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민 : 지난주부터 얘기하고 있는 주제가 퍼스널브랜딩인데요. 요즘 진짜 다들 관심이 많은 주제인 것 같아요.
김상훈 : 관심을 넘어서 모두가 퍼스널브랜딩을 해야만 하는 것처럼 느끼기도 하는 시대가 아닌가 싶어요.
이혜민 : 거의 뭐 스펙 쌓듯이 그게 꼭 필요한 것처럼 느끼는 분위기이기도 하죠. 상훈님 주변에서도 느껴지시나요?
김상훈 : 저만 해도 SNS를 보면서 ‘나 빼고는 다 퍼스널 브랜딩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1부에서 소개한 키미 님조차도 그렇대요.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나’라고 느끼신다는 거예요.
이혜민 : 저도 그래요. 저보다 더 영향력 있고 더 잘하고 계시고 꾸준히 뭔가 하고 계신 분들 보면 진짜 박탈감이 느껴지고 나도 뭘 더 해야 되나 하는 압박감도 있고 그래요.
김상훈 : 이게 과연 우리 모두에게 이로운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특히 제 주위의 평범한 직장인 친구들은 이런 상황에 많이 피로함을 느낀다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혜민 : 저는 그래서 퍼스널브랜딩 자체가 잘못되었다기보다는 이 단어가 너무 많이 소비가 되면서 잘못된 방식으로도 다뤄지고 이야기되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김상훈 : 말이 오염된 걸 수도 있겠네요.
이혜민 :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까 안 하면 뒤처지는 것 같고 겉으로 보여지는 대단하게 보이는 것들에 쉽게 자극을 받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김상훈 : 이걸 둘러싼 환경과 압박감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네요.
이혜민 : 맞아요. 1부에서도 제가 이야기했지만 퍼스널브랜딩이 사람들에게 나를 팔고, 알리고, 팔로워 늘리고, 전시하고 이런 게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것보다는 자기 정체성을 찾고 스스로 단단해지는 과정이 중요하다. 저는 이 메시지가 가장 중요한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김상훈 : 많은 분들이 새기고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내 정체성을 단단하게 하는 과정으로 생각해보자.
이혜민 : 그래서 퍼스널브랜딩을 할 때도 자기한테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자기가 좋아하는 활동부터 시작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김상훈 : 제가 또 걸맞는 책을 하나 찾아왔는데요. 퍼스널브랜딩에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자기 콘텐츠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걸 만들기 위한 활동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기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그래서 퍼스널브랜딩을 잘하는 사람들은 이 기록의 귀재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기록의 천재이자 퍼스널브랜딩 천재라고 할 수 있는 작가님의 책을 가져와 봤어요. 『별게 다 영감』이라는 책이고 이승희 님의 저서입니다. 이승희 님은 이미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실 것 같은데 퍼스널브랜딩의 모범 사례라고도 할 수 있는 분이고 ‘숭’이라는 닉네임으로 알려진 브랜드마케터이고요. 배달의민족이나 네이버 등 핫한 브랜드들의 마케터로 일을 해왔고, 또한 영감 노트라는 자기 브랜드의 마케터이기도 합니다. 인스타그램, 블로그, 유튜브를 통해서 자신의 일상과 영감을 기록하면서 그 자체를 콘텐츠로 만들어 오셨어요.
작년 말에 출간된 『별게 다 영감』은 영감 노트에 적은 기록들을 기반으로 한 책이에요. 책도 마치 인스타그램 포스팅처럼 돼 있어요. 한 페이지에 한 개의 아이디어와 이미지와 짧은 단상들이 적혀 있어요. 이 개별의 단상들은 어쩌면 특별한 게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뭐가 됐든 기록을 하고 남기고 공유를 하는 데 의미가 있고 그걸 꾸준히 해서 누적을 하고 이렇게 책으로, 또 다른 기획으로 활용이 된다는 점이 대단한 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나도 해 봐야겠다고 자극을 주는 점인 것 같아요. 모두가 이미 자기 콘텐츠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자유롭게 꺼내는 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또 기록이 그런 활동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이혜민 : 저는 실용적으로 도움이 된다기보다 퍼스널 브랜딩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이야기가 있는 책을 가져왔어요. 아주 최신작입니다.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예요. 오롤리데이라는 브랜드 아마 다들 아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오롤리데이의 롤리 대표님을 몇 달 전에 인터뷰이로 또 만났거든요. 그때 저도 인상적이었는데 이 책은 하나의 스몰 브랜드가 탄생하고 만들어지고 키워지는 8년간의 성장 스토리를 ‘배’에 비유해서 이야기하는 책이에요. 처음에는 작지만 자유로웠던 카약 같았던 팀이 점점 커가면서 통통배가 되고 또 돛단배가 됐다가 모터 달린 요트가 되고 이제는 많은 사람들을 태운 크루즈가 된다는 상징적인 과정들이 담겨 있어요.
그리고 조금 다른 부분에서 인사이트가 있어서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요. 오롤리데이가 사실 행복을 말하는 브랜드고 되게 발랄한 이미지인데 실제로는 위기의 아이콘이라고 스스로 말할 만큼 우여곡절이 진짜 많았거든요. 그래서 별일이 다 있었는데 그 중에 진짜 재미 있는 일화가 인스타그램 해킹 사건이에요. 오롤리데이도 굉장히 초기부터 꾸준하게 본인들 브랜드 소식을 알리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키워 온 거예요. 무려 5만 명의 팔로워가 있었대요. 그런데 어느 날 하루아침에 해킹을 당한 거예요. 그래서 갑자기 계정이 없어졌다고 뜨니까 난리가 났고 그래서 신고를 해서 다시 찾긴 찾았어요. 그런데 다음 날 바로 다시 해킹을 당하고 그런 식으로 세 번을 당했대요. 마지막에는 해커가 돈을 요구해서 포기하고 그 계정을 결국 날린 거예요. 이때까지 오롤리데이가 다른 마케팅을 별로 하지 않았고 그 계정이 거의 유일한 마케팅 창구였대요. 그래서 한 달 정도 지나서 계정을 다시 만들고 그 사이에 매출이 떨어지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이상한 점을 발견합니다. 그 사이에 SNS 마케팅을 전혀 못했는데 매출에 전혀 변화가 없었던 거예요. 이게 정말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었다면 당연히 매출에도 영향이 있어야 되는데 변화가 없다는 사실에 놀란 거죠. 그리고 새로 만든 계정으로 기존 5만 명의 팔로워들이 다 넘어오지는 않았대요. 또 다시 생각해 보니까 롤리 님이 운영하는 개인 계정이 하나 더 있었는데 제품 얘기는 거의 하지 않고 그냥 자신의 일상을 얘기하기도 하고 대표로서 고충도 얘기하고 그런 계정이었어요. 그런데 어쩌면 여기서 사람들이 진심을 느끼고 팬들과 관계를 만들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이 얘기에서 얻은 인사이트는 어떤 압박감 때문에 부자연스럽게 하는 활동들이 꼭 퍼스널브랜딩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진심을 가지고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걸 자연스럽게 쌓아 갔을 때, 그게 오히려 나의 브랜딩이 되고 이런 뜻밖의 순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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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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