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제대로 들키고 싶은 이야기 (G. 코미디언 김영철)
지금 제 옆에 “모두에게 울 일보다 웃는 일이 자주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에세이 『울다가 웃었다』를 출간하신 김영철 작가님 나오셨습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22.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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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도 지금도 나는 뛰고 있다. 나는 걸음이 빠르다. 말도 빠르고, 문자 보내는 속도도 빠르다. 일 처리도 속전속결이다. 쉰 살이 되어도 뛸 일이 있으면 뛸 것이고, 뛰어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면 기꺼이 달릴 것이다. 부지런함은 나의 무기다. 할까 말까 고민할 때는 해보자! 즉시 움직이면, 포기란 단어 앞에서 포기하는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안녕하세요. <오은의 옹기종기> 오은입니다. 코미디언이자 디제이, 성실한 생활인 김영철의 에세이 『울다가 웃었다』에서 한 대목을 읽어드렸습니다. 26살, 코미디언으로 데뷔한 이후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참 부지런히 살았다”라고 말하는 김영철 작가님인데요. 그 꺼지지 않는 에너지가 실은 울다가도 웃는, 그럼에도 웃는, 마침내 웃는 김영철이라는 사람의 ‘노력하는’ 낙관성 덕분이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됩니다. 오늘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에 『울다가 웃었다』를 출간하신 김영철 작가님을 모시고, 열정과 애정, 꿈꾸는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인터뷰 - 김영철 편>

오은 : 이제 작가님이라는 호칭에 익숙해지셨을 것 같은데, 요즘 어떠신가요? 

김영철 : 책을 쓰면서 좀 더 뻔뻔해지기로 했어요. 그래서 “작가님”이라고 하시면 그냥 넙죽 받죠.(웃음) 작가라는 호칭이 사실 자연스럽지는 않은데요. 적응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오은 : 디제이는 말을 하는 직업이잖아요. 말하는 일과 쓰는 일 사이의 어떤 감각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말하는 일과 쓰는 일, 어떤 게 더 편하셨어요? 

영철 : 이번에 글을 쓰면서 그동안 왜 말을 정돈하면서 하지 못했을까, 생각했어요. 성격은 급하고 말하는 걸 좋아하니까 일단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뱉었던 거죠. TV는 편집으로 말을 줄여줄 수라도 있지, 라디오는 아니거든요. 하염없이 주말에 있었던 일을 다 말할 수 없어요. 아마 <김영철의 파워FM>을 6년 동안 진행했던 게 글쓰기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은데요. 라디오에서는 필요한 말만 해야 해요. 아마 그냥 썼다면 700-800쪽은 됐을 거예요.(웃음) 쓰다가 지우고, 덜어내는 과정을 겪었고요. 사실 저도 정확하게 뭔지 모르겠어요. 글을 잘 쓰려고 그렇게 말을 계속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원래 말을 잘하는 사람이었는데 빼고 뺐더니 담백하게 글이 나왔는지 말이에요. 다만 밤에는 안 썼어요. 낮에 쓰니까 글에 어떤 담백함이 실리더라고요. 

오은 : 이제 작가님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잘 하려고 하지 말고 바르게 하자, 라는 말을 숙제로 안고 사는 코미디언. 어른들의 말을 잘 듣는 유년시절, 그는 달을 보고 소원을 빌곤 하던 어린이였다. 학창시절에는 꿈이 많았다. 지리 선생님, 여행 가이드, 호텔리어도 꿈꾼 적이 있는데 자꾸 주변에서는 웃기라고 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는 점심 시간에 친구들을 어떻게 웃길지 고민하곤 했다. 선생님들 흉내도 잘 냈는데 그러니까 김영철은 학교에서 늘 이름이 불리던 학생이었다. 대학에서는 과 수석을 해 장학금을 받은 적도 있고, 탤런트를 꿈꾸기도 했는데 역시나 사람들은 개그맨을 해보라는 말을 많이 했다. 김영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10초는 1999년 3월이었고, 두 번째 생일과 같은 날은 2003년 9월 1일이다. 

