에게 선보일 계획입니다. 어떤 작품을 쓰든 어린이를 생각하며 진심을 담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책을 읽을 어린이들과, 학부모님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누구로 변해 드릴까요?』 작품에 영감을 준 것은 여러 여행이었어요. 책상에 앉아서 머리로 떠올린 게 아니라 직접 몸을 움직이며 얻은 이야기라서 특별함이 있어요. 여행의 소중함을 알기에 책을 읽을 어린이들이 무엇보다 여행을 많이 하면 좋겠어요. 부모님이 끌고 가는 여행이 아니라 스스로 꾸려서 떠나는 여행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멀리 떠나는 여행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놀이터까지 가는 길이라도 스스로 개척한다면 그것이 바로 특별한 이야기가 되니까요.

하나 더 바라는 게 있다면, 땅에 발을 딛고 별을 보고 자라면 좋겠어요. 저는 어릴 때, 은하수를 보고 자랐지만 지금은 별 보기가 어렵지요. 그래도 자세히 하늘을 올려다보면 별을 볼 수 있답니다. 잘 보이지 않더라도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을 별을 생각해 주길 바라요.




*김은중

경기도 파주에서 태어나 국어국문학과 아동문학교육을 전공하고, ‘어린이책작가교실’에서 동화 쓰기를 배웠다. ‘동화창작모둠’에서 동화를 공부했고 2010년 「도둑 왕이 도둑맞은 것」으로 제1회 김만중문학상을 수상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에서 지원을 받았다. 2011년 단편동화 「마법을 부르는 마술」로 제9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작가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좋은 말로 할 수 있잖아』, 『책 읽어주는 아이 책비』, 『이불이 달싹달싹』, 『거짓말쟁이 악어』, 『할아버지 저는 토마에요』, 『아빠는 장구 나는 꽹과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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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