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많은 분들이 세상이 정한 기준에 맞추려고 애쓰기보다는, 나 자신에 초점을 둔 기준에 따라 지치지 않고 함께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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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우리는 ‘비건’이라는 단어를 많은 곳에서 접할 수 있다. 식품을 넘어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의류나 잡화 등에서도 비건은 빠지지 않는 옵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비건이나 채식이라고 하면 단순히 건강이나 다이어트 등을 먼저 떠올렸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동물과 환경을 위한 삶의 태도로 인식이 바뀌어 가고 있다.

하지만 비건 제품을 소비하면서도 육류를 섭취할 수도 있듯 모두가 완벽한 채식주의자일 수는 없다. 그럼 완전하지 않은 채식이니, 할 필요가 없는 걸까? 본인의 채식이 완전하고 완벽하지 않아 종종 자괴감과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는 책 『불완전 채식주의자』를 권한다. 저자는 1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채식을 실천해 오고 있지만, 여전히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저런 애도 하는데 나도 한번?’의 대상을 자처하며 많은 사람들이 삶을 평화적으로 확장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우리도 완벽할 수는 없겠지만, 저자처럼 ‘불완전 채식주의자’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 


『불완전 채식주의자』와 작가님에 대한 짧은 소개 부탁드립니다.

『불완전 채식주의자』를 쓴 정진아입니다. 저는 현재 동물자유연대라는 동물단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약 십여 년 동안 동물의 더 나은 삶을 목표로 삼고 일해오면서 자연스럽게 육식이나 동물과 인간 간의 관계, 동물의 사회적 위치 등에 관해서도 고민이 확장되었습니다. 『불완전 채식주의자』는 이 같은 고민 속에서 스스로 나름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책입니다.

작가님께서는 동물 전문 매체 동그람이에서 <정진아의 동물 청원 게시판>을 연재하고 계시더라고요. 이 연재는 어떻게 시작하시게 됐나요? ‘동물 청원’이라니 조금 생소한데, 주로 어떤 이야기를 연재하고 계신지도 궁금합니다.

제가 성남시에서 동물보호 담당자로 일하던 2018년부터 연재를 시작해 퇴사 후 잠깐 중단했다가 현재는 <동물 청원 게시판 시즌2>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모든 지자체마다 동물보호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있는데 성남시의 경우 보다 전문적인 동물보호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관련 활동 경력이 있는 외부 인력을 채용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3년간 성남시청에서 동물보호 담당 주무관으로 일을 했구요. 

그전에 수년간 동물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했던 경험이 있어 어느 정도 업무에 익숙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지자체에서 맡게 되는 동물보호 업무는 그간 해왔던 동물보호 활동과 그 성격이 매우 달랐습니다. 시청에서 동물과 관련한 여러 민원을 처리하면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생생하게 느끼게 됐고, 이를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동그람이에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고, 시청을 퇴사한 후 동물단체에서 활동을 하는 지금은 두 번째 시즌으로 기고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해오신 동물보호 활동이 작가님의 ‘채식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고 봐도 될까요? 채식을 마음먹게 한 구체적인 사건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사건은 2010-2011년 발생한 구제역 사태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에도 나온 것처럼 그 당시 정부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인해 구제역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지속되었고, 이로 인해 수백만 마리의 소, 돼지가 살처분됐습니다. 동물들이 산 채로 땅속에 파묻히는 과정에서 그들의 공포와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졌고 이를 계기로 육식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살처분된 동물의 대부분은 구제역에 감염되지 않았습니다. 단지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예방 조치 대상으로서 살처분된 것이었습니다. 농가들이 밀집 사육을 하는 탓에 농가 한 곳에서만 구제역이 발생해도 근방에 있는 수천, 수만 마리 동물을 일제히 살처분해야 했습니다. 질병 예방을 위해 수백만 동물을 죽이는 사태를 지켜보면서 생명을 음식으로 여기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고, 그러한 의문과 고민이 깊어지며 자연스럽게 비육식을 실천하는 데까지 이어졌습니다.



채식주의를 선언하셨을 때, 주변 분들의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또 채식을 시작한 초반에는 우여곡절이 많으셨을 것 같은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험이 있나요?

제가 워낙에 고기를 좋아하는 걸 주위에서 다들 알고 있다 보니 처음에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습니다. 그 당시는 채식이라는 개념이 지금만큼 많이 알려져 있지 않기도 했고요. 제 채식 선언을 비웃거나 제가 금방 포기할 거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제 결심을 인정하고 응원을 보내주었습니다. 

