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관한 관심이 점차 늘어나면서 여행을 가면 그 나라에 있는 미술관에 꼭 들리며, 학교에서는 현장학습으로, 가정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러 미술관에 자주 간다. 하지만 다양한 곳으로 여행가서 직접 경험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집안에서도 책으로 만날 수 있는 미술 교양서가 필요하다.『어린이를 위한 세계 미술 이야기』는 미술사조별로 목차를 나누어 화가의 생애, 일화, 작품 등을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한다. 에피소드 안에는 서양미술사를 녹여서 역사까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하고, 도슨트 해설 선생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로 부담 없이 이해할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세계 미술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를 알려 주세요.
화가 아빠인 제가 아들의 반 친구들에게 미술관에서 그림을 설명해 주듯이 집필했습니다. 아이들의 엄마도 옆에서 함께 들으며 아이가 모르는 단어를 설명해 줄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풀어서 표현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수준이라면 누구나 혼자서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습니다. 미술 전문 용어와 역사 사건 설명 역시 어린이 독자가 굳이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읽고 그림을 보는데 크게 지장이 없을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작품 한 점에 대한 각각의 이야기를 담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대략적인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알게 될 겁니다. 나아가 거장들은 왜 그림을 그렸는지, 미술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미술 전문 용어와 작품을 이해하는데 꼭 알아야 할 상식은 각 챕터 끝에 미술 상식 코너에 조금 더 깊이 있게 넣었습니다. 부모님의 도움이 더해지면 훨씬 풍성한 감상이 될 겁니다.
초등 미술이 학생들의 학습에 왜 중요한가요? 사실 교과 공부에만 신경써도 시간이 모자랄 텐데요, 중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미술은 설명을 듣거나 보기 전까지 관객의 해석에 그 내용이 정해집니다. 예를 들어 모나리자를 처음 보는 어린이 관객은 작품을 보고 한 중년의 외국인 아줌마가 그려진 그림으로 여기고 넘어갈 겁니다. 하지만 여기서 단 30초만이라도 더 작품을 보고 생각하면 그때부터는 그림이 왜 녹슨 것처럼 뿌옇고 칙칙할까? 이 여인은 웃고 있는 걸까? 그림을 어디에서 그렸기에 배경은 나무 한 그루 없는 험한 계곡일까? 등 쏟아진 퍼즐처럼 하나씩 맞춰나가듯 작품을 보게 됩니다. 이때 엄청난 상상력과 추리력이 발동하고 비판적 사고를 증진시켜 세상을 관찰하는 방법에 더욱 신중한 시간을 갖는 훈련이 되며,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이 발달하게 됩니다.
초등학교 3학년 수업부터 이미 평균 주 5~6시간 정도로 국어, 수학, 사회 과목에 많은 시간이 집중됩니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암기 과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도로 늘어나게 됩니다. 이것은 화가인 저도 인정하는 어쩔 수 없는 필요한 교과 구성입니다. 미술은 언어의 틀에 얽매여 있지 않기 때문에 단지 그림을 보고 담긴 이야기를 생각하는 행위만으로도 감수성 발달, 운동 기술, 언어 기술, 사회 기술, 의사 결정, 위험 감수 및 창의력까지 교과 과정의 부족한 부분을 극대화 시켜줍니다. 방과 후에 혼자 또는 가족과 함께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작품을 감상한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입니다. 또 성장하면서 공부하고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데 초등 미술 경험은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서양 미술하면 좀 어려운 느낌이 듭니다. 초등학생들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서양 미술에 좀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데 가장 큰 장벽은 미술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는 오해입니다. 시력만 괜찮으면 미술 작품을 보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즉, 미술은 지적이고 고상하며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다는 오해부터 풀어야 합니다. 물론 미술 작품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작품의 본래 의도와 미술사적 가치까지 찾는 것은 지금 시대의 우리가 미술을 즐기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미술은 예술입니다. 예술은 자유롭습니다. 자유로운 예술을 감상하는 데 제한을 둔다면 더 이상 자유가 아닙니다. 자유롭게 탄생한 미술 작품을 자유롭게 감상했을 때 비로소 걸작이 완성됩니다. _『나의 첫 미술 공부』, 233쪽
이 책을 통해 학부모도 많은 도움을 받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그림을 보고 설명을 해달 라고 할 때, 참 난감한데요.. 혹시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미술 작품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설명하면 좋을까요?
미술관과 주변에서 자녀들에게 작품을 설명하며 진땀 흘리는 부모님들을 많이 봤고, 도움도 많이 요청 받았습니다. 여기제서 제가 찾은 공통점은 부모님이 모르는 내용을 자녀에게 설명하려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녀가 힘들어 하는 건 당연하죠. 아는 만큼만 알려주세요. 그리고 나머지는 자녀와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겁니다. “모나리자가 눈썹 문신을 하러 가기 전에 다빈치가 그렸나봐.” 학술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만, 자녀는 모나리자의 눈썹이 없다는 사실을 평생 기억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자라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눈썹을 하나하나 가늘고 정교하게 그린 것이 이후 복원 과정에서 바니시를 벗겨낼 때 떨어져 나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때 자녀는 이미 삶에서 미술을 충분히 누리며 살고 있을 겁니다.
