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배짱이〉는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배민 팬클럽 ‘배짱이’와 소통하려고 2020년부터 발행해온 뉴스레터다. 그중 한 코너인 ‘요즘 사는 맛’에는 소설가, 뮤지션, 배우, 유튜버, 영화 칼럼니스트 등이 음식 에세이를 선보였다. 그러다 2022년 2월 이 중 열두 명의 글을 모아 앤솔러지 『요즘 사는 맛』을 출간했다. 어떻게 뉴스레터가 책 출간으로 이어진 걸까? 배민 배짱이팀의 김상민 마케터를 만나봤다.
음식을 다룬 에세이를 싣는 ‘요즘 사는 맛’ 코너는 어떻게 만들게 되었나요?
처음 〈주간 배짱이〉를 시작했을 때 어떤 이야기로 채워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브랜드에서 만드는뉴스레터다 보니 기업 홍보를 넣지 않아도 광고 메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걱정되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광고 메일이 아닌, 콘텐츠로서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 배민이 가장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야가 음식이라 생각했어요. 뉴스레터는 말랑말랑한 채널이니까 일상의 먹고 사는 이야기를 에세이로 전해보기로 했죠. 일상과 닿아 있는 텍스트 콘텐츠를 만들어보기로 한 거예요. 제가 에세이를 쓰는 사람이기도 해서 지속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김혼비 작가를 시작으로 다양한 작가를 섭외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듯해요.
‘이 사람이 음식에 대한 에세이를 쓰면 어떨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분들을 섭외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에게 뉴스레터에 글을 싣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메일을 보냈죠. 섭외의 원동력은 간절함인 것 같아요(웃음). 음식에 대해 글을 쓰고 연재를 하는 경험 자체를 솔깃해하시는 분이 많았어요. 뉴스레터가 이어지면서 레퍼런스가 쌓이다 보니 섭외가 더 잘 되기도 했어요.
기업의 뉴스레터 제작이 앤솔러지로 이어진 사례인데요. 단행본으로 기획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요즘 사는 맛’이라는 코너를 운영하면서 어느 정도 염두에 두긴 했어요. ‘이 코너가 잘되면 글을 모아서 책도 낼 수 있겠네.’란 생각으로 저희 팀원들 마음 속으로 행복 회로를 돌린 거죠.(웃음) 그러다 뉴스레터 독자들로부터 책으로 낼 생각 없냐는 피드백도 받았어요. 독자들도 같은 마음이었구나 생각하며 책 만들자는 이야기를 했더니 팀에서도 “그럼 언제 하죠?” “예산은 얼마나 책정할까요?” 이러다가 결국 “합시다.”로 결정된 거죠. 그런데 아무래도 저희는 책을 내는 과정에 대해서 잘 모르고 노하우가 없었어요. 여러 출판사에 출판 기획서를 보냈는데, 위즈덤하우스와 서로 원하는 바가 잘 맞았어요.
단행본으로 만들면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아요. ‘배짱이’에게도, 〈주간 배짱이〉를 읽지 않은 독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가야 하니까요.
『요즘 사는 맛』을 책으로 처음 기획할 때 ‘배짱이’ 굿즈 개념으로 시작했어요. 배짱이는 ‘배달의민족을 짱 사랑하는 이들’의 줄임말로 배민 팬클럽인데요. 배짱이들이 이 책을 굿즈처럼 소장하길 바랐어요. 또 뉴스레터를 받아 보았던 분들에게도 책을 사야 할 이유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이 책만의 콘텐츠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소장 가치를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하다가 작가들에게 원고를 한 편씩 추가로 더 받아서 책에 실었어요. 이 책은 배민 SNS가 아닌 〈주간 배짱이〉에서 먼저 공개했어요. 첫 번째 타깃이 배짱이니까요. 행복 회로가 현실이 되어 입밖으로 이야기하는 순간이었어요. 그분들에게 가장 먼저 알릴 때 뿌듯했고 그 자체로도 성취감이 컸어요.
처음 책을 접한 배짱이의 반응은 어땠나요?
굉장히 좋아해주세요. 배짱이들이 뉴스레터 〈주간 배짱이〉로 피드백도 보내고, SNS나 블로그에 리뷰도 정성스럽게 올려주십니다. 출간 전에 책의 가제본을 받아 미리 읽을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는데 여기도 많이 신청했어요. 대부분의 이벤트가 이렇게 품이 많이 드는 것이었는데, 사실 브랜딩을 관통하는 진리 중 하나가 ‘품이 많이 들면 좋아진다.’는 거예요. 노력한 것이 헛짓이 안 되도록 열심히 기획하고 실현시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는 것, 『요즘 사는 맛』 프로젝트에서 특히 그런 지점이 많았어요.
〈주간 배짱이〉를 모르는 분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이거 배민이 한 거였어?”라는 피드백을 했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책을 보면 아시겠지만 배민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거든요. 책을 읽고 이런 글을 뉴스레터로 매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 구독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기대했는데 실제로 구독자 수도 늘었고요.
『요즘 사는 맛』 같은 앤솔러지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호텔 조식 같은 매력이랄까요? 좋아하는 음식만 먹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다 준비된 데에서,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안 먹어봤던 것도 먹으면 경험이 확장되잖아요. 그리고 앤솔러지는 기획력의 예리함을 느껴볼 수 있어요. 잘 만든 앤솔러지가 힘을 가지는 이유는 기획력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사는 맛』의 힘은 결국 〈주간 배짱이〉에서 나온 거네요.
브랜드와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 사이에 중요한 건 서사라고 생각해요. 요즘 무언가를 갑자기 좋아하게 되는 걸 ‘덕통 사고’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덕통 사고는 휘발되기 쉬워요. 덕통 사고가 났을 때에 어떻게 잡아두고 커뮤니케이션하느냐가 중요한데 그 커뮤니케이션을 〈주간 배짱이〉로 매주 하고 있어요. 긴 시간 동안 벌어진 일들 속에서 어떻게 유대 관계를 쌓아왔느냐가 팬덤에서 중요해요.
그리고 뉴스레터를 100호 넘게 발행할 동안 단 한 주도 쉬지 않았어요. 그 점이 팀원들에게도 정말 고마운 부분이에요. 꾸준함은 팬덤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어떤 건 한 번의 번뜩임이 반짝 있는 게 폭발력을 가진 브랜딩 캠페인인 반면에, 어떤 건 총합으로서 전체로서 위대한 것들이 있거든요. 쌓아놨을 때 의미가 더 커지는 것. 저는 그게 뉴스레터라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보면 계속 이어온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뉴스레터를 계속 보내실 거죠?
네, 계속해야죠.(웃음)
*김상민 배달의민족 배짱이팀에서 뉴스레터 〈주간 배짱이〉를 만들고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 『요즘 사는 맛』을 함께 기획했으며, 퇴근 후 『교토의 밤』, 『마마 돈워리』, 『아무튼, 달리기』를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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