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집마다 현관문 앞에 배달된 여러 가지 물품들이 놓여있는 모습은 미국의 일상적인 풍경 중 하나인데 그 많은 상자가 아마존 로고를 달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소비자의 온라인 쇼핑 빈도수는 더 증가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아마존은 일반인들의 쇼핑 대명사가 되었다.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사업을 시작해 1995년 아마존닷컴을 론칭한 제프 베이조스는 1996년에 벤처투자가들의 투자를 받으며 급속하게 사업을 확장해간다. 거친 야망과 시장 장악이라는 열렬한 꿈을 품고 1997년 나스닥에 상장한 이후 이베이, 구글, 애플, 월마트 등 경쟁업체를 이기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마존의 지배력을 키워나갔으며, 베이조스는 1999년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며 표지를 장식했다. 이후 아마존은 ‘빠르게 성장한다(Get Big Fast)’는 모토 아래 지속적인 발명, 빠른 의사결정, 더욱 폭넓은 기술적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2021년 현재 미국에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시가총액 3위의 기업이 된다.
제프 베이조스의 냉혹한 리더십과 아마존의 분권화된 기업 문화는 많은 직원의 기력을 소진시키기도 했지만, 결국 그것은 확실한 효과가 있었음이 입증되었을 뿐만 아니라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보여주었다. 오늘날 아마존은 온오프라인 쇼핑, 클라우드 비즈니스, 방송 콘텐츠와 영화 제작, 비디오게임 제작, 로봇 제조, 언론, 자선공헌 사업, 우주 개발 등 그 확장 영역이 무한대로 뻗어나가고 있다. 미국 기업 중 전례 없는 성장을 보여준 아마존과 그 중심에서 강력한 추진력으로 진화를 이끌어낸 제프 베이조스는 하나의 거대한 제국이 완전히 언바운드(자유 상태)가 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준다.
이 책 『아마존 언바운드(Amazon Unbound)』는 2013년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The Everything Store: Jeff Bezos and the Age of Amazon)』를 통해 비밀주의로 유명한 아마존과 제프 베이조스의 실체를 공개한 브래드 스톤의 후속작이다. 이 책 출간 이후 아마존은 훨씬 큰 기업이 되었다. 기하급수적으로 확장을 거듭하면서 인력의 규모는 다섯 배로 늘어나고 시가총액은 1조 달러를 넘어섰다. 홀푸드, 프라임 비디오, 아마존의 클라우드 부문인 아AWS 같은 서비스들은 물론이고, 베이조스가 개인적으로 소유한 《워싱턴포스트》에 이르기까지, 차고에서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의 제국은 현재 지구촌 전체에 걸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아마존은 한국 시장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한국에 진출한 AWS 사업은 꾸준히 성장 중이며, 온라인 유통은 ‘11번가’와 손을 잡고 해외 직구와 구독 서비스부터 본격화했다. 이제 국내에서도 “아마존화되다(To be Amazoned)”라는 이야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거의 모든 기업과 경영 리더의 촉각이 아마존과 제프 베이조스를 향해야 할 시점이다. 이 책은 거대한 ‘플랫폼 제국’을 만든 제프 베이조스의 강력한 경영 리더십과 변화에 대응하는 가치관을 이해하는 데 최상의 선택이 될 것이다.
다음은 『아마존 언바운드』 저자 브래드 스톤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다. 한국의 독자들이 이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요청한 서면 인터뷰에 저자는 흔쾌히 그리고 성실히 임해주었다.
저자님은 2013년 『모든 것을 파는 가게: 제프 베이조스와 아마존의 시대(The Everything Store: Jeff Bezos and the Age of Amazon)』를 출간했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밝히기도 했지만, 왜 다시 아마존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나요?
제가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한국어판)를 출간했을 때, 아마존의 임직원은 약 10만 명이었고, 그들은 주로 온라인 서점 아니면 전자책 킨들의 제조사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7년 뒤 임직원은 100만 명이 넘었고, 시가총액은 1조 달러를 돌파했으며, 성공적인 클라우드 컴퓨팅 비즈니스와 음성 인식 스피커인 알렉사를 가진 글로벌 대기업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베이조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언쟁을 벌이고, 블루오리진의 로켓으로 우주여행을 준비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논란이 많은 억만장자 중 한 명이 되었습니다.
아마존에 대한 두 번째 이야기인 이 책은 여러 가지 면에서 첫 번째 책보다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변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기업이 어떻게 더욱 커질 수 있었는지,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 한 명이지만 아직은 괴짜 기술자였던 그가 어떻게 해서 타블로이드 매체를 통해 사생활이 대대적으로 보도될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들을 속편으로 쓰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초창기의 아마존과 지금의 아마존을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완전히 다른 회사입니다. 직원도 100만 명이 넘고, 수많은 프로세스와 관료주의, 그리고 관리해야 할 영역이 엄청나게 많은 ‘거대한 회사’입니다. 초기에만 하더라도 베이조스는 중요한 제품들과 출시 일정을 세세하게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조직의 규모가 너무나도 커졌기 때문에, 베이조스는 물론이고 그의 후임 CEO인 앤디 재시도 그 모든 걸 직접 관리할 수 없습니다. 그 두 사람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프로젝트라면 세부 사항들까지 자세히 파악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회사는 자율권을 가진 부서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모든 부서는 임원들의 회의체인 S팀의 지도를 받으며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특성 때문에 회사로서는 가장 의욕이 넘치며 똑똑한 엔지니어들이나 기업인들을 끌어들이기 더욱 어렵게 되었습니다.
