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MBC 대학가요제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는 전람회다. 셔츠 깃을 빳빳하게 세우고 니트까지 정갈하게 맞춰 입은 김동률과 서동욱은 등장부터 지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무대에 들고나온 음악 역시 옷맵시에 걸맞게 고풍스러웠다. 두 동갑내기는 피아노와 베이스만으로 풀어간 재즈풍의 발라드 '꿈속에서'로 그해 특별상은 물론 대상까지 거머쥐며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다. 둘의 비범한 재능을 초기에 발견한 신해철과 작곡가 김형석의 재정적 지원과 프로듀싱으로 이듬해 탄생한 1집
피아노를 중심으로 정통 발라드와 재즈, 웅장한 오케스트라 편곡을 조합해 클래식 특유의 입체감을 연출한 데뷔 앨범은 김동률 음악의 초석으로 남았다. '클래식을 아는 대중가수'라는 다소 허세적인 타이틀도 분명 소구점으로 작용했지만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이 '습작'같은 데뷔작은 곧 다가올 행보에 대한 예고편이었다. 군 복무를 마친 그들은 전열을 가다듬고 다음 음반 제작에 전면적으로 관여하며 세련된 가요를 재현하는데 몰두했다. 자신들의 힘으로 모든 노래들을 작사, 작곡한
깊어진 소리를 도모했던 시도는 다시 후방지원에 나선 신해철 외에도 넥스트의 기타리스트 김세황을 비롯한 호화 세션들의 가세로 이어졌고 더욱 발전한 고급진 사운드로 구현됐다. 현재까지 이어온 최고의 퀄리티를 향한 전람회의 일념이 투영된 것이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이병우의 연주가 평온하게 흐르는 인트로 트랙 '고해소에서'부터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장엄한 스트링 선율과 두 멤버가 읊조리는 허밍을 소재로 서서히 쓸쓸함을 고조시키는 이 곡에서 직접 현악을 지휘한 김동률의 감각이 빛을 발한다. 피아노로 주조한 멜로디와 호소력 짙은 중저음의 보컬을 결합하는 고유의 발라드 문법도 잊지 않았다. 전작의 '기억의 습작'에서 드러난 유려한 송라이팅 솜씨는 진일보한 가창력을 두른 '이방인'과 '새'라는 또 다른 발라드 수작을 빚어냈다.
전람회를 대표하는 '취중진담'을 포함한 음반은 줄곧 재즈적인 터치로 정체성을 피력했던 이들의 열망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베이스가 주도하는 빅밴드 스윙 스타일의 'J's bar에서'와 절절한 하이해트 사운드가 두드러진 스탠다드 재즈풍의 'Blue Christmas'까지 재즈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과시했다. 솔로 앨범, 이적과 협업한 카니발, 이상순과 호흡을 맞춘 베란다 프로젝트 등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쌓았던 다양한 행보 가운데에서도 놓지 않았던 재즈는 김동률 음악의 핵심 요소다.
일률적인 형식을 수용하면서도 반전을 꾀했다. 전람회 음악에서 압도적인 지분을 차지하는 김동률에 비해 그룹 내에서 미미한 존재감을 비추던 서동욱이 베이스를 잠시 내려놓고 어쿠스틱 기타를 집어 든 것. 때 묻지 않은 미성의 톤으로 특유의 서정성을 밀도 있게 담아낸 '마중 가던 길'로 단순 조연 역할로 이미지가 굳어진 그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섬세한 세공을 거친 두 번째 결정체는 전람회의 정수를 그대로 품고 있다. 수려한 선율을 최우선으로 두고 정통적인 공식을 고수했던 그들은 당시 주류 음악이었던 댄스곡과 거리가 먼 발라드 장르로 음악시장에서 입지를 다져나갔다. '유서'가 히사이시 조의 '하늘에서 내려온 소녀'와 표절 시비에 휘말리며 흠결을 남겼지만 훗날 솔로로 출격한 김동률 음악의 핵심적인 단초가 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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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