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만큼 ‘만남’과 ‘소통’에 목마른 시대가 또 있을까? 우리는 눈빛을 보고 목소리를 듣고, 표정을 느끼고 생각을 나누는 것이 결핍된 시대에서 살아가고 있다. 생각과 마음이 성장해야 하는 시기를 살아가는 청소년은 이 결핍에 성인보다 더욱 영향을 많이 받고, 그 영향이 켜켜이 쌓인 결과는 미래의 가치관과 성향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시기일수록 청소년은 많은 상황과 현상에 생각을 투영하고 배우며 내면까지 돌아볼 기회를 가져야 한다. 『고정욱의 마인드 리셋 필사 수업』은 이런 시대를 살아가며 결핍을 겪지 말아야 할 청소년에게 꼭 필요한 진짜 공부다.
『고정욱의 마인드 리셋 필사 수업』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도서는 『고정욱의 글쓰기 수업』, 『고정욱의 인문학 필사 수업』, 『고정욱의 말하기 수업』에 이어 출간한 '표현과 전달하기 시리즈' 네 번째 수업 책인데요. 이번 책은 특히 어떤 청소년 독자에게 필요한 내용을 다뤘나요?
평소 학교에서 강연을 많이 합니다. 강연에서 어렵고 거창한 이야기를 해주면 학생들이 잘 듣는 거 같은데 끝나고 나면 기억을 못합니다. 왜 그럴까 생각했더니 학생들의 문해력이 낮아졌고 독서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강연 내용을 소화하기 어려운 거였지요. 그때부터는 강의 수준을 청중의 눈높이에 맞췄습니다.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고, 들으면 감동받고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언어들이 있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면 ‘시간은 금이다.’ 같은 말에 학생들은 굉장히 쉽게 이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겁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이름만 대면 알 수 있을 만한 성공한 인물들이 이 사회에 던져준 필살기와 같은 언어들을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쉽게 이해하고 가슴에 새길 수 있는 이 명언들이 오래도록 그들의 삶에서 등대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청소년이 문장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필사까지 하면 집중력과 자기주도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필사가 필요한 이유’를 말씀해주신다면요?
정말 중요합니다. 제가 강연을 나가면 꼭 필수품으로 노트와 필기구를 준비하도록 합니다. 그 이유는 강의를 그냥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필사를 하면서 내용을 적다 보면 그 강의가 자기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함께 강의를 만들어 나가는 느낌이지요. 그렇다 보니 집중력도 좋아지고 수업을 자신이 주체적으로 이끄는 기분이 드는 겁니다. 위인들의 명언을 메모하고 옮겨 쓰면서 가슴에 새기고, 외우며 벽 앞에 붙여 놓고 자주 보는 것. 그것은 자기계발이나 자기 성장의 기본입니다. 그렇기에 필사가 중요한 것입니다. 물론 손을 움직이면 뇌가 자극되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고요.(웃음)
요즘 청소년이 문해력, 사고력, 어휘 결핍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낀다고 합니다. 이 부분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필사가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요즘 학습형태를 보면 필기는 좀 밀려나고 교과서에 체크하거나 동영상을 보는 등의 학습 형태가 많은데요. 저는 좀 아쉬워요. 학생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학습 행위가 필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열심히 보고 읽고, 또 그대로 써보면 내용을 이해 못해서 오는 문해력이나 사고력의 결핍은 저절로 좋아질 것입니다.
도서에서 소개한 필사의 단계를 크게 문제 제기, 생각 충만, 실천 배양, 핵심 비결, 성공의 완성까지 총 5개 단계로 나눈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이 부분은 제가 직접 한 것인데요, 장애를 가진 제가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서 작가가 되고 사회활동을 하며 공부를 했는지 가만히 따져 보고 내린 결론이에요. 이 과정을 거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내 마음 속에 의지와 욕망이 충만하게 됩니다. 그 다음에 결심한 바를 실천해서 나의 능력을 기르게 되고, 성공을 완성하기 위해 나아가는 겁니다. 한 마디로 제가 살아오면서 이루었던 모든 성과가 이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 것입니다. 퀴블러가 죽음 수용의 5단계를 말했다면 저는 성공의 5단계로 새롭게 독자와 어린이, 청소년을 만나고 싶어요.