어린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미술관과 박물관 전시회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요즘 어린이 전시회, 체험 전시회, 미디어 전시회 등 자녀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회가 많습니다. 국립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어린이 전시장이 있고요. 공원과 주변에도 공공미술 작품이 설치되어 있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쉽게 자녀의 관심과 수준에 맞는 전시회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에 이런 서비스가 없는 것이 많이 아쉽지만, 구글아트&컬쳐가 제공하는 ‘Family Fun Art’를 추천 드립니다.(https://artsandculture.google.com/project/family-fun-art) 한글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지만 번역 없이도 재미있게 고화질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온라인 미술관 체험과 게임 및 어린이를 위한 미술 영상도 볼 수 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세계 미술 이야기』을 꼭 읽었으면 하는 학생들이 특별히 있을까요? 미술이 정서적 함양에 도움이 된다고는 알고 있는데,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미술로서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남학생들은 책을 손에 쥐어 줘서라도 꼭 읽었으면 합니다. 코로나로 잦아진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습 능력에 대해서는 제가 교육 전문가가 아니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학부모의 관점으로는 통제가 제한 된 환경에서 공부와 생활을 하다 보니 아이들, 특히 남학생들의 정서에 큰 변화가 생긴 것 같습니다. 카메라 사각지대에서 몰래 스마트폰 게임과 틱톡 영상에 빠져 있고, SNS로 친구들과 자신들만의 언어로 소통하며 SNS에서 사용하는 언어로 그 나이에 상상치 못할 험한 표현을 아무 거리낌 없이 서로 웃으며 나누는 모습을 볼 때 지난 2~3년은 가장 중요한 성장기를 보내는 우리 초등학생들, 특히 남학생들의 정서에 큰 타격을 입혔구나 싶습니다. 초 단위 톡과 30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정신없이 빠르게 흐르는 영상에 적응된 아이들에게 정지된 한 장의 그림을 감상하는 일은 얽히고설킨 마음을 정리해 줄 겁니다.
학생들만큼이나 부모님들도 꼭 읽으셨으면 합니다. 한동안 인문학 열풍으로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때 샀다가 표지만 열어보고 책장에 꽂아 둔 미술 책들이 한 권씩 있을 겁니다. 또 여유가 되면 파리, 런던, 뉴욕으로 여행을 가봐야지 꿈꾸며 계획했던 미술관도 있을 것이고요. 하지만 지금 우리 학부모는 미술을 누리기에 가장 힘들고 여유도 없는 시기입니다. 학부모 열에 아홉에게 미술은 그저 사치일 뿐입니다. 거기에 코로나19까지 덮쳐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어쩌면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겁니다.
이런 때에 자녀와 함께 『어린이를 위한 세계 미술 이야기』를 읽어보는 겁니다. 책장에 꽂혀 있는 어느 미술책보다, 지금까지 제가 쓴 미술 책들과 지난 수년간 연재해온 블로그 포스팅보다 쉽고 재미있습니다. 자녀와 함께, 그리고 자녀에게 설명해 주기 위해 먼저 본다는 ‘핑계’로 부담 없이 읽어보세요. 미술 치료는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치료법으로 실제 현장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 느낌, 생각을 미술로 표현해서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미술 활동으로 환자에게 안정감과 감정 정화 그리고 마음을 정리하여 내면을 돌아보게 하여 자아를 성장시키는 효과가 좋은 심리 치료입니다. 부모님이 『어린이를 위한 세계 미술 이야기』를 통해 미술에 좀 더 가까워져 힘든 마음을 조금이나마 치유를 받고 아이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삶에서 미술을 누릴 여유를 위해 10~20년을 더 기다릴 필요가 없을 겁니다.
향후 계획이 있으시다면 밝혀 주세요.
다시 본업으로 돌아와 열심히 그림 그리고 전시회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것처럼 수많은 습작을 그리고 공부하며 다음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요. 서울시민대학과 지자체 평생교육기관에서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미술사 강의도 열심히 하고 있고, 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미친블로그’와 SNS 활동도 계속 하며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세계 미술 이야기』를 집필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쉽고 재미있는’에 대한 기준과 개념이 바뀐 것 같아요. 보다 많은 분들이 미술과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제가 미술을 즐기는 일상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제 작품에도 사랑과 치유를 담을 수 있도록 공부하고 노력하겠습니다.
*최연욱 미국 마샬대학에서 순수미술과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미술사를 부전공해 ‘Iconography of Virgin Mary in East Asian Art - 동양미술의 성모 마리아의 도상학적 분석(2002)’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졸업 후 3년간 그래픽디자이너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전업화가로 전향했다. 현재는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강원도지회 사무국장으로 활동중이며, 전시회와 공모전에 수차례 입상했다. 2007년부터는 전 세계 30여 개국의 미술관과 박물관을 직접 다니며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추천할 만한 국내외 미술관과 박물관 150여 곳을 선정, 블로그에 ‘미술관 가는 길’이라는 제목으로 업데이트중이다. 2014년부터는 서양미술 속 숨겨진 이야기를 블로그에 ‘서양화가 최연욱이 들려주는 미술스토리’라는 제목으로 매일 한 편씩 업데이트하고 있다. 저서로는 『반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32가지』 『비밀의 미술관』『위작의 미술사』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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