미들네임은 '투 머치'. ‘백바쿠’ 여사의 아들답게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해야 마음이 편하다. 무엇이든 꾸준히, 성실히 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를 좋아한다. 여름에도 따뜻한 커피를 마시는 사람. 매일을 해야 할 일들로 꽉 채우지만 일요일은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조식에 진심이고, 죽기 전에 먹는 한끼로 비빔밥을 택할 정도로 한식을 좋아한다. 그런데 가장 잘하는 요리가 프랑스 요리 포토푀(Pot-au-feu)다. 

김영철은 “내 인생의 8할이 입방정”이라고 말한다. 잠깐 낮잠을 자더라도 잘 때면 늘 꿈을 꾸는 그는 그래선지 변함없이 꿈도 많다. 인터내셔널 코미디언이 되는 것, 중후한 아저씨가 되는 것, 70살이 되어도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 되는 것은 그가 간직한 오랜 꿈이다. 언제나 밝고 유쾌하고 기운 넘치는 사람이고 싶다.” 

김영철 : 중간에 잠깐 뭉클해서 눈물이 살짝 났어요. 정말 울다가 웃으며 들었습니다. 이렇게 정리해서 듣는데 다른 사람인 것 같은 거예요. 참 기분이 좋네요. 

오은 : 책에 보면 김영철 작가님께서 군대에서 어떤 작가님들을 따라 읽었다는 부분이 나오잖아요. 문학 잡지도 읽었다고 하고요. 그 부분을 사진 찍어서 그 작가님 중 한 분에게 보여드렸어요. 그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어쩐지 김영철의 개그는 무해하더라, 누군가를 혐오하거나 험담하면서, 대상화시키면서 웃기지 않는 이유가 책을 많이 읽어서였구나”라고요. 어쩌면 문학을 가까이했기 때문에 ‘잘하려고 하지 말고 바르게 하자’는 신조가 생긴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김영철 : 22살부터 군대에 있었던 2-3년 시간이 문학 청년이 되어 갔던 시점이었어요. 국어국문학과로 편입을 해볼까 생각할 정도로 한참 문학에 빠졌었죠. 사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바르게 하라고 했던 건 저희 교회 목사님이신데요. 그 말을 딱 듣는데 무릎을 탁 쳤던 기억이 나요. 그걸 왜 몰랐지, 싶더라고요. 저는 잘하려고만 했던 것 같아요. 바르기만 했어도 됐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얼추 제가 바르게 하고 있었더라고요. 바르게 ‘과하게’ 하고 있었더라고요(웃음). 오버하지 말자, 잘하려고 하지 말자, 자주 생각하는데요. 여전히 힘들죠. 하지만 그 말은 그때부터 명심했던 것 같아요.  

오은 : 본격적으로 책 얘기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작가님께서 직접 『울다가 웃었다』가 어떤 책인지 소개해 주시는 시간이에요. 이 책, 어떤 책이죠?

김영철 : 쓰고 나니 딱 49개 챕터가 되었는데요. 제가 올해 49이에요. 49년을 살면서 제가 경험했던 일, 엄밀하게 말하면 예능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정말 제대로 독자들에게 들키고 싶은 이야기를 썼고요. 그렇게 쓰다 보니까 유년 시절의 이야기, 가족 이야기, 나의 아픔과 개그맨으로서 재미있었던 에피소드, 그리고 현재 꿈꾸고 있는 이야기 등의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오은 : 책이 나오고 나서 이 책 쓰기를 참 잘했다, 생각한 순간이 있었을까요?

