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자우림의 노래 제목이다. 가사를 유심히 들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꽃이 지는 계절에, 바람에 실려온 기억을 더듬으며,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떠올리는 이야기라는 것을. 그러니까 모든 것이 지나가고 빛이 바랜 지금, 아름다웠던 시절을 돌아보는 이야기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직접 타이틀로 가져오고, 배경 음악으로 삽입하기까지 한 드라마가 있다. 김태리와 남주혁 등 젊고 아름다운 배우들이 찬란한 모습을 빛낸, 드라마 <2521>이다. 중심 인물 나희도와 백이진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과 끝나는 순간에 딱 한 번씩, 김윤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쯤 되면, 이 드라마의 결말은 어렴풋이 정해져 있었다고 봐야한다. 드라마의 작가 혹은 연출자가 처음으로 자우림의 노래를 삽입하기로 한 순간, 희도와 이진이의 미래는 동화 같은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알려준 것과 같다.
그렇게 두어 달이 흐른 지난 주말, <2521>은 끝났다. 예상했던 결과로, 하지만 실망스러운 방식으로. 그리고 지금 나와 같은 K드라마 과몰입러들은 단단히 화가 났다. 누군가는 이 드라마가 언해피엔딩인 것은 뻔하지 않았냐고, 청춘은 원래 지나가는 거라고 훈계를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나희도와 백이진이 헤어져서 화가 났는가? 그렇지 않다. 아무도 자우림의 노래를 듣고 “김윤아 선생님, 왜 옛사랑이 이뤄지지 않는 가사를 쓰셨지요?” 하고 화를 내지 않는다.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데이미언 셔젤 감독님, 왜 관객을 우롱하셨죠?” 하고 화를 내는 사람도 매우 드물 것이다.
<2521>을 사랑했던 시청자들은 무엇에 화가 났는가? 드라마가 애써 쌓아 올린 캐릭터들과 그들 사이의 관계성이 붕괴된 것에 화가 난 것이다. 16회라는 긴 시간 속에서 인물들이 만나고 사랑하다가 헤어지고, 각자의 삶을 살다가 지난 시절을 아련하게 떠올리는 전체적인 과정의 설득력과 밸런스를 기대해 보았는데 그것의 어설픔과 용두사미에 화가 난 것이다. 2521 관련 유튜브 영상에 댓글을 남긴 어느 네티즌이 이를 명쾌하게 정리하여 지적하기도 했다.(링크: https://theqoo.net/dyb/2406291207)
물론, <2521>에는 빛나는 순간들도 많았다. 함께 울고 웃으며 초봄을 보내게 해 준 이 드라마에 고마운 마음도 크다. 늘 그렇듯 과몰입이 문제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이렇게 케이드라마 과몰입러는 슬픈 분노를 억눌러본다. 새롭게 몰입할 다음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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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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