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책방 베스트셀러] 서울 체부동 ‘서촌 그 책방’ - 『그림과 그림자』
“나만의 문장으로 쓴 손 글씨 추천사”, 누가 인정하든 말든 이게 서촌 그 책방의 매력 중 하나다.
글ㆍ사진 엄지혜
20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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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에서 
동네책방의 베스트셀러를 소개합니다.



“재미있는 책을 까다롭게 골라서 판매합니다. 절대 졸지 않고 무시무시한 건망증과 싸워 이기는 독서법을 알려드립니다.” 

서울 종로구 체부동에 위치한 동네책방 ‘서촌 그 책방’. 운치 있는 한옥 책방인 이곳은 원서가 한글인 국내 저자의 책, 그리고 책방지기가 재밌다고 느낀 책들로만 서가가 꾸린다. 한글로 쓰인 책만 고집하는 까닭에 “국수주의 아닙니까?”라는 애정 어린 조언도 듣지만, 한글 고유의 맛을 온전히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 ‘서촌 그 책방’에서 판매하는 모든 책은 독특한 띠지가 둘러있다. 책방지기가 직접 손글씨로 쓰는 책 감상문. 위트 넘치는 글솜씨 덕분에 ‘서촌 그 책방’의 서가는 심심할 틈이 없다.

“국내 저자의 신간을 주로 소개하지만, 오랫동안 책방 추천 목록에 당당히 올라와 있는 책들이 있어요. 그 중 한 권이 김혜리 작가의 그림 산문집 『그림과 그림자』입니다. 저는 그림을 보는 일을 즐기는데 그림도 책으로 배웠습니다. 한국 저자들이 쓴 미술 관련 책도 여러 권 읽었는데 어느 책이나 비슷한 그림이 등장하고 저자의 해석이 거의 없고 이미 연구된 내용을 반복해 서술하더라고요.” 

“ 『그림과 그림자』는 선정된 작품에서부터 차별성이 느껴졌어요. 처음 보는 작가와 작품이 많았고 저자의 감상 서술도 흥미로웠습니다. 영화판에서 갈고 닦은 문장에 작가의 오랜 취미인 그림 보는 안목을 담았으니 책이 좋을 수밖에요.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된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모란디’부터 세한도와 몇몇 한국 작가의 작품, 에두아르 뷔야르의 작품까지 정말 흥미롭게 읽은 책입니다. 당연히 책방 손님들에게도 이 책을 열심히 영업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책에 관한 감상을 꼭 들려주는 손님들이 많았고 친구에게 선물한다고 재구매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하영남 ‘서촌 그 책방’ 대표는 “사실 우리 책방의 본캐는 ‘독서 모임’”이라고 말한다. 책방은 저자와 독자를 이어주는 소개팅 장소. 조용한 서촌 골목,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책방을 차린 이유이기도 하다. 독자가 책을 조용히 탐색하고 나면 본격적인 만남이 기다리고 있는데 바로 ‘독서 모임’이다.

“책방 창업을 준비하며 여러 책방을 방문했어요. 출판계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젊은 주인들이 압도적으로 많더라고요. 그때 생각했죠. 제 나이가 오히려 희소성이 있겠구나. 장년층을 이 공간에 모여들게 할 수 있겠구나. 그런데 놀랍게도 ‘서촌 그 책방’ 독서 모임의 참여자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해요. 관공서와 사무실이 많은 '서촌'이라는 장소가 준 일종의 어부지리라고 할까요? 그리고 저희 독서 모임은 모두가 말하는 시간입니다. 요리조리 설득해서 모두가 의견을 활발하게 나눌 수 있도록 애쓰고 있어요.”

요즘 서촌 그 책방은 저자와의 대화에 부쩍 심취해있다. 매달 모임이 끝나면 반드시 저자와의 대화 시간을 잡는다. 단순한 북 토크가 아니다. 일명 ‘저자와 나누는 질문 대찬지의 날’. 책을 미리 읽는 것은 기본, 책을 읽으며 생긴 질문들을 서슴없이 털어놓는다.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임승훈 작가님과 소설 낭독회를 진행 중인데요. 너무 재밌어요. 박시하 시인이 이끄는 글쓰기 교실도 순항 중이고요. 책을 미리 읽어 오기 힘든 회원들을 위한 현장 진행형 독서 모임을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은 이걸 고민하는 중입니다. 회원들의 글솜씨가 늘어갈수록 책방지기의 또 다른 꿍꿍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웃음)”

하영남 대표가 손님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조용히, 입은 닫고, 눈은 크게 뜨고, 책을 유심히 봐 달라”는 것. 이 책방의 특이점은 무엇인지 꼼꼼하게 살피며 책을 고른다면, 분명 자신에게 꼭 필요한 책을 찾을 수 있다. 책방을 배경으로 사진만 찍고 가는 사람, 책 표지를 찍고 제목만 적어가는 사람, 독서 모임의 운영 노하우를 꼬치꼬치 캐묻는 사람, 자신의 지식만을 뽐내고 퇴장하는 사람들은 책방 입장에서 매우 힘든 사람들이다.

“책방을 연지 5년이 지났어요. 때때로 마음을 힘들게 하는 손님도 있지만 눈물 나게 예쁜 사람, 책방지기를 감동하게 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요. 한 명을 딱 꼽기는 어렵지만, 동네 주민이자 독서 모임 회원인 김서하 씨가 생각납니다. 초반에는 말수가 거의 없으셨거든요. 말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모임을 피하는 이유가 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1년쯤 지났을까요? 자기 이야기를 거침없이 하더라고요. 말은 거의 없었지만 두 손 가득 간식거리를 들고 언제나 수줍게 웃던 그녀가 드디어 말 폭탄을 터뜨린 거죠. 그렇게 서하 씨는 4년째 독서 모임 활동을 하고 계시고, 지금은 정말 활발하게 모임에 임하고 있어요. 이런 사연 많은 회원들이 서촌 그 책방에는 수두룩합니다. 회원들의 멋진 변화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네요.(웃음)” 




*서촌 그 책방



▶ 주소 :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5가길 30-1

▶ 영업시간 : 매주 화요일~토요일 /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

▶ 전화번호 : 010-2694-2894

▶ 인스타그램 : @seochonbooks




그림과 그림자
그림과 그림자
김혜리 저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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