채식 지향 초반에는 고기를 안 먹는다는 이야기를 쉽게 하지 못해 고깃집에서 티를 내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했던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식사를 할 때에는 어떻게 하면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 제 식생활을 설명할 수 있을지 고민도 많이 했어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경험이 쌓이고 나름의 요령도 생기면서 점점 수월해지기는 했지만요.

작가님께서는 스스로를 ‘육식주의자 그 자체였다’고 회고하시더라요. 게다가 채소를 별로 안 좋아하신다고. 채식을 꾸준히 지향하시는 일이 정말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유혹의 순간을 견디고 꾸준히 신념을 지켜나갈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비결을 말씀드리기에는 제가 아직도 부족함이 많기 때문에 민망한 면이 있습니다. 비육식을 지향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사실 제 안에는 아직 육식의 즐거움이 생생하게 살아 있거든요. 다만 제가 정한 기준을 최대한 지켜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며 살아가는 중입니다.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으로요. 처음에는 고기와 살아 있는 생명 간의 단절을 극복하고 둘을 연결 짓기 위한 시도를 했습니다. 예를 들면 평소 일상에서 보기 힘든 소, 돼지 등 농장동물의 사진을 이곳저곳에 두고 자주 들여다보곤 했는데요. 

저는 특히 돼지고기를 좋아해서 귀여운 새끼 돼지 사진을 평소에 가장 많이 눈길이 가는 휴대폰에 배경 화면으로 저장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차츰 고기에서 생명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동물을 도살해 부위별로 해체하고 포장한 고깃덩어리에서는 그들이 숨 쉬던 때, 살아 있을 때를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사진으로나마 농장동물을 자주 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고기를 보면 그들이 살아 있을 때의 모습이 연상되기 시작했고, 고기를 참는 게 조금은 더 수월해졌어요.

식생활이 아니더라도, 생활 속에서 비거니즘을 지향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이 있을까요? 평소에 실천하고 계시거나 주변에 꼭 추천하고 싶으신 방식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특별히 거창한 일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아주 작은 일을 꾸준히 하자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요즘에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샴푸, 린스와 같은 바디용품을 고체 형태의 제품으로 바꾸었고 설거지 세제 역시 비누로 사용하는 등 플라스틱 소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중입니다. 

또한 요즘에는 미니멀리즘이 유행하고 있는데 올바른 방식의 미니멀리즘은 비거니즘과도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거니즘 역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일부터 시작하거든요. 물론 단번에 완벽하게 할 수는 없겠지만 무언가를 소비하기에 앞서 그 소비가 가지는 의미를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통해 채식을 시작해보려는 분들이나 채식을 함께하고 있는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채식에 관심을 갖고 직접 실천해보는 분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동물권이나 환경 등 공적인 가치를 지키는 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럼에도 늘 완벽하게 실천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갖거나 조금이라도 기준에 어긋나면 스스로 죄책감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러한 부담에서 벗어나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 한때는 제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실천의 동력을 상실하고 아예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동물이나 환경에 피해를 덜 끼치기 위해 작은 실천이라도 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세상이 정한 기준에 맞추려고 애쓰기보다는, 나 자신에 초점을 둔 기준에 따라 지치지 않고 함께 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는 한 명의 완전한 채식주의자보다 열 명의 불완전한 채식주의자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작은 시도라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정진아

동물이 살기 좋은 사회에서는 사람 또한 행복할 수 있다고 믿으며 모든 생명이 각자의 가치를 존중받는 세상을 꿈꾼다. 동물자유연대에서 반려동물&길고양이 정책을 담당하다 현재 사회변화팀에서 일하고 있다. 성남시 동물보호 담당 주무관으로 근무했고,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에서 활동가로 일했다. 네이버 동물판 동그람이에서 <정진아의 동물 청원 게시판>을 연재하며 인간과 동물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고민하는 중이다. 동물과 자연을 생각하는 착한 소비생활을 지향한다. 『불완전 채식주의자』는 그런 저자의 뜻과 함께하기 위해 재생 종이와 친환경 콩기름 잉크를 사용해 인쇄했다.




불완전 채식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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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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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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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ls76

2022.07.16

공감이 일어나도록 글을 아주 잘 쓰십니다.
덕분에 동물자유연대 회원이 한 명 늘었을 거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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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