김영철 : 일단 쓰기 전부터 결정을 잘했다고 생각했고요. 방금 들키고 싶었다는 얘기를 했잖아요. 라디오에서 잠깐 나의 진지한 모습을 보여드리기는 하지만요. TV 예능에서는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기가 힘들어요. 진지한 얘기를 하기에 책이 제일 낫겠더라고요. 출판사에서 먼저 제안이 들어왔는데 그래서 때는 이때다, 생각했어요.(웃음) 책을 쓴 과정을 얘기하자면, 편집자 님께서 주제를 한두 개씩 주시면 매주 칼럼 쓰는 느낌으로 쓴 거거든요. 주제를 툭툭 던지면서 서브를 넣어주니까 자꾸 제가 리시브를 하더라고요. 아마 그냥 써보라고 했으면 아직도 책이 안 나왔거나 뒤죽박죽 됐을 거예요. 그런 성실한 제 모습이 이번에도 고스란히 나왔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이 책은 ‘들키고 싶은 책’이었어요. 

오은 : ‘겸손은 없어요?’라는 챕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더라고요. 칭찬을 받은 기억으로 다음 날을 생각할 수 있는 건 굉장히 큰 능력 같아요. 악플이나 비판들이 계속해서 맴돌게 마련인데요. 그런 비난들을 어떻게 떨쳐 내고 칭찬 위주로 기억하시는 건지, 비법은 뭔지 궁금해요. 

김영철 : 두 명은 나를 싫어하고, 일곱 명은 나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고, 한 명이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40대 초중반까지도 나를 싫어하는 것 같은 그 사람한테 더 예쁨 받으려고 상처받아가면서 놀고 그랬죠. 어색하게 친해졌다가 화해하고요. 이제는 그럴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감히 하게 됐어요. 또 제가 잘 까먹더라고요. 4년 전에 안 보겠다고 다짐을 했던 사람을 몇 년 지나니까 까먹고 또 보더라고요.(웃음) 사실 생각보다 남들은 우리한테 관심 없죠. 너무 우리가 남들 쪽으로 시선이 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제 비난 하라고, 사람들이 비난해도 까먹으면 되는 거니까, 라고 생각해요. 책에 얘기했지만 이미 19살 때 형이 하늘나라로 가셨고, 18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어요. 10대에 너무 힘들게 보내서 그런지 30-40대에 누가 비난의 소리를 해도 훈련이 많이 된 것 같아요.

오은 : <오은의 옹기종기> 공식 질문 드리도록 할게요. 청취자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단 한 권의 책은 무엇인가요? 

김영철 :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를 추천하고 싶어요. 이렇게 평범한 책을 읽고 울었던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많이 울었던 책이에요. 주인공 스토너의 내 모습이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해서 많이 울었던 것 같고요. 이 책이 가진 매력을 생각했더니 반전 없는 게 반전인 것 같았어요. 아까 잘하려고 하지 말고 바르게 하라는 말을 또한 이 책을 통해서 배웠던 지혜인 것 같고요. 『울다가 웃었다』를 쓸 때도 『스토너』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나와 닮은 이야기일 거예요. 그래서 아끼는 사람한테 추천하는 책입니다. 



*김영철

1974년생. 매일 청취자들의 아침을 활기차게 깨우는 라디오 DJ이자 데뷔 23주년을 맞이한 코미디언. 삶을 긍정하는 서사를, 타인과 대화 나누기를, 다정하고 사려 깊은 격려를 좋아한다. 마음을 정결하게 하는 명상을, 동네 책방에 들러 책 읽기를, 틈날 때 종이신문 보기를 즐긴다. 인터내셔널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19년 동안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코미디언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가수, 작가, 종합 예술인으로도 불리길 바란다. 부지런함이 재능이 될 수 있다고, 꾸준함이 실력이 될 수 있다고, 쉰 살이 되면 더 행복할 거라고 믿는다. 주눅 들지 않고 묵묵히 나의 길을 걸어가며, 유쾌하고 진실하게 나이 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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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웃었다
울다가 웃었다
김영철 저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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