손글씨를 쓸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온라인 시대입니다. 스마트폰, 태블릿 등에서도 얼마든지 글씨를 쓸 수도 있고요. 손글씨를 쓸 기회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시기에 예쁜 손글씨를 위한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캘리그라퍼인 ‘폴라’라는 제자가 있어요. 그녀를 보며 많은 걸 느끼는데, 예쁜 글씨를 통해 정서가 안정되고 또 오래 가까이 두고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참 멋있더라고요. 이왕 노력을 한다면 예쁘게 쓰는 훈련이 필요하지요. 예쁘다는 것은 미의식을 기르는 것입니다. 미를 알아야 삶을 아름답게 가꾸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게 됩니다. 예쁜 손글씨를 쓰고 다이어리 곱게 꾸미고 좋은 구절을 수집해 내 것으로 만드는 행위 자체가 최고의 자기계발이며 자기 암시입니다. 게임기나 스마트폰 대신 펜을 들고 손글씨로 좋은 내용을 아름답게 쓴다면 집중력과 함께 미의식도 기를 수 있을 겁니다.
도서에서 인용한 명언은 모두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실제로도 그렇게 살아온 명사들의 결정적 한마디입니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이루기 위한 노력과 실천이 특히 청소년 시기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기 주도는 정말 소중한 가치입니다. 청소년기는 부모의 관리와 감독을 받고 성장하는 때입니다. 하지만 지나치면 부모의 가르침에 의지하게 되는 위험성도 있습니다. 부모는 어느 시기가 되면 손을 놓습니다. 그때부터는 스스로 해야 하지요. 사실 자기주도적인 삶을 청소년기에 연습해야 합니다. 서툴고 실수가 많더라도 그런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무모할 정도로 도전해보고 안 되는 걸 되게 하려고 노력해 보아야 합니다. 말이나 이론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실천해보고 좌절해보면 제대로 알게 됩니다. 그러나 요즘 교육현실에서는 체험과 노력과 도전과 좌절을 다 대학입시 이후로 유보시켜 놓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 가서도 학원을 다녀야 되고, 사회에 나와서는 취직하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언제 그들이 과연 자기 주도의 삶을 살지 큰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툴고 불안해도 인생은 자신이 주도해 혼자 가야 하는 것입니다.
‘비대면’이라는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청소년은 요즘 ‘대면 소통’보다 온라인 활동과 ‘비대면 소통’에 더 편안함을 느낄 것 같아요.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가 좀 더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해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요즘 저의 인기작 『까칠한 재석이』 9탄을 쓰고 있습니다. 이번 주제는 학습과 공부인데요. 작품을 쓰기 위해 조사를 많이 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학습에서 학원보다 더 중요한 게 ‘자기 내면화’라고 합니다. 스스로 공부하고 혼자 그것을 내면화하는 시간이 필요한 겁니다. 이는 마치 인간이 24시간 깨어 있지 못하고 꼭 일정한 수면 시간을 갖는 것과 같습니다. 외부에서 주어진 정보와 지식과 자극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 시절의 청소년들도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혼자 좋아하는 일을 하고 명언을 적어보며 여유롭게 보내는 시간을 하루에 한두 시간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내적으로도 충실한 성장을 하게 될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 시간을 관리한 학생이 입시에서도 좋은 성과를 낸다는 사실을 이 작품 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비대면의 시대에도 자기와의 대면을 더 많이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얼마든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고정욱 어린이 청소년 도서 부문의 최강 필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성균관대학교 국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문학박사이다. 소아마비로 인해 중증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각종 사회활동으로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고, 장애인을 소재로 한 동화를 많이 발표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주 특별한 우리 형』, 『안내견, 탄실이』,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또한 전공을 살려 『양반전』, 『홍길동전』, 『사씨남정기』 등의 고전문학 작품을 현대화하기도 해서 총 320여 권의 저서를 발간했다. 특히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MBC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선정도서이며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고정욱 삼국지』는 필생의 역작으로, 어린이 청소년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고전 작품들을 새롭게 엮고 싶다는 수십 년의 열망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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