아마존이 도약하게 된 몇 가지 터닝포인트가 있을 텐데, 그것이 무엇이라고 보나요?
저는 『아마존 언바운드』에서 그렇게 중요한 몇몇 전환점을 강조했습니다. 하나는 2015년 4월에 회사가 수익보고서를 발표했을 때입니다. 당시에 그들은 클라우드 부문인 AWS(아마존 웹 서비스)의 재무 성과를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AWS가 그렇게도 수익성이 좋다는 사실을 알고 전 세계가 깜짝 놀랐고, 아마존의 주가에 대한 전망도 급격하게 개선되었습니다.
또 하나의 전환점이라면, 2015년 가을에 알렉사로 구동되는 첫 번째 아마존 에코를 출시한 것입니다. 알렉사 때문에 아마존의 이미지는 단순한 소매업체에서 기술 기업으로 바뀌었습니다.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처럼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꾸는 기술을 만드는 회사가 된 겁니다.
책을 읽으며 아마존에 대하여 왜곡 없이 사실 그대로 그리려는 노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꼭 지키려고 생각하신 원칙이나 기준이 있나요?
저는 지나치게 긍정적인 찬가나 맹목적으로 부정적인 비평을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모든 진실에는 언제나 뉘앙스가 있습니다. 비록 저는 그들이 직원들과의 관계나 마켓플레이스의 공급업체에 대한 처우에서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아마존은 소비자들의 삶에 엄청나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직원들과 파트너들이 들려주는 긍정적인 이야기와 부정적인 이야기에 모두 귀를 기울이며 취재를 했습니다. 그리고 아마존이 성장할 수 있었던 근원에 자리하고 있는 이야기에 집중했습니다. 그것은 비즈니스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살펴봐야 할 만큼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인터뷰나 자료 조사를 굉장히 많이 하셨을 텐데, 총 몇 명을 몇 시간 동안 인터뷰했는지 계산해보셨나요? 그리고 인터뷰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제가 수백 명을 인터뷰한 건 확실합니다! 대략 300명 정도까지 세다가 그만두었습니다. 그래도 가장 만족스러웠던 건 개인적으로 품고 있던 자그마한 미스터리들을 해결한 일이었습니다. 알렉사 목소리의 주인공이라든가(콜로라도주 볼더에서 활동하는 성우 니나 롤), ‘소 한 마리 버거’처럼 아마존이 추진한 특이한 프로젝트의 배경에 대한 것 말입니다. 참고로 ‘소 한 마리 버거’는 베이조스가 《워싱턴포스트》에서 햄버거 패티에 관해 취재한 글을 읽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대기업이든 그곳에서 일했던 임직원에게서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기업은 직원이 언론에 이야기하는 걸 막으려고 기밀유지협약(NDA)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직원들은 말 그대로 사회를 바꾸고 있는 기업에 대해 중요한 이야기들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마존 직원들에게 회사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말하고 그들이 알고 있는 사실을 공유해달라고 설득하는 일이 늘 어려웠습니다. 저는 세계 최대의 기업 중 한 곳인 아마존에 대한 온전한 역사를 쓸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두꺼운 책인데도 굉장히 속도감 있게 읽히고, 또 마치 소설처럼 적절한 긴장이 있습니다. 글의 스타일과 관련하여 의도한 부분이 있나요?
물론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들이 멈추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비록 각각의 장들은 알렉사나 아마존의 광고, 블루오리진, 베이조스의 《워싱턴포스트》 소유 같은 개별적인 주제에 할당되었지만, 기본적으로 이 책은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아마존과 제프 베이조스가 변화하는 여정으로 독자들을 데려가는 일련의 흐름을 가진 이야기입니다.
작가님이 보시기에 제프 베이조스는 어떤 사람입니까?
베이조스는 선견지명이 있고, 놀라울 정도로 똑똑하면서도 효율적인 경영인이며, 책도 열심히 읽고, 비즈니스와 기업가 정신에 대한 관심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아마존의 초기에는 그가 공감 능력을 충분히 발휘해서 회사를 경영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존이 현재 직원들과의 관계가 경직되어 있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그 자신도 지금까지 상당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동료들이나 미디어에서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독자들에게 인사말 부탁드립니다.
미국이나 유럽과는 달리, 한국에서는 아마존의 영향력이 막강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인에게는 흥미로운 모델이며, 쿠팡 같은 한국의 기업에도 영감을 주었습니다. 인터넷의 성장에 대한 이야기나 21세기의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누구든 아마존을 연구해야 합니다. 그들이 거둔 성공과 그들이 저지른 실수 모두에 대해서 말입니다.
*브래드 스톤(Brad Stone) 브래드 스톤은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한 뒤 《뉴욕타임스》, 《뉴스위크》,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등에서 20년 넘게 실리콘밸리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주요 테크 기업을 심층 취재한 커버스토리를 집필했다. 현재 《블룸버그뉴스》의 글로벌 테크놀로지 부문 수석 주필이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된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The Everything Store: Jeff Bezos and the Age of Amazon)』, 『업스타트: 실리콘밸리의 킬러컴퍼니는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나(The Upstarts How Uber, Airbnb, and the Killer Companies of the New Silicon Valley Are Changing the World)』를 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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