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는 매일 빠르게 움직이지만, 늘 똑같은 노선을 달린다. 큰 버스가 다니지 못하는 마을의 골목골목을 뱅뱅 돈다. 그래서 마을버스에는 동네에서 한 번쯤 스쳐봤을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나의 옆집에 사는 사람일 수도 있고, 같은 미용실을 다닐 수도 있고, 자주 가는 음식점의 사장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을 당장 이웃이라 할 수는 없다. 그저 한 마을에 사는 사람들일 뿐이다. 김유 작가는 『마음버스』를 통해 서로 마음이 오갈 때에야 비로소 진짜 이웃이라 할 수 있음을 알려준다.
김유 작가는 동화책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로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받았다. 바닷마을 작업실 ‘메리응유’에서 글을 쓰고 있다.
이미 많은 동화책을 쓰신 스타 작가님이세요. 하지만 그림책으로선 첫 출발이시니 소개 부탁드려요.
뭐든 ‘첫’이라는 말이 붙으면 더 설레는 것 같아요. 첫 동화책을 냈을 때도 그랬거든요. 저는 그림책 『마음버스』의 글을 쓴 김유입니다. 스타 작가라는 소개는 조금 부끄러운데요, 어린이들의 뜨거운 응원과 사랑을 받고 있으니 마음에 반짝이는 별을 안고 살긴 합니다. 파랑파랑한 바다를 좋아해서 복잡한 도시를 떠나 바닷마을 작업실 메리응유에서 놀이하듯 글을 쓰며 지냅니다.
동화책을 주로 작업하셨는데, 이번에 첫 그림책을 쓰셨어요. 동화책을 쓸 때와 그림책을 쓸 때의 차이점이 있을까요?
동화는 그림이 없어도 마치 그림이 그려지듯 글을 써야 해요. 그런데 그림책은 독자가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시공간을 남겨 둬야 하죠. 그림을 보며 더 풍부한 재미와 상상, 감동을 느껴야 하니까요. 그래서 글에 모든 것을 담으면 재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더 함축적으로 쓰려고 했어요. 천개의바람 출판사와 소복이 작가님도 저와 같은 마음으로 함께해 주셔서 『마음버스』가 글, 그림이 잘 어우러진 그림책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마음버스’라는 소재가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이야기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무표정한 사람들을 만나는 건 버스 안에서만은 아닐 거예요. 작업실 메리응유는 작은 골목 작은 집들 사이에 있는데요, 처음에는 골목 어르신들이 경계한다는 게 느껴졌어요. 아무래도 관광객이 많이 오는 바닷가라 낯선 사람에 대한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어르신들한테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이야기도 건넸어요. 그렇게 마음을 표현하고 관심을 갖다 보니 이제는 서로 든든한 이웃이 되었죠. 음식도 나누고 안부도 묻고 쌓인 눈도 함께 치우면서요. 이런 경험과 생각이 버스를 타고 오갈 때도 이어진 것 같아요.
이야기의 시작과 끝에 한글을 공부하는 반달곰 가족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평범한 사건일 수 있는 『마음버스』 이야기를 판타지로 만들었어요. 특별히 한글 공부하는 반달곰 가족을 등장시킨 이유가 있을까요?
마을버스와 마음버스는 한 끗 차이예요. 글자뿐만 아니라 많은 게 그래요. 곰 아저씨와 진짜 반달곰 아빠가 닮은 듯 아닌 듯 보이는 것처럼요. 우리가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놀라운 마법을 만나기도 하죠. 저는 어릴 때 글자놀이를 하면서 혼자 시간을 보냈어요. 집에는 아픈 부모님이 계셨고, 외로울 때 친구가 되어 줄 책도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바깥에서 만나는 글자들을 친구삼아 놀았죠. 매번 보는 간판, 광고판이지만 받침 하나를 바꿔 읽거나 다른 글자를 붙여 읽으면 새로운 낱말이 되는 거예요. 그 낱말에 꼬물꼬물 상상을 덧붙여 이야기를 짓기도 했어요. 그 시간이 지금 저를 작가로 만들어 주었으니, 정말로 마법이 일어났죠!
버스를 자주 타시나요? 만약 버스에서 옆에 앉은 아이가 『마음버스』를 보고 있다면 어떨 거 같으세요? 아이에게 뭐라고 말을 해 주실 건가요?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날마다 마을버스를 탔어요. 지금은 가끔 일을 보러 나갈 때 버스를 타요. 바닷길을 걷는 걸 좋아하는데요, ‘아침해 뜨는 동해’ 버스를 타고 속초 장사항으로 가서 고성 백도 해변까지 걷기도 해요. 어떤 날은 반대로 속초 해변에서 낙산 해변까지 걷고 다시 버스를 타고 돌아오기도 해요. 제가 탄 버스에서 『마음버스』를 보는 어린이 친구를 만나면 아무래도 남다르게 느껴지겠죠. 먼저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넬 거예요. 그 친구는 제가 『마음버스』를 쓴 김유인지 모르겠지만요.
향후 활동이 궁금합니다. 그림책을 또 쓰실지 동화를 쓰실지, 구상하고 계시는 이야기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려요.
도시에서만 살다가 몇 해 전 바닷마을로 이사를 왔어요. 삶의 공간을 이동하는 것처럼 제 작품에서도 계속 새로운 것들을 찾아 나서고 변화를 시도하고 싶어요. 작가로 살면서 좋은 것은 과거의 시간과 미래의 시간을 모두 넘나들 수 있다는 거예요. 그림책이든 동화든 소재도 쓰는 방식도 기존에 시도하지 않은 것들을 써내고 싶어요. 그리고 바닷마을에 머물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쓰게 될 것 같아요.
『마음버스』를 읽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때로는 누군가의 작은 말 한마디가 작은 몸짓 하나가 큰 힘이 될 때가 있어요. 우리가 조금씩만 용기를 낸다면 이 세상을 좀 더 환하게 따뜻하게 바꿀 수 있을 거예요. 서로 한 번씩만 돌아보며 웃어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외롭거나 심심할 때는 저처럼 글자놀이를 해 보세요. ‘마을버스’가 ‘마음버스’가 되고, ‘사람’이 모여 ‘사랑’을 가득 채우고, 수많은 ‘응’이 ‘흥’을 돋울 수 있는 날들을 기다리면서요!
*김유 제17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을 받았습니다. 바닷마을 작업실 메리응유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동화책 『내 이름은 구구 스니커즈』, 『겁보 만보』, 『무적 말숙』, 『라면 먹는 개』, 『읽거나 말거나 마음대로 도서관』, 『안읽어 씨 가족과 책 요리점』, 『대단한 콧구멍』, 『친구가 안 되는 99가지 방법』, 『귀 큰 토끼의 고민 상담소』, 『비싼 부탁 좀 들어줄래?』, 『지저분 씨 가족의 특별한 휴가』, 『가족이 있습니다』, 『내 언니를 찾습니다』를 썼고, 언니 김응 시인과 함께 『걱정 먹는 우체통』, 『걱정 먹는 도서관』, 『아직도 같이 삽니다』를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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